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멕시코 회색고래 이야기

미키라티나 2007. 1. 17. 02:36

   고래는 바다 속에 살지만 물고기가 아니고 숨을 쉬는 포유동물이다. 머리 위에 붙어 있는 숨구멍을 통해 숨을 쉰다. 크게 식생습관에 따라 이빨이 있는 범고래나 돌고래 등 육식을 하는 종과 회색고래처럼 이빨이 없이 크릴과 같은 작은 새우류를 먹는 종으로 나뉜다. 그들은 임신을 해서 새끼를 낳고 새끼가 다 자랄 때까지 수유를 해서 키운다. 물론 고래 몸속에는 따뜻한 피가 흐른다.

 

   물고기는 옆으로 꼬리를 저어 돌아다니지만 고래는 아래위로 꼬리를 저어 수영을 한다. 고래의 크기는 보통 15m에서 33m(청색고래)까지 자란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포유류로 몸무게가 35톤에서 130톤까지 이른다.

 

 

 

고래 뛰어오르기

 

    고래들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가족으로 또는 그룹으로 단위를 지어 수온의 변화나 먹이의 이동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고 다닌다. 그들은 특유의 소리나 노래로 그룹간의 의사소통을 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고래들은 높고 낮은 음정과 다양한 음색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길게는 10분 정도 노래를 하기도 하고 여러 번 같은 소리를 몇 번이나 정확하게 반복한다고 한다.

 

 

항공에서 내려다 본 고래...모두 네마리...큰 새우같다.

 

 

회색고래, 귀신고래는 한 형제

 

   우리나라에서는 귀신고래라 부르는 회색고래는 해마다 추운 겨울에 북미알래스카 주변의 베링 해와 축치 해에서 12,000km에서 9,500km를 내려와 그보다 따뜻한 바하칼리포르니아 남부 주(북부 주는 춥다)의 세 호수에 머물다 돌아간다. 고래들은 시속 7km에서 18km로 헤엄쳐서 멕시코해안까지는 약 2달 정도 걸린다.

 

 

게레로 네그로를 지나는 멕시코 1 번 고속도로.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에 들어서면 해안선을 따라 자신들에게 적당한 수온을 가진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 주로 내려온다. 회색고래들이 머무는 장소는 모두 태평양에 위치한 게레로 네그로에 있는 라구나 오호스 데 리에브레(산토끼의 눈 호수)그보다 더 아래쪽에 있는 라구나 데 산 이그나시오, 라 빠스에서 260km 북서쪽에 위치한 바이아 막달레나 등 세 개의 석호다.

 

 

게레로 네그로 마을 진입로 입간판

 

 

   이중에서 오호 데 리에브레와 산 이그나시오가 포함된 2500만 헥타르의 비스까이노 생태보호지를 1993년 유네스코는 세계생태보호지로 지정한다. 이곳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규모다. 따라서 바하칼리포르니아 남부 주 대부분 도시들의 입구에 있는 조형물이나 상징물들은 고래 특히 두 갈래로 갈라진 고래꼬리다. 도시의 대로 이름도 고래길, 돌고래길, 상어길 하는 식으로 바다생물들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 게다가 각종 홍보물의 앰블렘도 귀여운 고래모양이다. 멕시코 주변 바다에서 목격되는 고래의 4/3이 바하칼리포르니아에서 발견된다. 바하칼리포르니아 주 사람들의 고래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바하칼리포르니아 남부주의 주도 라 파스 시의 상징 "고래 꼬리"

 

   해마다 9월말에서 10월 중순에 알래스카에서 내려 온 회색고래는 10월 말부터 이곳에서 첫 고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12월 말경에서 4월 초까지 따뜻한 이곳에서 머물며 짝짓기와 해산 그리고 육아를 한다. 회색고래는 임신 기간은 12개월이다. 이곳에서 짝짓기를 하고 그 후년에 돌아와 해산을 한다. 즉 회색고래들에게 있어서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 주는 그들의 ‘성소’다. 물론 회색고래만 오는 것은 아니다.


 

   회색고래 엄마와 아기

 

 

    고래 종류는 많지만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서 만져 볼 수 있고 놀 수 있는 고래는 회색고래뿐이다. 그리고 고래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알래스카, 남아프리카, 아르헨티나 등 여러 곳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남부 주가 유일하다.

 

 

회색 고래의 이동 경로

 

   호기심이 많고 순한 회색고래는 투어 배 근처에 다가와 고개를 쑥 내밀고 관광객들을 쳐다본다. 그러면 사람들이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입안에 손을 넣기도 하며 사람들과 장난을 친다. 이렇게 장난을 치다보면 고래들이 야생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마치 애완용 고래와 노는 기분을 느낀다. 신기한 것은 그처럼 배 가까이에서 장난을 치지만 사람들이 탄 배를 절대로 뒤집지 않는다. 대부분은 커다란 고래를 그렇게 가까이 보긴 정말 처음일 것이다.


 

재롱둥이 아기 고래

 

 

모자로 장난치는 어부와 아기 고래

 

    겨울 내내 고래를 볼 수 있지만 가장 고래를 많이 관찰할 수 있는 시기는 새끼를 낳은 이후 어미고래와 새끼고래가 함께 돌아다니는 2월이다. 3월부터 다시 북상하기 시작하여 4월 초에는 모든 고래가 되돌아간다. 간혹 5월 중에도 처진 고래를 볼 수 있기는 하다. 40톤에 이르는 몸무게의 고래가 혼자 와서 갈 때는 새끼를 데리고 간다.


 

바하칼리포르니아 주에 있는 원시인들의 동물 벽화...왼쪽에 고래 그림

 

세상에서 가장 큰 염전

 

   바하칼리포르니아 북부 주와 남부 주의 경계선에 자리한 게레로 네그로는 원래 염전 때문에 발전하기 시작한 작은 어촌이다. 42만 헥타르의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천연염전이 있으며 이곳에서 9km 더 들어가면 오호스 데 리에브레 호수가 있다. 1954년에 설립된 Exportadora de Sal이라는 회사가 들어서면서 게레로 네그로가 회색고래의 성소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대규모 염전

 

  소금회사는 지분이 51% 멕시코, 49% 미쯔비시에게 있는 합작회사로 매년 2억 톤을 생산한다. 총 58개의 염전이 있고 하나의 염전마다 바닷물을 막아 태양열과 바람에 6개월 정도 건조시켜서 8만에서 10만 톤의 소금을 만든다. 하루에 3만 톤을 걷어내며 1년에 약 8백만 톤을 생산해서 한국,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남미 등지에 수출한다. 대부분 산업용소금으로 양이 엄청나게 많아 소금 걷는 일부터 소금 실어 나르는 일, 소금 씻는 일, 배에다 선적하는 일 등등 대부분 작업을 기계로 한다. 염전은 회색고래의 성소가 있는 호수를 끼고 있다.

 

 

대규모 염전

 

   회색고래를 보기위해서 반드시 통과하게 되는 이 소금밭 때문에 소금회사는 염전이 자리한 이곳 생태공원의 회색고래를 비롯하여 리에브레라 불리는 산토끼, 여우, 철새, 거북이, 어류 등 50여 년 동안 자연보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소금회사에서 하는 보호활동도 눈이 부시다. 1957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회색고래를 비롯하여 철새와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고 개체수를 확인하여 기록해 놓았다. 61종 철새를 포함한 192종의 조류(1년에 약 12만 마리), 97종의 포유류, 43종의 파충류해서 모두 308종의 육지와 바다 생물을 보호하고 있다.

 

    1947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곳에 온 회색고래는 약 500 마리. 그러나 지금은 약 2000 마리 이상을 헤아리며 전체 회색고래 수는 약 26,000에서 28,000마리라고 한다. 이처럼 고래보호에 힘쓴 결과 개체수가 변화하는지 증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회색고래의 경우 오호스 데 리에브레 호수와 게레로 네그로 호수 그리고 산 이그나시오 호수의 회색고래를 보호 관찰한다. 2003년 겨울에는 모두 1175마리(401쌍+373)가 파악되었다. 2004년 겨울에는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에서는 2011마리, 산 이그나시오 호수에서는 258마리, 막달레나 호수에서는 190마리 로 측정되었다.

 

 

비스까이노 사막에 널린 오래오래 된 고래 뼈 화석

 

    해가 거듭할수록 고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기록으로 볼 때 강력한 엘니뇨가 있었던 1997년에는 회색고래가 모두 1572마리였으나 이후 엘니뇨에 의해 새우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그 영향으로 고래들이 영양실조로 99년 2월과 2000년 가장 많이 죽었다.

 

 

게레로 네그로

 

 

게레로 네그로 마을

 

 

  게레로 네그로의 사람들이 회색고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80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어부들은 회색고래가 이곳에 와서 짝짓기도 하고 새끼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여기서 고래잡이를 했다. 당시에는 석유가 나오기 전이라 고래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그리고 고래 뼈와 고래수염(정확히는 수염이 아니라 새우 걸러먹는 입안)을 이용해서 우산대, 코르셋, 머리빗 등을 만들고 고기는 고양이 밥으로 줬다. 이곳에서 고래대학살이 있었고 이 고래살육은 19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당시 회색고래 개체 수는 겨우 500여 마리. 오늘날에는 26,000 마리를 헤아리고 해마다 게레로 네그로로 내려오는 고래 수는 약 2천 마리 이상이다.

 

 

고래 수염(입안)

 

 

게레로 네그로

 

 

   왜 회색고래들은 게레로 네그로에 모여들까? 알래스카를 떠난 회색고래들은 해안선을 따라 육지와 아주 가까이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암놈들은 2~3년 터울로 새끼를 가진다. 오호스 데 리에브레 호수의 물 온도는 약 14~16도이며 수심은 15~18m(산 이그나시오 호수는 20~25m)로 새끼를 낳고 키우기에 적당한 수온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호수에 도착한 암놈들은 새끼를 낳고 키우고 홀로 온 고래들은 짝짓기를 한다. 이렇게 임신을 한 고래는 이듬해에 다시 이곳을 찾아 새끼를 낳는다.


 

재롱떠는 아기 고래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는 모두 여섯 구역으로 나누어 고래개체수를 관찰한다. 보통 3 지역에 새끼와 함께한 어미가 많이 보이며 2와 6지역에서는 짝짓기 하는 고래들이 많이 발견된다. 고래가 짝짓기를 할 때는 절대 근처에 가서는 안 된다. 보통 한 마리의 암놈에게 두세 마리의 수놈이 접근하여 서로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을 하는데 그 몸부림으로 주변의 물속이 마치 폭풍처럼 뒤집어진다. 호수주변에는 죽은 아기고래와 고래 뼈들이 널려 있다.

 

 

고래 뼈 잔해...호수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산 이그나시오 호숫가의 고래 뼈

 

 

   회색고래는 바다 모래바닥에서 모래를 집어 삼키며 그 속에 있는 작은 새우를 걸러 먹는다. 다만 짝짓기를 하거나 새끼를 키우는 어미고래들은 서너 달 동안 전혀 먹지를 않는다. 물론 멕시코의 호수에는 고래먹이인 새우가 없다. 모래바닥에 있는 새우를 먹느라 옆으로 입을 대고 모래와 새우를 들이킬 때 바닥에 있던 말미잘 류가 몸에 붙게 된다.

 

 

회색 고래 등에 붙어 사는 갑각류

 

 

    감히(!) 고래 등에 붙어 공생하는 삿갓모양의 조개 이름은 새우나 게의 친척으로 발라노스 그리고 고래 등에 붙어사는 기생충은 삐오호스라고 한다. 회색고래를 가까이 보면 온몸에 가득 하얀 따개비 같은 발라노스가 잔뜩 붙어있다. 이것이 죽어 떨어진 자리가 하얀색이 되면서 사람의 지문처럼 세상에 하나뿐인 회색고래의 무늬가 된다. 이 무늬가 회색고래를 같은 고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게 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해마다 호수를 찾은 고래들의 사진을 찍어 그 고래가 다시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또 다른 호수 산 이그나시오는 몹시 춥다. 12월에는 영하지만 4월 이후부터 더워져 최고 47도에 이르기도 한다. 고래는 12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볼 수 있으나 가장 좋은 시기는 새끼가 태어나는 2월경이다. 오호스 데 리에브레 보다는 산 이그나시오 호수가 더 작지만 고래를 만나는 조건은 더 좋다. 바람이 거의 없어 늘 잔잔한 호수 표면에서 평화스런 고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 입구

 

 

    하지만 산 이그나시오 마을에서 산 이그나시오 호수까지 가는 길은 약 두어 시간 들어가는데 비포장도로라 너무 험하고 숙소나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전화나 전기, 수도 등 편의시설이 없다. 고래연구를 위해서는 방갈로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열악한 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전용크루즈나 전용비행기를 타고와 편의시설이 설치된 임시방갈로에서 머물면서 고래투어를 한다. 보통 3박 4일의 고래 투어 프로그램에 1인당 2000불 정도다.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 고래 보러 가는 길

 

 

   이곳의 바닷물의 농도 짙은 염분이 갓 태어난 아기고래가 얼른 첫 숨을 쉴 수 있도록 잘 뜨게 도와준다. 이곳 호숫가에도 밀려와 하얗게 빛이 바랜 고래 뼈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게레로 네그로나 산 이그나시오 근처의 마을들 입구나 공원, 중요한 건물들 앞에는 고래 뼈가 통째로 전시되어 있다. 한국 귀신고래의 고향이라는 울산의 박물관에 가짜 고래 뼈가 전시된 현실을 생각하면 참 부러운 일이다.

 

 

게레로 네그로 마을 공원의 고래 뼈

 

   고래투어는 72년부터 시작되어 8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사람들이 회색고래의 순한 성질을 알면서 가까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절대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장난을 치기도 하는 이 커다란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져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한...이것이 고래투어상품의 큰 메리트다. 지금은 고래투어전문여행사가 여러 곳이다. 어부들은 대부분 어업 종사에 종사한다. 고래가 와서 머무는 동안에도 어부들은 바다 속에 들어가 조개를 캐고 고기를 잡는다.

 

 

흩어진 고래 뼈

 

   비행기를 타고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고래들이 마치 조그만 물고기처럼 보인다. 바다가 얼마나 큰 지를 실감한다. 이렇게 정성들여 새끼를 키워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회색고래들은 알래스카로 돌아가는 길에 상어나 범고래의 공격으로 새끼를 잃기도 한다.

 

 

항공에서 내려다 본 고래 두마리

 

 

끝없이 이어지는 소금밭을 지나

 

 

   게레로 네그로에서는 1월에서 3월동안 회색고래 관광을 할 수 있다.(투어 비 450뻬소) 그 기간 내내 고래를 볼 수는 있지만 2월이 가장 피크다.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그리고 11시에서 3시까지 두 번 투어가 있다. 그러나 염전 안에 있는 방문자센터(차로 40분소요)에서는 하루 종일 해지기 전까지 언제라도 배를 타고 나갈 수 있다. 고래를 관찰하기 위해서 들어갈 수 있는 관광객의 배가 16대 정도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2월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배를 탈 수가 없으므로 이 기간에 게레로 네그로를 간다면 방문자센터를 가도록 한다.

 

 

회색 고래 뼈

 

     회색고래투어는 국제고래보호협회와 멕시코정부의 고래보호프로그램에 따라야 한다. 투어를 떠나기 전 우리가 만날 회색고래 생태와 역사 그리고 주의할 점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는다. 중요한 것은 회색고래는 아주 친근감이 있고 그리고 스스로 배 가까이로 다가온다는 것. 절대로 고래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 것 등등. 게레로 네그로 시내에서 호수까지 차로 약 30분 그 다음에 배를 타고 고래 있는 호수까지 약 30분 정도 들어간다.

 

 

 회색 고래 보러 가는 길

 


  고래 보러 가는 길에 염전을 지나간다. 전봇대가 줄을 지어 서있는 하얀 길을 따라 달린다. 관리자가 출입을 통제하는 문을 지나 한참을 들어간다. 길 양옆으로 분홍색 물결이 출렁이는 커다란 호수가 있고 호수 가장자리는 하얗게 거품이 인다. 이것이 하나의 염전이라는데 그 하나가 끝도 없이 크다. 물이 찰랑거리는 것은 바닷물을 넣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염전이다. 햇볕과 바람에 말라 소금이 될 때까지 약 6개월 정도 지나야 한다. 분홍호수들을 지나고 나니 곧 하얀 사막평원을 달리고 있다.


 

 

커다란 소금 운송차

 

    이것이 온통 소금이란 말인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눈 밭 같다. 그 눈밭의 지평선 부분에 검은 물체가 아스라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물체는 쉼 없이 왔다갔다 바삐 움직이는 커다란 기계다. 거울처럼 그 모습을 비추는 소금밭. 사람 손을 일일이 소금을 담기에는 그 규모나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기계로 소금밭을 일구고 그것을 기차처럼 여러 개 연결된 소금운반차에 기계가 퍼 담고 소금야적장에 가져가는 것이다.

 

 

거대한 소금 야적지

 

   소금밭에 서면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구름 한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 그대로 태양빛에 노출되어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소금평원에서 맨눈으로는 몇 분도 버틸 수가 없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쓰라고 했구나. 소금밭을 걸어보니 발아래에서 부스러지는 소금 소리가 상쾌하다. 생각보다 단단하고 입자가 매우 크다. 육각형의 막대 결정들이 모여서 덩어리를 이룬 소금이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예쁘다. 몇 개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전혀 가공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수출한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 소금평원 지평선에 아스라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전선이 낮게 깔린 염전

 

    차를 타고 나와 야적장으로 간다. 멀리서 거대한 하얀 언덕이 보인다. 가까이 가니 소금 산이다. 소금밭에서 걷은 소금을 이곳에 싣고 와 쏟아 부으면 물로 더러운 이물질을 한번 걷어낸다. 걷어낸 소금을 쌓아 놓은 것이 이 소금 산이다. 올라가는데도 한참을 걸린다. 소금산위에서는 기계 두 대가 소금을 밀어내고 또 퍼 올린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소금은 그래도 바로 옆 바다위에 떠 있는 커다란 바지선에 그대로 떨어진다. 평평한 바지선에는 또 다른 평평한 소금 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소금들이 다시 큰 배로 옮겨져 그대로 수출될 것이다. 태평양 바닷물에서 나온 소금이 태평양을 지나 다른 나라로 가는구나.   

 

 

염전의 커다란 소금운반차

 

 

거대한 소금 야적지

 

    소금 산을 지나 선착장으로 가는 방파제 길에는 여기저기 조개껍질이 흩어져 있다. 갑자기 물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길 위에 무엇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내려와 물고 다시 날아가는데 그게 조개다. 조개를 물고와 공중에서 떨어뜨린 후 조개 살을 먹고 난 흔적들이 길 위의 조개껍질들이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전봇대처럼 보이는 긴 장대들이 늘어서 있고 그 위에 둥지들이 보인다. 염전회사에서 물수리 둥지용 장대들을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소금 산

 

 

    회색고래를 보기위해서 반드시 통과하게 되는 이 소금밭과 소금 산 때문에 소금회사는 염전이 자리한 이곳 생태공원의 자연 보호에 특별히 회색 고래를 비롯하여 리에브레라 불리는 산토끼, 여우, 철새, 거북이, 어류 등 49년 동안 힘을 기울이고 있다.

 

 

광경 배와 머리 내민 고래

 

 

고래 쓰다듬기

 

   선착장에 도착해서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 한 배에 약 10명씩 자리를 잡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뭇잎 같은 조그만 모터 배를 타고 자아~ 떠나자~고래~ 잡으러~가 아니고 고래 만나러 간다.

 

가는 길에 손바닥만한 부표위에서 열댓 마리가 서로 겹쳐져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바다사자 가족들을 먼저 만난다. 반갑다고 꾸악꾸악 소리를 지른다.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 가는 길의 바다 사자들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하얀 모래사막들 옆을 지나 한참을 들어가니 멀리 해안선이 마치 둥글게 팔을 벌려 안고 있는 형상의 바다가 나온다. 회색고래의 성소다. 우리처럼 투어를 온 배들이 멀리 점점이 보인다. 이 친구들은 언제 나타날까. 나타나긴 하는 걸까.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잔잔한 수면을 뚫어져라 두리번두리번. 그러나 회색고래들은 그들을 찾아온 사람들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다.

 

 

    멀리서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가 하더니 이내 검은 물체가 솟구쳐 오른다. 고래다!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고래들이 바위만한 검은 등을 내어 놓거나 두 갈래로 갈라진 꼬리를 보이며 잠수하면서 배 주위를 왔다 갔다 한다. 우리 배 주변에 왔다 갔다 하는 고래들 만해도 어림잡아 스무 마리는 넘을 것 같다.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지. 말로만 듣던 고래를 내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 말이다.

 

 

 

 엄마와 아기 고래

 

 

고래 꼬리

 

 

배로 다가가는 아기 고래

 

 

배로 다가가는 엄마와 아기 고래

 

 

아기 고래

 

 

분수처럼 물 뿜는 고래 숨쉬기

 

 

어부 아저씨의 다정한 손길

 

 

고래 꼬리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엄마와 아기 고래

 

 

고래 지느러미

 

   고래가 배아래 있다는 다른 배의 연락을 받고 그 근처로 갔다. 아이들이 타고 있는 배다. 아이들은 고래를 만지려고 있는 힘껏 손을 뻗고 물장구를 치고 있다. 저러다 배 뒤집어지면 어쩌나. 또는 고래가 배를 뒤집지는 않을까 겁도 나지만 웬걸...덩치 큰 고래는 배 앞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배 아래로 쑥 들어가 어디로 갔나하고 찾으면 갑자기 배 뒤에서 쓰윽 나타난다. 이 친구도 장난이라는 걸 아는지. 마치 돌고래와 노는 것 같다. 회색고래의 크기는 13m에서 18m 정도고 무게는 15톤에서 40톤 정도로 다른 고래들에 비하면 그리 큰 덩치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배 가까이 다가오는 그 덩치는 우리가 타고 있는 배보다 두 세배는 더 커 보인다.

 

 

회색 고래

 

 

고래 꼬리

 

 

고래 지느러미

 

 

관광객과 아기 고래

 

 

아기 고래

 

 

물속에서 솟구치기 직전

 

 

아기 고래

 

 

배로 다가오는 아기 고래

 

 

회색 고래

 

 

분수처럼 뿜어내는 고래 숨쉬기와 이를 보고 즐거워하는 관광객들

 

 

   사람들이 고래를 부르려고 뱃전에 몰려 손으로 물장구를 치면 고래가 올라와서 푸우 하고 물을 뿌린다. 머리 위에 숨구멍이 두개 있다. 머리를 내밀어 가만히 있다. 마치 이 사람들이 누군가 하고 쳐다보는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따개비처럼 생긴 하얀 물체들이 온 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고래 원래 몸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운데 몸에 잔뜩 붙어 있는 하얀 따개비들과 어울려 회색으로 보이는 것 같다.

 

 

고래등에 기생하는 갑각류

 

 

고래 지느러미

 

 

고래 숨구멍

 

 

고래 숨쉬기

 

 

나란히 숨쉬는 엄마 고래 아기 고래

 

 

고래 숨구멍

 

 

고래를 만졌을때 탄력있는 부드러운 고무공을 만진 느낌

 

 

나란히 떠오른 엄마 고래 아기 고래

 

 

수면 아래 고래 꼬리

 

 

배 아래 있는 아기 고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아기 고래

 

 

약올리는 아기 고래

 

 

귀염둥이 아기 고래

 

   하얀 따개비들 때문에 도대체 눈이 어디 붙어 있는지 구분이 안 된다. 고래의 표정이 보일 리가 없지만 아하! 이 친구가 우리랑 놀려고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다른 곳에 있던 배들이 하나둘 몰려든다. 배 네댓 척이 고래가족을 둘러싸면 가운데 있던 고래는 신이 났는지 이 배에 다가갔다가 저 배에 다가갔다가 중간에 왔다가 배 아래로 들어갔다가 다시 오르고 한다. 고래를 만져보려고 손을 뻗은 사람들 앞에서 푸~하고 숨을 내쉬면 분수처럼 물이 튀어 사람들을 적신다.

 

 

엄마 고래 등에 머리를 올리고 쉬고 있는 아기 고래

 

 

배 옆의 고래 꼬리

 

 

어부에게 다가가는 아기 고래

 

 

아기 고래 숨구멍

 

 

배 아래의 아기 고래

 

 

고래 숨구멍

 

 

고래들의 몸부림

 

 

아기 고래

 

 

고래 꼬리

 

 

숨쉬는 아기 고래

 

 

   사람들은 처음 고래를 볼 때의 두려움과 신기함은 사라지고 고래에게 애정표시를 하고 싶어 손을 뻗어 고래를 쓰다듬는다. 특히 아이들은 기뻐서 소리를 지르며 더 적극적으로 고래를 부른다. 고래도 아이들이 좋은지 아이들이 타고 있는 배에 한참을 머문다. 모두들 고래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심지어 만지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한 모양이다. 돌고래와는 다른 길들일 수도 없는 야생고래를 만져보다니. 꿈같다. 오늘 밤에는 고래 꿈을 꿀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