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죽은 자들과 함께 축제를, 멕시코 "죽은 자의 날"

미키라티나 2007. 11. 1. 06:12

 

우리나라에선 기일이나 명절이 되면 고인 혹은 조상님들께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한다. 마치 살아계실 때처럼. 고인들께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을 잘 차리고 그리고 차려놓은 음식을 잘 드시고 내년에 또 오시라고 한다. 우리는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하고 전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고인은 영혼이 있어 해마다 일정한 날에 찾아오시는 고인께 대접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 멕시코를 방문한 사람들은 거리나 광장이나 사무실에서 만나는 갖가지 차림의 해골들의 군상과 화려하게 꾸며진 제단들을 보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바야흐로 고인들을 위한 축제가 시작되고 있다. 1년 중에는 어린이날, 어머니날, 연인들의 날 등 나라마다 날자는 다르지만 각종 기념일이 있어 당사자들을 기쁘게 한다.

 

 

"죽은 자의 날" 소칼로의 조형물들

 

 

우아한 해골귀부인 "카타리나" 차림을 한 두 사람. 카타리나는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우아한 해골 귀부인 카트리나

   

 

멕시코시티를 굽어보는 전망대 라티노아메리카나 빌딩 꼭대기에도 이렇게 해골 가족이.

 

그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는 11월 1일과 2일 “죽은 자의 날”이 있어 고인은 물론 살아있는 사람들도 한데 모여 즐거운 축제를 펼친다. 고인을 기억하고 제상을 차리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일과 한식 그리고 추석을 합쳐놓은 것과 비슷하다. 특히! 고인이나 조상들이 정성껏 차려놓은 제사상에 와서 음식을 드시고 간다는 생각은 멕시코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똑같다. 

 

 

깜찍한 해골복장 아이

 

 

국립발레극장 한 모퉁이에 차려진 제사상.

 

다만 달콤한 설탕덩어리나 초콜릿으로 만든 예쁜(?) 해골바가지 과자를 제사상에 올리는 등 상차림이 조금 독특하다. 모르는 사람들은 곧잘 미국의 할로윈과 비교를 하기도 하지만 사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풍습이다. 하지만 할로윈처럼 이 시기에는 걸인들도 주황색 플라스틱 호박을 들고 구걸에 나선다.

 

 

알록달록 예쁘게 장식된 해골바가지들. 모두 설탕덩어리로 만들었다.

 

 

각종 무시무시한 형상들 과자. 모두 설탕으로 만든 것.

 

 

초콜렛으로 만든 해골바가지들.

 

 

백화점에도 해골사탕 특수다


이처럼 어느 특정한 날 고인이 산사람처럼 먹고 마시고 즐겁게 놀다가 다시 돌아간다는 생각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사고방식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멕시코에서만 볼 수 있는 제사상 문화.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와의 축제를 들여다보자. 

 

 

관공서에서도 정성껏 제사상을 마련한다. 위의 제사상은 믹스� 구청에 차려진 제사상.


멕시코 사람들은 툭하면 축제를 한다. 아니 축제를 좋아한다. 일년 365일 중에 축제가 없는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전국 어디서나 크고 작은 축제가 있다. 이들에게는 아이가 태어나는 일 자체가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태어나면서 또한 죽음도 함께한다. 씨앗 속에 삶이 있듯.

 

 

해마다 멕시코시티 소칼로에는 11월 1, 2일 이틀간 다양한 형상의 "죽은 자의 날" 기념 조형물들과 각 지방의 제사상들이 전시된다.

 

 

"인생은 회전 목마를 타고 노는 거야" ....분홍 해골님 생각.

 

 

이뿐 아가씨도 해골 귀거리를

 

멕시코사람들에게 있어 죽음은 삶의 자연스런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무한대의 사이클로 들어가는 단계다. 말하자면 삶, 죽음, 부활 등 일련의 과정은 삶이 땅으로 옮겨가고 새로운 삶이 “저쪽”에서 선과 함께 한다는 의미다.

 

 

멕시코시티의 국립인류학박물관에 있는 아스텍 시대의 죽음의 신들. 해골모티브는 이미 고대부터 멕시코 사람들에게 아주 친숙한 이미지였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으로는 기쁨일수도 있다. 사고가 아닌 노환이나 자연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식에 가면 관이 나갈 때 고인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따라서 죽음은 또 다른 우리의 삶의 모습이자 또 다른 사이클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마도 인류는 네안다르탈인 시대부터 죽음을 애도하거나 이처럼 장사를 지냈다고 하지. 국립인류학박물관에 있는 선사시대 실의 재현 조각.

 

따라서 멕시코 사람들은 다른 세상에 있는 영혼을 존중하여 그들을 사랑하고 그 삶을 공유하며 그들을 위해 음식도 장만하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삶의 일부이자 영원한 내부의 삶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를 삶의 순환이라고 한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죽음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인 것이다. 사실 죽음은 슬프고 두려운 것이지만 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대 멕시코는 장사를 지낸 후 9일과 40일을 기념하였다. 이는 아시아의 풍습과 매우 유사하다.


고대중미문명에서 있었던 인간희생의식은 죽음이후에서도 지속되는 삶을 연장하고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과정이라 여겼다. 사제들은 아주 불안정한 우주를 통제하는 느낌을 가지는 다양한 형태의 인신공양을 하였다. 심장 꺼내기부터 머리 자르기까지. 이들은 인신공양은 신에게 드리는 영광으로 여겼고 많은 희생자들은 스스로 혹은 두려움 없이 자청했다고 한다.

 

 

아스텍 시대의 인신공양으로 바쳐진 희생자들의 머리를 걸어둔 쫌빤뜰리를 재현한 조형물.


고대 멕시코사람들은 죽으면 영혼들이 “저 멀리”에 있는 4개의 다양한 장소로 가서 영원한 삶을 누린다고 믿었다. 믹뜰란(mictlan)은 노환이나 자연사로 죽은 영혼들이 가는 곳으로 그곳은 계급도 사회신분도 차별도 없는 곳으로 평화롭게 쉬는 곳이다. 결코 지옥이 아니다.

 

뜰라로깐(tlalocan)은 병이나 사고로 죽은 영혼들이 가는 곳으로 물과 푸른 밭, 과일 등이 풍부한 작은 천국과 같은 곳이다. 또나띠우윌위악(tonatiuhilhuicac)은 전쟁에서 죽은 전사나 출산 중에 죽은 여인들이 가는 곳이다. 치치왈꾸와우쵸(chichihualcuauhcho)는 아이들만 가는 곳이다. 한편, 틀라로깐은 젖 나무가 있어 일찍 죽은 유아들이 엄마 젖을 먹으러 간다고 한다.


“죽은 자의 날”은 멕시코와 이웃인 과테말라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수 천 년을 이어오는 일종의 축제다. 이날은 스페인 침략이전부터 있었던 고대종교와 기독교 그리고 원주민과 스페인 풍습이 한데 섞여 지금까지 이어지는 아주 독특하고 오래된 전통이다. 우리나라 각 지방의 제사상차림과 형식이 다르듯 각각의 마을마다 모두 개성이 있다. 

 

 

푸짐하게 잘 차려진 제사상.


특별히 11월 1일과 2일 고인에 대한 의식을 하게 된 것은 식민지 이후의 일이다. 고대의 아스텍에서는 한달이 20일로 오늘날의 8월 19일~9월 7일, 9월 8일~9월 27일 사이에 고인들을 위한 축제가 있었다. 이시기는 오늘날 “망자의 꽃”으로 불리는 주홍색의 셈파수칠(금잔화)가 만발하는 시기다.

 

 

"망자의 꽃"이라 불리는 셈파수칠. 울나라의 금잔화. 11월을 전후로 활짝 피어난다.

 

하지만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9월의 축제는 11월 1일과 2일 “모든 성자의 날”과 겹쳐지며 오늘에 이른다. 따라서 오늘날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지켜지는 “죽은 자의 날”은 기독교의 형식에 고대의식이 섞여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수, 성자, 촛불 등 기독교의 이미지는 고대에는 없었던 요소들이다. 고대에는 훨씬 자연적이었다.


오늘날 “죽은 자의 날”은 특별히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지켜지고 있다. 그중에서 독특한 전통으로 이름나 이를 보러 멀리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 있다. 와하까 시와 호호꼬뜰란 묘지 방문, 미초아깐 주의 하니찌오 섬 묘지 방문, 멕시코시티 소칼로의 행사와 산 안드레스 믹스�(Mixquic) 마을 그리고 과테말라의 또도스 산또스 추추마딴과 사까떼뻬께스 마을의 연날리기가 유명하다.


 

소칼로에 만들어진 지하철의 망자들 조형물

 

 

소칼로 지하철 조형물...해골 직원, 해골 손님들 

   

 

노란 해골님의 왼손가락엔 결혼 반지가.

 

   

 

소칼로에 있는 "국립궁전"에 만들어진 잘 차려입은 해골 군상. 계단위의 벽화는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

 

 

"정부청사" 건물에 차려진 제사상.


와하까 시와 호호꼬뜰란 묘지, 멕시코시티 소칼로 행사, 과테말라의 또도스 산또스 추추마딴과 사까떼뻬께스 마을의 연날리기는 KBSWORLD.NET에 올린 필자의 칼럼에 소개된 적이 있으므로 오늘은 고대 아스텍시대 이전부터 존재한 유서 깊은 마을 믹스�의 “죽은 자의 날” 행사를 보자.  


믹스�은 멕시코시티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고대 아스텍 당시 만들어졌던 인공섬인 치남빠스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다니며 섬에서 농사를 지어 멕시코시티에 내다파는 농부들이 많다. 멕시코시티 중심지에서 택시를 타고도 거의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리는 먼거리에 있다. 그래서인지 마을이 가까워지자 넓은 옥수수 밭이 펼쳐지고 고풍스러운 옛 장원과 집들이 눈에 띈다.

 

 

믹스�은 멕시코시티 변방의 변두리라 아직 시골스럽다. 믹스� 마을 입구


마을에 도착하니 “죽은 자의 날” 행사로 유명세를 타는 곳답게 손님맞이에 한창 바쁘다. 이날이 아니었으면 일년 내내 조용했을 작은 마을이 분위기가 들떠있다. 마을 뒤쪽으로 멕시코시티를 굽어보는 하얀 만년설이 덥힌 이스따시와뜰(누워있는 하얀 여인)과 활화산인 뽀뽀까떼뻬뜰(연기 나는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이 마을에서 보이는 이스따시와뜰은 마치 죽은 여인처럼 보인다고 믹스�을 “죽음의 얼굴”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믹스�은 원래 “가시나무 숲 속의” 라는 뜻이었으나 믹스�스뜰리(mixquixtli) 즉 “죽음의 얼굴”이라는 말로 결국 망자의 장소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마을 입구를 지나 노점이 죽 늘어선 거리로 들어가 올라가니 커다란 무대가 세워진 작은 공원이 나온다. 그 옆에 아주 오래된 성당이 있는데 그 안에 믹스� 마을의 공동묘지가 있다. “죽은 자의 날” 밤 화려하게 꾸며지는 묘지들로 유명한 곳이다. 이 오래된 성당이 있던 곳은 원래 옛 아스텍 신전으로 고대에는 창조주 께찰꼬아뜰의 천문대였다고 한다. 이곳은 1160년에서 1168년 사이에 똘떼까와 치치메까 부족이 지배를 하던 곳으로 아스텍에 독립된 작은 국가였다가 이웃인 찰꼬(Chalca)와 뀌뜰라왁(Cuitlahuaca, 오늘날 뜰라왁, 물의 장소, 물풀의 장소)가 포함되었다.

 

 

믹스� 옆동네 뜰라왁 마을. 마을 입구에 걸린 해골전광판.

 

성당 안에는 고대 유물들과 함께 주인을 알 수 없이 흐트러진 오래된 유골들이 전시되어 있다. 1519년 코르테스가 믹스�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면서 이날이후 “죽은 자의 날” 행사에도 기독교적인 요소가 첨가되었다고 한다. 종을 치기 시작하였고 아스텍의 신전이 있던 곳에는 성당이 들어서고 종을 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믹스� 성당 안에 있는 아스텍의 유물들

 

 

아스텍 유물들과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주인없는 유골들

 

이미 11월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28일부터 사람들은 “죽은 자의 날” 준비로 바쁘다. 28일부터 31일은 사고로 사망한 영혼들의 날이다. 이때는 각 가정마다 작은 제단에 십자가, 소금, 물, 초, 묵주 등을 놓았다가 다음날 아침에 치운다. 30일은 꽃의 날이자 반원 즉 아치의 날이다.


31일부터 본격적인 제사상 차리기를 시작한다. 특별히 믹스�과 뜰라왁에서는 집 지붕이나 대문에는 영혼을 인도하는 종을 걸고 불 밝힌 별을 높이 걸고 황금빛 셈파수칠 꽃잎을 뜯어 꽃길을 만들고 기도를 한다.

 

 

대문에 걸려있는 별 등. 영혼에게 집을 알려준다고.

 

드디어 11월 1일. 이날은 아이들 영혼의 날인데 그날 밤에 가족들 모두 함께 과일 및 여러 가지 제수용품들을 사러 간다.

 

 

제사상에 올린 광일이랑 제수용품을 사러 밤에 시장을 간다.

 

밤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져 몹시 추웠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함께 여러 가지 음식들을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얘기꽃을 피운다. 이 장면은 꼭 우리나라 명절의 모습과 똑 같다. 준비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옥수수 찜인 따말레도 넉넉하게 준비하고 전통요리인 닭고기 몰레, 단 호박 찜, 고구마 찜 등을 정성껏 준비한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음식 장만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전통음식인 옷수수찜 따말레를 만들며.


12시가 가까워오자 대문에 걸어 놓은 전등에 불을 밝히고 미리 따놓은 “망자의 꽃”이라 불리는 셈파수칠(금잔화) 꽃잎을 대문부터 현관까지 바닥에 뿌려 꽃길을 만든다. 영혼을 인도하는 길이다.

 

 

대문부터 현관까지 뿌려진 셈파수칠 꽃잎 길...영혼을 인도하는 

 

제사상은 커다란 아치로 꽃 장식을 하고 그 아래 제단을 만든 후 차린다. 상에는 고인들의 사진과 함께 생전에 좋아하던 품목들이 올라간다. 아이의 경우 사탕이나 과자 등이 차려지고 어른의 경우 요리와 술, 담배 같은 기호품들이 올라간다. 보통은 망자의 빵, 따말레, 단 호박 찜, 몰레, 과일절임, 옥수수 음료인 아똘레와 따끈한 초콜릿을 차린 후 긴 초에 불을 밝히고 독특한 향과 연기가 나는 꼬빨을 피운다. 가족들은 음식을 올릴 때마다 많이 먹으라며 영혼들과 대화를 나눈다.

 

 

고인에 대한 애틋한 맘을 제사상을 차리면서 영혼과 대화를 나누시는 할머니.


사람들은 이처럼 의식을 통하여 고인에 대한 영원한 사랑과 지울 수 없는 추억 그리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간직하고 의식이 끝나면 돌아가는 길의 불을 밝히고 내년에의 기약과 믿음, 희망 그리고 신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제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살펴보면 하나하나 다 의미가 담겨있다. 제단의 “물”은 돌아가신 옛 조상들이 살아계신 것으로 여기는 증거다. 망자들이 긴 여행으로 인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빵”은 친구와 형제들에 주는 우애의 양식이다. 고대에는 밀이 없었으니 옥수수로 만든 일종의 옥수수 찜인 따말레(huitlatamalli) 혹은 의식 때 쓰는 나비 문양을 새긴 또르띠야로 익혀서 색칠을 한 나비 빵(papalotlaxcalli)을 올렸다고 한다.


특히 이 날에만 맛볼 수 있는 “망자의 빵”은 특별히 무덤, 해골, 뼈다귀로 표현된 달콤한 빵이다. 이때 빵은 대지를 상징하고 장식된 뼈는 대지에 묻힌 망자의 뼈를 상징한다.

  

 

"망자의 빵" 뼈다귀라 생각하면 좀 그렇지만 맛은 아주 달콤하다.

 

가끔 동그란 붉은색 빵이나 분홍설탕이 뿌려진 빵도 보이는데 이는 망자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장식한 해골이며 빵 주변에 놓이는 사탕수수 막대기는 해골을 꿰었던 나무장대를 상징한다. 이 해골이미지는 고대의 촘빤뜰리다. 촘빤뜰리는 꽃의 전쟁이나 공놀이로 인신공양을 올렸던 희생자들의 유골들을 쌓아둔 무시무시한 제단이다. 제사상은 이 촘빤뜰리 흉내를 낸 것이다.

 

 

인신공양으로 바쳐진 희생자의 머리를 상징하는 분홍색 빵

 

 

멕시코시티 소칼로에 위치한 아스텍 시대의 "주신전" 자리에 있는 쫌빤뜰리. 벽마다 해골이 촘촘히 박혀있어 무시무시하다. 이 해골의 이미지들은 후에 마야의 땅에서도 쓰이고 이를 본 카리브의 해적들이 해적선 깃발로 이 모티브를 차용한다.

 

시인 엑토르 우에르따(Hector Huerta)는 “의식의 나라에 태어나 축제의 나라에서 죽다. 빵은 망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망자는 빵인 곳....”이라고 표현했다.


지방마다 빵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게레로 주에서는 생선이나 나비 모양의 빵에 설탕을 뿌려서 만든다. 이달고 주에서는 밀가루, 계피, 계란, 뿔께를 넣어 만든 모리스까빵(morisca)을 쓴다. 이달고 주에 있는 바예 데 메스끼딸(Valle de Mezquital)은 곤충이나 애벌레 등 고대에서 먹던 독특한 재료의 요리로 유명한 곳인데 “죽은 자의 날”에는 특별히 틀에 넣어 만든 사람 형상의 빵을 먹는다.

 

 

사람모양의 "망자의 빵" 붉은색 설탕가루를 입혔다.

 

와스떼까 족들이 사는 곳에서는 제사상에 걸어 놓았던 긴 머리(peluca) 빵을 나중에 나누어 먹는다. 이 빵은 호박 모양 화덕에서 밀가루로 동그랗게 반죽을 하고 머리카락 모양으로 장식하여 구운 빵으로 pambazo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얀 소금”은 망자의 몸에서 나는 악취를 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긴 양초(cirios)”는 고대에서는 소나무 진(ocote)을 사용했던 것으로 불빛은 영혼을 “바른길”로 안내하는 빛으로 사용되었다.


“금잔화 즉 셈빠수칠”은 사랑 또는 우정과 감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대어에서 셈파(zempoa)는 400개의 잎사귀이고 수칠(xochitl)은 꽃이라는 뜻이다. 이는 “정오의 태양”인 토나티우를 기억하는 망자의 꽃으로 하얀 국화는 순수한 어린이를 위한 것이다.


“장난감”도 있는데 이는 고대에서 “저 멀리”가는 여행에 함께 동반하는 것으로 같이 매장했다. 고대에는 털 없는 개 이츠뀐뜰리를 순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믹뜰란 즉 망자들이 쉬는 곳으로 가는 강을 건너는 안내자였다고 한다.


“향”은 나쁜 영혼을 멀리하고 영혼을 인도하는 것으로 장사지내기 전에는 수의의 의미도 있다.

 

 

제사상에 올라갈 연기와 향을 피우는 꼬빨. 꼬빨은 나무진으로 탈때 독특한 향과 연기가 난다.

   

마지막으로 “메따떼”라 불리는 돗자리는 사람들이 그 위에 음식을 놓고 먹는 용도와 잠을 자는 용도로 두루두루 쓰이던 것으로 사람이 죽으면 수의처럼 말아 장사를 지낼 정도로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제사상은 3단으로 고대와 기독교 그리고 바닥으로 되어 있는데 돗자리는 그 바닥에 항상 깔았다. 돗자리는 밥상처럼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먹고 휴식의 의미도 있고, 망자의 친척 영혼들과 함께할 수도 있다.


이밖에 제단에는 흠을 낸 호박 또는 칠까요떼와 셈파수칠 꽃 그리고 알록달록한 색종이 오린 것으로 장식을 한다. 색종이 장식은 사람, 동물, 식물, 환상 등 800여개의 다양한 문양이 있다. 보통 영혼들이 방문해서 1주일정도 머문다고 생각해서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한다.

 

 

제사상을 장식할 색종이 문양들

 

이즈음 대도시의 모든 빵 가게와 수퍼마켓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달콤한 “망자의 빵”을 맛 볼 수 있다.

  

 

소칼로 한편에 차려진 빵 굽는 화덕. 그 앞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망자의 빵"을 굽고 있다.

 

 

갖 구워 따끈따끈한 "망자의 빵" 무료시식이요~

 

 

이게 다 빵이랍니다. 빵으로 만들어진 조형물

 

하지만 아직 일부 농촌에서는 직접 만들어 먹는다. 마치 우리나라 설 전날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맞추듯. 보통 11월 1일 낯에 커다란 화덕이 있는 빵 굽는 집에 재료를 들고 가 빵을 많이 만들어서 집을 방문한 손님들을 대접한다. 보통 장사를 지낸 후 첫 9일 동안 도와준 사람들에게 이 빵을 선물했다. 제사상에 차려진 음식들은 3일 동안 손을 대지 않는다. 이는 고인을 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서로 방문해서 빵과 과자를 교환하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음식을 준비해 둔다. 마치 우리네 옛 명절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화덕에 들어갈 "망자의 빵"...둥근모양은 대지 혹은 무덤, 그위의 형상은 뼈다귀를 표현.

 

 

엄마따라 온 아이들 갖 구워 나온 따끈따끈한 "망자의 빵"을 먹고 있다.

 

 

주문한 "망자의 빵"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울나라 떡방아간 풍경. 

집에서 제사상을 다 차리고 나서 가족들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한다. 우리처럼 특별히 절을 올리지 않는다. 다만 제수용품을 사러가고 제사상을 차리고 하면서 고인을 맞는 것이다.

 

 

 

다 차려진 제사상. 바닥의 돗자리부터 3단의 제단으로 꾸며져 있다.

 

물론 어떤 집은 특별히 사제를 초청하여 미사를 올리기도 한다. 이날 사제는 특별히 미사 요청을 받은 집을 순례하며 간단하게 제를 올린다. 이 역시 고대의 전통으로 사람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제상 앞에서 간단하게 기도를 드린다. 그런 집의 제상은 제단이 무너질 정도로 잘 차려져 있다. 공과 돈을 많이 들인 제사상이다. 이런 집은 방문하는 손님도 끊이지 않는다.

  

 

사제들이 돌며 잘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간단한 미사를 올린다.

 

 

관에 넣어진 꼬마 망자는 11월 1일 밤 동네 한바퀴를 돌며 가끔씩 관에서 벌떡 일어나 코믹한 춤을 추며 사람들을 웃긴다. 캄캄한 밤에 하얗게 드러난 해골과 뼈다귀 옷이 마치 유골이 춤을 추는 듯해서 재미있으면서 좀 무섭다....믹스�의 행사.

 

 

칠까요떼 박으로 만든 등불...호박은 멕시코가 원산지.

 

 

 

믹스� 초등학교에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 주제가 매우 다양한데 모두 "죽음"이 주제다.

 

 

믹스� 공원 무대에서 펼쳐진 해골들의 음악회

 

 

믹스� 초등학교 계단을 이용해서 차려진 떡 벌어진 제사상. 나중에 학생들과 함께 나눠 먹겠지.

 

이튿날 즉 11월 2일 가족들은 모두 묘지로 가서 함께 묘를 단장한다. 일단 주변의 잡초를 뽑고 물과 비누로 일년 묵은 묘의 때를 박박 씻어낸다. 그리고 여러 가지 화사한 꽃과 셈파수칠 꽃잎을 이용하여 화려하게 꾸민다. 각자의 아이디어로 해마다 색다른 무늬로 묘를 장식한다. 

 

 

묘지를 장식하기 전에 1년묵은 때를 벗겨내는 대청소를 한다

 

 

장식이 되기전의 원래 묘지들.

 

 

믹스�의 오래된 성당과 그 안의 공동 묘지를 방문한 사람들

 

 

11월 2일 전국의 공동묘지는 비슷한 풍경을 하고 있다. 묘에 장식된 노란색은 셈파수칠 꽃잎

 

 

가족들이 모두 나서서 묘지 꾸미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 개성만점의 디자인으로 묘지를 꾸민다.

 

 

어허~ 공동묘지가 때아닌 유원지가 되어버렸다. 분홍 솜사탕 아저씨도 보이고.

   

 

할머니는 먼저가신 그 누구를 그리워 하시는지

 

 

단장을 다 끝낸 묘지. 이제 밤이 오면 가족들이 다 함께 와서 고인과 밤을 지새겠지.

 

묘를 꾸미다보면 하루  해가 저문다.

 

 

밤의 마을을 밝히는 해골 전광판

 

2일 밤 믹스� 주민들은 망자의 묘를 지킨다. “죽은 자의 날” 하이라이트다. 밤이 오면 묘지는 딴 세상으로 변한다. 그렇게 화사하고 아름답게 꾸며놓았으니 꽃과 불의 궁전이 따로 없다. 고대에는 소나무로 불을 밝혔으나 지금은 모두 긴 양초를 사용한다. 묘지에 초를 밝히는 것은 지금의 삶이 과거의 승리라고 한다.

 

 

믹스� 성당의 공동묘지에서 밤을 새는 가족들

   

 

일년에 한번 고인과의 짧은 만남에 밤을 새는 사람들

 

아이들은 일종의 박인 칠까요떼(chilacayote)를 할로윈의 호박처럼 다듬어 안에 초를 넣어 등불처럼 들고 다닌다.

 

 

칠까요떼라는 박을 파서 만든 등불

 

화려하게 단장한 묘지는 진한 꼬빨 향과 셈빠수칠의 향이 진동하고 연기 자욱한 공기를 환한 촛불이 어둠을 가른다. 기도나 노래를 하는 사람들은 “저 멀리” 로 다시 돌아가는 영혼들의 길을 밝힌다. 일부 지방에서는 생전에 음악을 좋아했던 고인들을 위해 마리아치를 불러 묘지 옆에서 흥겹게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밤의 공동묘지는 온통 불꽃으로 무섭다기 보다는 화려하다

 

이렇게 묘지 옆에서 밤을 꼬박 새며 망자의 영혼이 제 길을 가도록 불을 밝히고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다.  "죽은 자의 날" 행사를 보기위해 믹스� 마을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약 50만명이라고 한다. 멕시코시티는 특별히 1일과 2일 지하철 운행을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장한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120여개의 공동묘지 역시 화려하게 단장을 할 것이다. 찾아주는 이 없는 쓸쓸한 묘지에도 이웃을 찾은 후손들이 꽃 한송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죽은 다음의 생도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제사상 차리는 중. 고인들이 만족할까요?

 

뱀다리; 멕시코 지방마다 제사상을 차리고 묘지에서 밤을 새는 것은 다 비슷합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엽기(?)적인 곳은 마야땅이었던 유까딴 반도의 깜페체(Campeche) 주의 체칸 마을. 해마다 "죽은 자의 날"에 묘지를 찾아 납골당에서 고인의 유골을 꺼내 하나하나 깨끗하게 잘 닦아서 다시 넣는다고 하네요. 이는 이곳에 살았던 고대 마야부터 내려오던 전통으로 늘 고인을 기억하기 위해서랍니다.

 

글쎄 사람마다 고인을 기리는 방법은 다 다르겠죠. 아무튼 "돌아가신 분도 산 사람처럼 밥을 먹는다"는 흔치않은 생각으로 인하여 멕시코는 색다른 친밀감을 느끼게하네요. 이들이 즐겼다는 윷놀이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