여행

돌고래만한 뻬스벨라(돛 새치) 낚시

미키라티나 2010. 5. 18. 00:14

20km에 이르는 긴 해변을 자랑하는 태평양의 진주, 마사뜰란. 그 앞바다에는 돌고래가 지나다니고 펠리컨이 공중에서 직하하며 바다로 풍덩 들어가 물고기를 낚아채 꿀꺽한다. 인근 바위섬에는 바다사자들이 서식하고 풍부한 해산물로 특히 새우요리가 유명하다. 구 시가지는 고풍스런 식민지 풍 거리가 아름다우며 해변을 따라 들어선 고급 호텔들과 골프장도 빠질 수 없는 명물이다. 

 

                                   마사뜰란 전경


하지만 마사뜰란이라는 낯선 지명이 전 세계의 낚시꾼들에게 설레는 이유는 바로 바다 스포츠낚시 때문이다. 해마다 11월에 이곳에서 세계 스포츠낚시 대회가 열린다. 상금은 자그마치 30만 달러. 마사뜰란 앞바다에서는 덩치 큰 참치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조금씩 모양이 다른 돛 새치, 새치다래, 청새치, 농어, 망치상어, 도라도 또는 마이마이, 와후 등등 15종이나 되는 갖가지 종류의 고기들이 일 년 내내 잡혀 거의 매일 많은 낚시꾼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다양한 어종과 온화하고 더운 기후, 항구 조건 등 바다낚시를 즐기기 위해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스포츠 낚시의 천국이다.


보통 뻬스벨라 시즌은 3월부터 12월 사이로 일 년 내내 22도에서 32도 사이에서 덥거나 온화한 기후를 보이며 겨울엔 좀 시원하다. 선착장에서 요트와 비슷하게 생긴 낚싯배 하나 빌리는데 250불에서 300불 사이의 가격으로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오후 3시에 돌아온다.


낚시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나는 낚시투어가 되겠지만 익숙지 않은 필자는 해안에서 약 50마일 정도 배를 타고 나가 큰 파도에 흔들리는 배에서 기절하기 직전까지 배멀미를 해야만 했다. 미끼는 화려한 색상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징어 모양과 물고기들이다. 덩치가 얼마나 크기에 미끼도 고등어만한가 했다. 낚시라는 게 기다림이라지만 낚싯대 몇 개를 드리우고 조금만 지나면 금방 찌가 쑥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플라스틱 미끼를 물고 냅다 도망가는 물고기를 내려다보면 이건 머 덩치가 어마어마하다.


낚시꾼과 물고기의 힘겨루기가 시작되면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속의 낚시가 딱 이랬을 것이다. 낚시꾼은 줄을 잡고 운전수는 배를 몰고. 그렇게 물고기를 따라다니다가 어느 한 순간 잡아채 뱃전에 붙이고 갑자기 커다란 몽둥이로 머리를 딱 때려서 기절시킨 뒤 끌어 올린다. 순간 ‘낚시에 몽둥이라니! 한동안 참치 못 먹겠군.’


축 늘어져 배로 끌어올려진 운도 없는 뻬스벨라의 몸은 푸른빛과 보랏빛이 영롱하게 빛이 난다. 참 아름다운 물고기다. 뻬스벨라는 등지느러미가 마치 돛처럼 쫙 하고 펴지는데서 그렇게 불리는지 매우 커다란 등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반짝이는 보랏빛 등지느러미와 함께 길게 뻗은 주둥이도 참 독특하다. 마치 창처럼 길고 뾰족하며 작은 톱처럼 톱니들이 돋아있고 만져보니 매우 딱딱했다. 뻬스벨라의 무기인 모양이다. 운이 좋으면 이 창 같은 주둥이로 낚시 줄을 끊고 도망가기도 한단다.

 

뻬스벨라의 아름다운 등 지느러미


크기가 보통 1.5m 에서 3m 정도에 무게는 40kg에서 80kg 나가는 것도 있다. 그 정도면 돌고래보다 크다. 도라도는 글자 그대로 금빛물고기인데 물속에서 막 나오면 초록빛과 금빛이 교차하며 찬란하게 빛이 난다. 머리가 마치 몽둥이처럼 뭉툭하게 못 생겼지만 맛은 좋다고 한다. 몸집은 뻬스벨라보다 작다.  

 

                                         낚시로 잡은 망치상어


뻬스벨라와 도라도를 필두로 가끔 망치상어도 잡히고, 창고기도 잡히고 주변으로 돌고래가 기웃거리며 지나기도 한다. 낚시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남은 미끼들을 얻어먹으러 펠리컨들이 날아서 졸졸 쫓아오는 것도 진풍경이다. 물고기를 위로 던지면 날아오면서 날름 받아먹는 것이 한 두 번 한 솜씨가 아니다.

 

  

                   배를 쫓아오며 고기를 받아먹는 펠리컨들                                       


낚시꾼들은 물고기를 잡으면 무게와 길이를 잰 뒤 기념촬영만하고 그냥 둔다. 물고기가 워낙 커서 혼자 다 먹지도 못할뿐더러 손맛만 보려는 낚시꾼들이 많아서다. 그러면 낚시 배 빌려주는 회사에서 이 고기들을 어부들에게 넘기거나 훈제해서 고아원에 기증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낚시로 잡은 후 망치로 때리지 않고 다시 놔주기도 해서 잡았다 풀어주는 낚시 대회도 생겼다고 하니 물고기들에게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려나 싶다. 

 

                               잡은 뻬스벨라와 기념사진을 찍고 

 

                          아카풀코와 비슷한 해변 다이빙 

 



tip;  1793년 도시가 세워진 후 인근바다의 풍부한 새우와 생선어장으로 태평양의 주요 항구도시가 되었다. 그러다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이후 60년대부터 태평양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황금빛 모래밭, 작은 섬들, 일 년 내내 더운 기후, 친절한 사람들, 바다생물들로 천혜의 자연관광지로 부상 중이다. 해마다 2월말에서 3월초에 사순절 카니발이 열린다. 카니발은 1898년 시작되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브라질의 리오 축제와 뉴올리언스 다음으로 세 번째 큰 카니발 이라고 자랑한다.

 

그리고 모래축제, 뻬스 벨라, 마를린, 도라도 낚시로도 유명하다. 부드러운 모래가 길게 약 10km에 걸쳐 둥글게 펼쳐진 해변에는 고급호텔과 식당들이 즐비하여 가족이나 신혼여행객들이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책을 하거나 한낮에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마사뜰란에서 북쪽으로 33km를 가면 울라마의 전통을 지키는 껠리떼 마을이 있다. (울라마 얘기는 이 다음에)                                                          부산일보 2010년 5월 13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