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멕시코 연말연시 풍습과 해돋이

미키라티나 2007. 1. 8. 10:33

12월은 전 세계가 그러하듯이 멕시코도 전국에서 많은 축제가 펼쳐진다. 그 시작이 12일로 이날은 멕시코 인들의 수호성모인 과달루뻬 성모의 날이다.


12월 둘째 주 주말이 되면 거의 모든 관공서, 회사, 공장 심지어 중심가의 일부 식당과 상가도 일제히 문을 내리고 휴가에 들어간다. 보통 다음해 1월 6일까지 휴가가 이어진다. 따라서 공항이나 버스터미널은 가족들에게 안겨줄 선물꾸러미를 한 아름 들고 고향으로 가려는 사람들과 휴가를 보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으며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크리스마스 꽃 노체부에나 즉 포인세티아...멕시코가 원산지


장사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1년 중 가장 큰 대목을 보는 것이 이 기간이라고 한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1년 치 장사를 12월에 한다고도 한다. 그만큼 크리스마스 기간이 가진 의미는 크다.


늘 차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던 멕시코시티는 사람그림자 보기도 힘들만큼 텅 비어 적막하다.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는 공휴일로 이브나 크리스마스에는 거리에 연인과 친구, 가족들이 재미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쏟아져 나오지만 멕시코시티에서는 중심가에 사람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정찬에 빠질 수 없는 칠면조...멕시코가 원산지.

 

 

     칠면조를 요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육질연화제와 주사기


식당, 카페, 햄버거와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 점, 가게, 약국 모두 문을 닫는다. 심지어 늘 사람들로 붐비던 바나 디스코텍조차도. 한마디로 유령의 도시처럼 을씨년스럽다. 우리나라 설날 도심지풍경을 연상하면 된다. 이 기간에 멕시코를 방문하는 사람은 24시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열린 식당을 찾는 것은 물론 이동하는데도 애를 먹는다.


16일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까지 9일간은 일년 행사 중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축제주간으로 페리아 데 라 뽀사다라고 한다. 이는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 가는 여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파티가 벌어진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독특한 것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친지나 친구들을 초대하여 함께 음식을 나누며 마치 우리네 설날에 하는 윷놀이처럼 온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하는 멕시코 판 전통인 삐냐따깨기 놀이다.

 

 

    불티나게 팔리는 삐냐따들과 노체부에나


20일 학교는 짧은 겨울방학에 들어가 이듬해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이 지난 다음 개강한다. 참고로 ‘동방박사의 날’은 멕시코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성경에 나왔던 가스파르, 멜초르, 살라사르 등 세 명의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선물을 바쳤던 것에 유래하여 어린이들은 각각 하나씩 모두 세 개의 선물을 받게 된다. 이때는 멕시코에서 연 중 가장 장난감이 많이 팔리는 시기이며 자녀들을 많이 둔 부모의 허리가 휘청하는 날이기도 하다. 22일 동지에 겨울이 시작된다. 28일은 만우절이다. 재치 있는 거짓말로 하루를 재미나게 보낸다.


  때리고 부시고, 뽀사다와 삐냐따


오늘날은 종교를 초월해서 세계인의 축제가 된 크리스마스풍경은 한국이나 멕시코나 큰 차이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멕시코시티에는 하얀 눈이 없어서 조금 더 춥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이미 11월부터 집집마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장식이 시작된다. 택시를 타거나 상점을 가거나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만 마주쳐도 모두 펠리스 나비닫!(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인사를 한다.


이 시기의 시장과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꽃인 노체부에나(크리스마스이브를 나타내는 단어이자 포인세티아)와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신구가 팔린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1년 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우리가 설날에 윷놀이를 하듯이 함께하는 삐냐따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삐냐따를 가득 싣고 가는 차

 

오늘날 전국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파티인 뽀사다는 멕시코시티에서 87km 떨어진 산 아구스띤 아꼴만에서 시작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1587년 디에고 데 소리아신부는 교황 식스투스 5세로부터 누에바 에스빠냐에서 매년 16일부터 24일 사이에 연말 미사를 행하라는 교서를 받았다.


사실 이 기간에는 아스떼까의 주신이자 전쟁의 신인 위찔로뽀츠뜰리(남쪽 벌새)의 탄생을 기리는 축제가 있었다. 따라서 사제들은 원주민들을 그들이 믿는 신을 멀리하고 자신들의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이 기간에 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스페인 정복자 그리할바의 기록에 따르면 아꼴만의 미사는 누에바 에스빠냐에서 최초로 울려 퍼진 찬송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해가 거듭될수록 뽀사다는 오늘날까지 지속되며 현실화 되었다.


한편, 사제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꼴만에서는 오늘날까지 매년 이 기간동안 위칠로뽀츠뜰리를 위한 축제를 지내며 이때 푸른 옥수수에 마게이의 검은 꿀로 장식한 쏘아뜰이라는 작은 우상을 세운다. 기독교 최대의 명절인데 말이다.


그와 함께 24일부터 그해의 마지막 날까지 집이나 파티에서 삐냐따 깨기를 한다. 삐냐따는 일곱 가지 원죄를 상징하는 일곱 개의 뾰족한 종이 삼각뿔이 사방에 장식된 별 모양의 진흙 혹은 두꺼운 종이로 만든 커다란 항아리다.

 

 

    화려한 삐냐따들


별 모양의 삐냐따 뿐 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만들어 겉에 사탄 또는 악령을 의미하는 화려한 알록달록한 색종이와 반짝이로 옷을 입히기도 한다. 항아리 안에는 이 땅의 즐거움을 상징하는 레몬, 오렌지, 살구와 비슷한 떼호꼬떼 등의 과일을 비롯하여 견과류, 말린 과일, 과자, 캔디 등 달콤한 것으로 속을 채운다.

 

 

    커다란 삐냐따와 내용물 장식


사악한 영혼을 부순다는 의미를 가진 놀이로 사람들은 눈을 가린 채 악에 대항하는 선, 지상의 나쁜 열정과 유혹에 대항하는 믿음의 상징으로 삐냐따를 깬다. 삐냐따를 긴 줄에 달아 늘어뜨린 다음 어린아이부터 막대기를 들고 삐냐따를 때리기 시작한다. 먼저 눈을 가리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린 다음 막대기를 들고 휘두르면 어쩌다 삐냐따에 맞게 되고 깨지기도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

 

 

    삐냐따 깨기


옆에서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응원가를 불러준다. 달레, 달레, 달레~...하고.(dale, dale, dale, no pierdas el tino, porque si lo pierdes, pierdes camino. 쳐라. 쳐라. 쳐라, 망연자실 하지 말고 그것을 치도록 노력해. 그것을 잃어버리면 네 길을 잃게 될 테니까)’라고. 삐냐따가 깨지면 구경하던 가족들이 모두 와 하고 덤벼서 흩어진 내용물들을 주어 가진다.


새해를 맞는 멕시코 사람들은 여러 가지 풍습을 지킨다. 31일.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커다란 가방을 싼다. 가방을 끌고 집 주변 동네 한바퀴를 돌고 집으로 들어온다. 이는 지나가는 해의 나쁜 것들을 모두 싸서 밖에 버리고 행운을 가득 담아 돌아온다는 의미가 있다. 문에 동전 12개를 붙이고 신발에도 동전을 넣어 신는다. 이는 새해에 많은 돈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밤. 방마다 촛불을 켜서 가정의 평화를 기원한다. 스페인의 영향으로 자정 12시가 울리면 종이 칠 때마다 포도를 한 알씩 먹는다.


재밌는 것은 연말의 수퍼마켓이나 시장에서는 색색의 속옷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빨강, 노랑, 초록, 하양 등. 새해 아침에 빨강 속옷을 입는 것은 새해에 사랑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고 노랑 속옷은 부를 불러온다고 믿는다. 초록은 건강을 그리고 하얀 속옷은 결혼을 상징한다. 그리고 솜털이 보송보송한 양을 사다 집에 둔다. 양은 스페인어로 “라나lana". 라나는 부를 의미한다. 스페인어로 라나, 플라따plata는 지금도 돈을 의미하는 단어다. 예전에는 양털이나 은이 큰 재산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달력은 태워서 새해에도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풍습도 있다.

 

 

     새해 아침에 입는 소망의 속옷


필자는 지난 1월 1일 멕시코의 동쪽 해변인 멕시코 만 최북단에 위치한 바그다드 해변(playa Bagdad)에서 2007년의 떠오르는 첫 태양을 맞았다.


멕시코 북부에 위치한 멕시코 세 번째 도시인 몬떼레이에서 한달 째 머물고 있다. 몬떼레이는 보세가공 산업단지 즉 마낄라도라가 많은 곳이라 멕시코에서 가장 산업 활동이 활발한 도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물가도 매우 비싸다. 국경도시인 누에보 라레도 시와 레이노사 시까지 고속도로로 두 시간이면 닿는다.

 

 

      몬떼레이 진입 직전 고원 사막과 야쟈 선인장

 

 

      항공에서 내려다 본 몬떼레이 시 주변의 마낄라도라

 

 

      몬떼레이 시의 상징 의자 산(말안장을 의미)

 

 

     의자 산

 

 

     의자 산

 

 

    의자 산

 

 

     의자 산

 

 

     의자 산

 

 

     의자 산을 본뜬 꼬로나 맥주 광고

 

 

     몬떼레이 시의 화려한 장식

 

 

     몬떼레이 시의 상징 탑

 

 

     마르꼬 박물관

 

 

      몬떼레이의 특미 염소 구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 동쪽 즉 멕시코 만 쪽으로 길을 나섰다. 멕시코에서 가장 먼저 뜨는 태양은 카리브해의 세계적인 휴양지 깐꾼에 있는 이슬라 데 무헤레스에서 만날 수 있다. 레이노사 시를 지나 마따모로스 시까지 5시간을 달려간 후 그곳에서 다시 30분을 들어가면 바그다드 해변이 나온다. 바그다드 해변?


누에보 라레도, 레이노사나 마따모로스 도시는 한 많은 리오 브라보가 지난다. 강 가운데로 국경이 지나는 것이다. 강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폭이 너무 좁다. 가끔 얕은 곳이 있어 일명 꼬요떼 혹은 뽀예로라 불리는 브로커들이 돈을 받고 불법입국자들을 미국에 데려다주고 있다. 하지만 잘못 넘다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잘 알려진 대로 멕시코사람들은 물론이고 중남미사람들이나 중국사람, 조선족 심지어 한국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누에보 라레도 국경

 

 

      누에보 라레도 멕시코 측 국경 이민국

 

 

       레이노사 국경다리

 

 

       레이노사 국경 다리의 리오브라보

 

 

      레이노사 국경 


국경에 사는 많은 멕시코 사람들이 강 건너 미국으로 합법적으로 출퇴근 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미국 이민국을 통과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지만 미국에서 멕시코를 넘는 것은 아무 제재가 없다. 그래서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미국 범법자들이 죄를 저지르고는 “멕시코로 가자!”를 외치는 것이다.

 

 

      몬떼레이 주변 고속도로

 

 

     마따모로스로 가는 톨 게이트

 

 

       거리에서도 삐냐따를 팔고

 

 

      삐냐따 가득 싣고 파티하러 가시나...

 

 

      마따모로스 시

 

 

       마따모로스 국경

 

 

      마따모로스 국경을 넘으면

 

 

      이처럼

 

 

      차도와 인도가 있는 다리가 나온다

 

 

      마따모로스 국경다리를 지나 미국으로 일하러 가는 멕시코 사람들

 

 

      마따모로스 국경다리의 리오브라보

 

 

     마따모로스 미국 측 이민국


2006년의 마지막 햇살을 뒤로 받으며 도착한 해변은 말 그대로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 나오는 황량함 그 자체. 거친 바람과 파도. 검은 모래밭엔 버려진 듯한 야자 잎 지붕의 파라솔들. 바그다드 카페 영화의 황량한 사막이 거친 바다로 배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수평선 위로 이지러진 달이 떠올랐다. 좀 있음 보름달이 될 것이다.

 

 

      2006년 마지막 석양

 

 

      달과 바그다드 해변

 

 

      바그다드 해변


대부분 매우 더운 나라일거라고 상상하시겠지만 사실 멕시코의 겨울은 몹시 춥다. 다만 멕시코 남부인 태평양 해안과 멕시코만 연안 그리고 유까딴 반도만 더울 뿐이다. 올해는 유달리 이상한파로 벌써 수 십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TV에서는 한파에 대비할 것과 땔감으로 인한 유독 가스를 주의하라는 뉴스가 연일 방송되고 있다. 지난 연말 멕시코 북부와 고산지대는 영하로 떨어지고 폭설이 내렸다.


통나무로 지어진 해변의 식당과 몇 채의 방갈로. 한창 더운 여름에는 붐볐을 해변에 그래도 사람들이 보인다. 물어물어 호텔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곳을 찾아갔으나 역시 통나무 방갈로다. 모래밭으로 달리던 차바퀴가 그대로 빠졌다.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쓰는 주인장외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통나무 방갈로에 여장을 풀었다.

 

 

      해변의 식당

 

 

      유일한 호텔


막 문 닫으려는 통나무 식당에 들어가 요기를 했다. 멕시코 해안의 명물인 석화. 껍질 한쪽만 벗긴 싱싱한 굴에 리몬 즙을 뿌려서 그대로 먹는다. 상큼한 굴 향이 입안 가득. 배를 채우고 나니 달이 둥실 떠 있는 바다가 참 곱다.

 

 

      석화

 

 

     석화


모닥불 피워 놓고 자정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이론~^^;; 포도 알 먹으려 했는데.

 

 

     노을


아침 7시 20분. 새 태양이 떠오른다. 그 옛날 고대 아스떼까 사람들은 그들의 주신인 태양신이 밤마다 서쪽나라로 내려가서 별들과 전쟁을 치른 뒤 두 번 다시 뜨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였다고 한다. 아침마다 전쟁으로 지친 태양이 피를 벌겋게 흘리며 떠오르면 아스떼까 사람들은 피곤한 태양신을 위해 산 인간의 심장을 바쳤다. 


500년이 지난 이 아침. 어김없이 동쪽 바다를 발갛게 물들이며 멕시코의 태양은 떠올랐다.

 

 

      새 태양

 

 

      바그다드 해변의 새해 아침


여러분 모두 새해도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길 빕니다.

 

 

                       멕시코만 최북단 바그다드 해변의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