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차타고 테킬라와 마리아치에 취해볼까?

미키라티나 2010. 5. 5. 01:28

 하루 종일 공짜 술 실컷 마시며 마리아치의 낭만적인 노래와 공연까지 즐기는 기차가 있다면 애주가들의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마리아치와 테킬라. 이는 오늘날 국제적으로 가장 멕시코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통이 시작된 곳 과달라하라로 간다. 

 

                   테킬라 엑스프레스 기차 안, 공연하는 마리아치들

할리스코 주의 과달라하라는 아름다운 식민지 풍의 거리와 광장을 가진 멕시코 제 2 도시다. 거리엔 유난히 커다란 푸른 눈에 금발의 미남, 미녀가 눈에 띄게 많다. 멕시코의 잘생긴 배우나 미인대회 수상자들은 대부분 과달라하라 출신이다. 오죽했으면 따빠띠아(과달라하라 여인)의 눈보다 더 이상 아름다운 눈은 없다라는 가사의 유명한 노래가 있을까.

 

 

과달라하라 소칼로


테킬라 엑스프레스관광열차는 이름처럼 종일 먹고 마시며 즐겁게 놀며 취하는 기차 여행이다. 매주 토요일 아침 10시, 과달라하라를 출발한다. 어른은 약 90불, 12세 이상 아이는 약 60불의 요금을 내면 할리스코 지방의 전통요리에 마리아치와 민속춤 공연 그리고 무제한(?)의 테킬라가 제공된다.  


관광객들이 역에 모이면 멕시코 카우보이의 차림과 커다란 솜브레로 그리고 각각 여러 가지 악기를 든 열두어명의 마리아치들이 우렁찬 목소리를 합창을 하며 등장한다. 마리아치들의 연주를 시작으로 승객들은 줄을 지어 기차를 탄다. 기차는 4량으로 칸마다 빨강, 파랑, 오렌지, 초록색으로 구분하여 차량 당 68명 정원이다. 승객들은 대부분이 멕시코 사람들이지만 외국인들도 제법 있다. 

  

테킬라 엑스프레스 기차역


기차가 역을 떠나자마자 기차 승무원들은 테킬라를 서비스 한다. 비록 오전이지만 오늘은 작정하고 마시려고 나온 듯 주당들은 한 잔 두잔 달게 마신다. 마리아치들은 비좁은 통로를 가득 메우고 서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취기가 오른 승객들은 연주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부르다 앞뒤 옆 좌석의 승객들과 금방 친구가 된다. 술잔이 비기만 하면 승무원이 잽싸게 달려와 채워준다. 기차는 과달라하라에서 60km 떨어진 아마띠딴까지 시속 40~50km로 달린다. 흥청망청 손님들을 태운 기차는 잘도 달린다.

 

이 기차를 타고 간다


테킬라는 200여종의 다양한 칵테일로 즐길 수 있다. 이것이 테킬라가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져나가게 된 하나의 원인이라고 한다. 유명한 칵테일로는 테킬라 선라이즈, 마가리타 등이 있다. 파티에서는 음악과 함께 이국적인 맛과 숙취가 없는 안전한 술로 인식되면서 오늘날 테킬라는 전 세계에서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맛의 술을 찾는 새 세대들이 테킬라를 환영하고 있으며 캔에 담은 칵테일도 나와 있다. 이제 테킬라는 소화를 위한 반주로 또는 파티 등에서 어떤 순간에서도 마실 수 있는 술이 되어 100% 천연주로서 독특한 맛을 즐기게 되었다.

 

천천히 달리는 창밖으로 푸른빛의 선인장 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여기도 선인장 저기도 선인장 온통 선인장 밭이다. 테킬라의 원료가 되는 선인장은 알로에와 비슷한 아가베 아술(AGAVE AZUL)이라는 용설란이다. 화산재로 이루어진 이 지역의 붉은색 토양과 건조한 기후에서 아주 잘 자란다. 해가 정오에 이르면 몹시 덥다. 기찻길을 따라 함께 달리는 도로가에는 테킬라를 커다란 물통에 담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그 광경이 영화 바그다드카페의 한 장면처럼 나른하다.

 

온통 푸른 아가베 선인장 밭

 

 

이게 테킬라 원료인 아가베 선인장이다. 청록색 잎


2시간이 정도 지난 후 고급 테킬라 생산지로 유명한 아마띠딴에 도착했다. 멕시코에는 약 50개의 테킬라 공장이 있고 브랜드는 약 570여개며 생산량의 70%는 수출하고 나머지 30%가 국내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아마띠딴에는 말발굽 모양의 상표로 유명한 테킬라 에라두라사가 있다.


이 공장은 1870년에 문을 열어 오늘날까지 5대째 운영하는 유서 깊은 공장이다. 이곳에서 테킬라를 인하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5년 산 최고급 테킬라인 수쁘레마는 약 150불정도, 사각형 갈색 병의 에라두라 아녜호는 약 40불정도, 빨간 뚜껑의 에라두라 레뽀사도는 30불정도 하므로 시중이나 면세점 보다 훨씬 싸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보다 대중적인 엘 히마도르는 사탕수수와 섞인 것으로 아주 싸다. 테킬라 에라두라는 한국을 포함해서 32개국에 수출하고 있단다.


술 공장에 왔으니 한번 둘러보는 것도 재밌다. 원료인 아가베는 8년짜리로 밑둥치를 쓴다. 잘라 논 밑둥치는 파인애플 모양의 심지가 드러나는데 원주민 어로 히마라고 하지만 보통 삐냐라고 부른다. 하나에 20kg 에서 60kg 정도다. 전통적으로 히마는 사람 손으로 직접 자르며 이 사람들을 히마도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의 낯 기온은 4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덥기 때문에 삐냐 수확은 아침 일찍 시작하여 11시경에 끝낸다. 그 이후의 시간에는 불볕더위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히마도르들은 긴 장대 끝에 날카로운 날을 가진 둥근 삽처럼 생긴 연장 꼬아를 사용하여 삐냐를 수확한다. 가시가 달린 커다란 용설란 잎을 발을 이용하여 체중을 싣고 꼬아로 하나씩 다 잘라내면 커다란 파인애플 모양의 삐냐가 드러난다.  

 

 

 

  

아가베 밭에서 수확하는 히마도르들

  

관광객들앞에서 시연하는 중

 

테킬라 공장들은 하루 평균 삐냐 200톤 정도를 소비한다. 밭에서 수확한 삐냐는 거대한 화덕으로 옮겨진 후 섭씨 100도로 약 26시간을 익힌 후 화덕안의 열기가 식도록 다시 24시간 정도 놔둔다. 식은 삐냐를 꺼내 맛을 보면 아주 달콤하다. 이를 짜면 갈색의 달콤한 즙이 나오는데 이를 6시간정도 데운다. 데운 즙은 5, 6일 정도 발효한 후 증류한다.

                                                          아가베 밑둥인 삐냐들

 

화덕앞의 삐냐들

 

삐냐의 크기를 보면


증류를 마친 투명한 액체는 나무통에 담겨 시원한 곳에서 최소 2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한다. 이때 2달 미만동안 나무통에 있으면 테킬라   블랑코, 2달 이상 12개월 미만은 레뽀사도, 1년 이상인 것은 아녜호로 구분된다. 천연주인 100% 아가베는 술 마신 다음날 숙취가 없기로 유명하다.

 

최신식 증류장 

 

옛 증류장, 보존용이다

 

                                                     술 익는 통들

술 공장을 둘러보고 나면 다시 푸짐하게 차려진 전통 요리와 전통춤 공연이 펼쳐진다. 마시고 또 마시고. 하루 종일 제공되는 테킬라를 마시고 신나게 놀다가 오후 5시경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돌아온다. 과달라하라에 도착하면 밤이다. 

 

 

테킬라 상식; 테킬라를 마시는 법은 보통 소금과 라임을 함께 마시지만 테킬라에서 우러나는 아가베의 제 맛을 즐기려면‘테낄라 블랑코’를 맛본다. 독한 테킬라를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 우선 테킬라를 잔에 따라 향을 맡아 뇌에 알린 후 한 모금 마시고 5초 정도 입에 머금었다가 넘기면 부드럽게 잘 넘어가며 테킬라의 독특한 향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테낄라 블랑코는 칵테일을 만들 때 이용한다. 투명한 테킬라를 잔에 따라 잔을 흔들어보면 물과는 달리 기름기가 도는 듯 술이 퍼지지 않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시중에 출시되는 테킬라는 크게 2종류로서 아가베 즙의 혼합 정도에 따라 100%의 아가베 테킬라와 51%의 아가베에 49%의 사탕수수 액을 첨가한 것으로 나뉜다. 말할 나위도 없이 100% 아가베 테킬라가 더 고급이고 가격도 비싸다. 따라서 테킬라 브랜드만 해도 570여종에 이르니 처음 테킬라를 산다면 테킬라 병에 붙은 라벨에 100% AGAVE라고 써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애주가들에게 인기있는 돈 훌리오 상표에 레포사도, 아가베 100%, 38도, 1리터 라고 명기되어 있다.  

 

이전에는 테킬라를 마시기 전 리몬을 한입 먹고 손등에 소금을 얹어 핥아먹은 후 테킬라를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그렇게 마시는 사람은 멕시코에서는 보기 힘들다. 대신 알코올 성분이 없는 새빨간 상그리따와 함께 마시거나 섞어서 마신다. 상그리따는 토마토, 양파, 초록고추, 오렌지 주스, 라임, 설탕, 소금 등 여러 가지를 섞은 신맛이 강한 붉은 소스로 테킬라의 맛을 훨씬 부드럽게 한다. 적포도주로 만든 음료 상그리아와는 다르다. 따라서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 라 반데라를 주문하면 초록색 라임, 붉은 상그리따, 하얀 테킬라가 나온다. 스트레이트를 주문하면 어떤 브랜드를 마실 것인지를 묻는다. 위에 언급한 여러 브랜드 외에도 고급 테킬라인 돈 훌리오, 사슴이 그려진 까사도르 등의 브랜드가 무난하다.

 

스트레이트로 즐기기도 하지만 테킬라로 만드는 칵테일의 종류도 수십 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칵테일로는 소금을 잔 입구에 빙 둘려 묻힌 잔에 얼음을 잘게 부수어 담고 테킬라와 리몬을 섞은 마가리타, 토마토와 오렌지 주스, 테킬라를 혼합하여 눈으로 즐기는 테킬라 선 라이즈, 테킬라에 자몽 맛 탄산수와 얼음을 채운 로마, 테킬라에 브랜디와 콜라를 섞은 독한 칵테일 초로 네그라 등 테킬라로 만든 칵테일 이름이 수도 셀 수 없이 많다. 멕시코의 고급식당에 가서 테킬라를 찾으면 5년 된 테킬라를 은근히 추천하는데 한잔에 약 20달러 정도로 아주 부드럽다.

 

멕시코시티는 고산이라 취기가 빨리 오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테킬라를 많이 마신 다음날 숙취로 인한 두통은 없다고들 한다. 천연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밤에 이것저것 섞어 마셔서 숙취가 들었다면 아침에 술로 속을 푼다는 것은 우리나라랑 똑같다. 멕시코 술꾼들은 숙취가 든 날 아침에 토마토 주스와 라임에 약간의 보드카를 섞은 멕시코 식 해장술 라마또를 마시거나 야채와 고기를 잔뜩 넣고 끓인 진한 국에 매운 양념을 뿌려 먹는 우리의 해장국 같은 뽀솔레를 먹는다.

 

TIP; 테킬라 마을은 북서쪽으로 58km 지점에 있으며 호세 꾸에르보와 사우사 테킬라 공장이 있다. 테킬라 마을에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인 호세 꾸에르보 사우사 공장들과 몇 개의 작은 공장들이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이 두 회사는 자체박물관이 있고 테킬라 만드는 과정을 견학하는 투어코스도 있을 정도로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공장을 방문한 뒤 현지에서 싼 가격으로 여러 종류의 테킬라를 구입할 수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호세 꾸에르보사의 트래디셔널과 사우사사의 오르니토스가 유명하다. (부산일보 2010년 4월 29일 게재)

 

테킬라 마을 입구에 서 있는 히마도르 상

호세 꾸에르보 박물관의 벽화, 히마도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