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뚜리부스를 타고 신나는 멕시코시티구경

미키라티나 2010. 3. 20. 03:46

 

인구 2천만 명에 하루에 움직이는 차량이 800만대에 이르는 거대한 멕시코시티를 하루 만에 다 볼 수는 없을까?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꼭 들러볼 곳을 편하게 돌아볼 수는 있다. 바로 뚜리부스다. 2005년부터 멕시코시티 도심에는 이 빨간색 2층 버스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2층은 오픈되어 있어 시야도 훤하다.

 

                                     소칼로의 뚜리부스


이제 뚜리부스는 2개의 노선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보호지로 지정되어 있는 구 시가지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둘러보고 또 하나는 시티 남부를 도는 노선이다. 표 값은 1인당 10불선으로 하루 동안 쓸 수 있다. 꼭 들러야하는 관광명소나 박물관에 정류장이 있어 버스에서 내려 구경하고 다시 탈수 있다. 뚜리부스를 타고 멕시코시티를 둘러보자.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멕시코시티에서 시간과 비용을 알뜰하게 쓸 수 있다.


뚜리부스는 리키마르틴이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같은 스타가 애용하는 아우디토리오 나시오날(국립공연장)에서 매일 아침 9시에 첫출발한다. 국립공연장은 레포르마 대로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 쉽다. 버스는 매 30분마다 출발하며 마지막 출발은 오후 6시다. 첫 노선은 소칼로로 가는 길에 멕시코시티의 소호 거리라 불리는 콘데사 지역을 돌아 멕시코시티의 상징인 천사 탑이 있는 레포르마 대로를 따라 소칼로로 들어간다.

 

 레포르마 대로에 위치한 차풀테펙 공원안의 한국정(1968년 기증)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레포르마 대로

 

레포르마 대로는 1846년 3년간의 프랑스 섭정 당시 황비가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그리워하며 그 길을 모방했다는 시원하게 뻗은 8차선도로다.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로수로 서늘한 그늘을 만들고 화단에는 화사한 꽃들이 1년내내 피어있다. 대도시 도심이지만 아침마다 자동차 경적소리 사이로 새들이 지저귀는 노래를 들으며 잠을 깨는 것은 매우 신기하다. 레포르마대로를 따라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금융건물들과 포시즌 호텔 등 고급호텔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사탑과 레포르마

 

대로 한가운데 자리한 독립기념탑은 꼭대기에 황금빛 천사상이 있어 일명 천사 탑으로 불린다. 레오나르도 드 카프리오가 주연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첫 장면인 공중 촬영씬에 등장하는 곳이다. 천사탑은 축구에서 이기거나 새해맞이 때면 시민들이 모여들어 환호성을 지르며 불꽃놀이를 하는 구심점이다. 그래서 각종시위대도 이곳에서 출발해서 소칼로로 행진하느라 늘 소란스럽다. 천사탑 바로 앞에 위치한 소나로사에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상가들이 모여 있어 심심치 않게 한글 간판들이 불쑥 불쑥 나타나 여독에 지친 한국인들을 반긴다.

 

                                      공연을 보여주고 팁을 받는 소녀

 

천사탑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국립역사인류학박물관이 있다. 구대륙에서는 당연시되던 문명의 기초가 하나도 없는 중남미 문명의 전형. 철은 있으나 철기를 만들 줄 몰랐고, 원리는 알았지만 바퀴도 쓸 줄 몰랐으며, 문자도 없이(마야는 예외) 대 문명을 이루었던 아스텍과 그 이전 문명들이 남긴 멕시코의 역사들을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관심도에 따라 반나절에서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할 만큼 엄청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 역사 인류학 박물관


 

소칼로는 멕시코시티를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하는 중앙광장을 부르는 말이다. 아스텍, 스페인식민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멕시코의 심장으로 펄떡펄떡 뛰는 곳이다. 관광객 말고도 분주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는 멕시코시티의 동대문, 남대문 시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내려앉은 스페인 식민지풍 석조건물들을 지나 소칼로에 들어서면 광장 한가운데 휘날리고 있는 거대한 국기가 먼저 보인다. 유난히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우뚝 솟은 깃대 그림자 속에 쪼르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이 아주 멕시코스럽다.

 

                          어느 맑은 날(매우 드물다) 전망대에 올라서 본 소칼로

 

 

                                   소칼로 중앙광장

 

 


정사각형의 광장은 매우 넓다. 300년에 걸쳐 지어진 대성당, 정부청사인 국립궁전, 멕시코시티 시청사가 각 면에 위치하고 나머지 한 면에는 호텔과 상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 광장에 아스텍이 멸망하고 정복자 코르테스가 총독부를 세웠으며 스페인에 독립하고 혁명까지 치루는 7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10월 12일 원주민의 날에 모인 원주미 여인들

 

 

지금도 땅을 파면 우수수 쏟아지는 보물들이 툭하면 뉴스를 장식한다. 1970년대 초 지하철 공사를 하다 발견된 대신전은 아스텍 사람들이 멸망의 시기를 늦춰달라고 신에게 인신공양을 하던 곳으로 대성당 옆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아스텍 시대엔 호수물이 찰랑이던 섬이었지만. 국립궁전의 벽에는 멕시코 역사를 그림으로 전하는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가 있다.

 

                피노 수아레스 지하철 역사에서 발굴된 코르테스와 목테수마가 만난 단

 

                                         리베라의 벽화 "스페인인의 도착"

 

 

아스텍의 사제들(뭐, 무당이라고나할까) 

 

사제의 영혼 정화 의식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펼쳐지는 국기 하강식

뚜리부스는 계속해서 광장주변의 아스텍 유적지를 돌고난 후 다시 레포르마 대로를 따라내려 와 멕시코시티의 허파라 불리는 차풀테펙 공원에 들어간다.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3섹션으로 나뉘는 공원은 아스텍제국의 황제들이 즐겨 찾았던 휴양지답게 숲을 이룬 아름드리나무들이 신선한 산소를 뿜어낸다. 이곳은 그 당시는 호수를 벗어난 육지였다. 디에고 리베라의 유명한 작품이 있는 옛 수도건물을 지나 시작점으로 되돌아온다.


 

리베라의 조각 까르까모

 

리베라의 벽화

 

제 2노선은 콘데사에서 내려 갈아탄다. 이 노선은 멕시코시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40km의 인수르헨떼스 대로를 따라 남부로 내려간다. 인수르헨떼스 남쪽 길은 유명한 식당과 바, 디스 텍 등이 몰려있어 낮에도 사람이 많지만 밤이면 더 흥청댄다. 코르테스는 육지에 속했던 산 앙헬꼬요아깐에 별장과 또 다른 총독부 건물을 지었다. 이곳엔 여전히 식민지시대의 고풍스런 저택들과 공원이 있어 멕시코의 내노라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살아 유명한 스튜디오와 박물관들이 즐비하다. 프리다 칼로의 생가도 이곳에 있다. 인수르헨떼스 거리를 내려가다보면 시케이로스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이 장식된 건물들이 나온다.

 

                                      시케이로스 문화관 외벽

 

 

인수르헨떼스 대로는 2006년부터 멕시코시티의 야심작인 메트로부스가 다니면서 6차선이 8차선이 되었다. 메트로부스는 도로 가운데 버스전용노선으로 만든 버스로 매일매일 엄청났던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가난한 시민들의 발이 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더 내려가면 학생 수 40만 명에 교수 2만5천명의 세계 최대 대학 도시인 UNAM을 지난다. 규모로 말하자면 하나의 위성도시다. 이곳에는 멕시코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도서관 건물 벽에 그린 벽화와 시케이로스의 벽화가 유명하다.

 

UNAM의 도서관 벽화


도시의 끝인 뜰랄빤 역시 식민지 풍으로 오래된 명성의 식당들이 즐비하다. 뜰랄빤의 입구에는 유기견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세운 떠돌이 개 동상이 서 있다. 짧은 시간동안 안전하게 멕시코시티를 즐기려면 뚜리부스를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