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목숨을 건 고대의 월드컵경기, 울라마

미키라티나 2010. 6. 13. 01:28

 

전 세계인의 스포츠, 월드컵 개막이 낼모레다. 공 하나를 가지고 울고 웃는 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통통 튀는 고무공의 원조가 멕시코라는 사실을 아는지? 지금은 울라마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울라마는 스페인의 침공 이후에 사라진 멕시코 전통 공놀이로 시날로아 주 시골마을에서 볼 수 있다. 주변마을의 순박한 시골청년들이 팀을 이루어 겨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야기다.

 

 

고대 공놀이 울라마


울라마 즉 고대 공놀이는 오늘날의 월드컵처럼 당시는 멕시코와 중미에서 흔하게 하던 스포츠였다. 인신공양을 하기 위해 치르는 잔인한 의식으로 알려졌지만 오늘날 중미 전체에 걸쳐 남아있는 공놀이장의 수는 약 3000여개를 헤아린다. 당시의 인구 수치로 봤을 때 공놀이를 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희생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공놀이로 선수를 희생 제물로 바쳤다면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을 것이라고 한다.


중미고대문화는 뱀을 창조주로 숭배했다. 이는 카톨릭교도인 스페인사람들이 봤을 때는 당연히 이단이었다. 게다가 통통 튀어 오르는 고무공을 처음 본 스페인사람들은 공속에 악마가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기껏해야 털실뭉치나 돼지오줌보 같은 공을 차면서 놀았지 튀는 공 자체를 본적이 없었다. 따라서 3000여 년간 이어온 울라마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울라마 자체를 금지시켜 버렸다.

 

울라마는 일종의 종교제례로 선과 악, 빛과 어둠, 태양과 달 그리고 삶과 죽음을 대표하는 두개의 편으로 나뉜다. 공은 태양을 상징하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은 태양이 떠서 지상을 비추며 질 때까지의 여행을 나타냈다. 인간은 태양의 성공적인 여행을 위하여 신을 잘 보살폈고 신은 인간들에게 비와 대지의 비옥함을 주어 풍작이 있게 하였다.


중미고대세계에서 공놀이 장은 우주를 상징하고 지식이 자라는 곳이었다. 돌을 쌓아 만들어진 I 자형 경기장은 도시민이나 마을주민들이 모이는 사교장으로 오늘날의 축구장과 같았다. 오로지 울라마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기장은 문명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대부분은 양쪽으로 약 30도 경사의 낮은 각도로 비스듬히 돌 벽을 쌓아 올린 것이고 나머지는 그냥 직각으로 돌 벽을 쌓아 올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떤 경기장이든 쌓아진 양쪽 돌 벽에 각각 하나씩 둥근 링이 걸려 있다. 링은 돌을 둥글게 다듬어 연도를 기록하거나 장식문양을 새겨 넣고 가운데 둥근 구멍을 판 것이다.

 

소치깔꼬 유적지 공놀이장 

 

마야 욱스말 유적지의 공놀이 링

 

경기에 쓰이는 공은 울레라고 부르는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하얀 고무액을 둥글게 뭉쳐 만든 것으로 축구공보다 좀 작다. 이 고무공은 세월이 갈수록 속의 수분이 빠져나가 단단해 지는데 100년 된 공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처음에 만들어졌던 크기보다 훨씬 작아진다. 속이 꽉 들어찬 고무공이라 그냥 바닥에 두면 밑면이 납작해지므로 꼭 공 형태에 맞는 둥근 틀에 넣어 보관하거나 작은 보자기에 싸서 걸어두어야 한다. 한순간이라도 바닥에 그냥 두면 안 되므로 선수들은 공을 보관할 때나 이동할 때 각별하게 공을 챙긴다. 


울라마 공 무게는 약 4kg으로 속이 텅 빈 공에 비해 그 무게와 속도가 엄청나다. 속이 꽉 찬 공은 탄력이 좋아 공을 주고받을 때의 가속도는 최고 80km에 이르러 자칫하면 그 속도와 무게로 선수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게다가 울라마는 손을 절대로 쓰지 않고 오로지 허벅지와 엉덩이 뼈 사이의 근육으로만 공을 쳐낸다.

 

 

따라서 울라마 선수들은 경기도중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하여 수년간에 걸쳐 훈련을 받았다. 오늘날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선수가 있듯 울라마 선수가 따로 있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울라마를 했다.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울라마를 했고 아이들은 걸음마를 배우면서 공놀이 장에서 놀았다. 그래서 울라마 선수들의 허벅지와 엉치뼈 사이의 근육들은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살이 박혀있다. 무거운 고무공이 공중에서 날아와 몸에 부딪쳐도 끄떡없다. 그리고 가속이 붙은 공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던지 정확하게 받아 칠 수 있을 정도의 순발력도 갖추고 있다. 선수들의 연령층은 가장 민첩하고 힘이 좋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8살 정도부터 울라마를 배우기 시작하여 대부분의 선수들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합이 없으면 그들은 그냥 시골농부고 목동일 뿐이다.

 

울라마 꿈나무들의 경기

 

선수들의 복장은 지극히 단순한데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몸에 부드러운 사슴 가죽으로 속옷을 입듯이 걸치고 그 위에 면 벨트로 꼭 조여 맨다. 그리고 그 위에 좀 더 단단한 가죽벨트로 엉덩이를 감싸듯이 둘러서 맨다.


울라마는 양쪽 각각 6명씩 편을 지어 첫 번째 선수가 중앙에 그리고 두 명이 양쪽 경계에 그리고 나머지는 중앙의 선수가 공을 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처음 경기 시작할 때 중앙에서 공을 던지는 것 이외에는 경기 내내 허벅지와 엉덩이 뼈 사이의 몸으로만 공을 주고받아야 한다. 점수는 공이 상대편 선에 이르면 1점이며 상대가 몸의 다른 부위로 공을 치면 실점이다. 그러나 한순간에 경기의 점수는 뒤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수를 하거나 공을 잘못 쳐서 실점을 하면 지금까지 얻었던 모든 점수가 무효가 되어 다시 경기를 해야 한다. 따라서 7점을 얻었더라도 8점에 이르기 전에 실점을 하면 그 점수를 고스란히 다 잃어버리고 0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 서로 점수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하루 종일 경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선수나 구경하는 관객들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경기가 펼쳐진다. 경기는 어느 한 팀이 8점을 얻으면 끝난다. 몇 년 전 까지 만해도 마을 대항 울라마에서 돈을 거는 경우가 있어 재산을 몽땅 쓸어 넣어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경기가 자꾸 투기성을 띠게 되자 법적으로 이를 금지했다고 한다.


울라마 경기를 보고 있자면 공을 주고받을 때의 빠른 속도감과 가속이 붙은 공을 몸으로 받아 쳐 낼 때 나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상대방 선으로 공을 넣는 순간은 긴장이 감돌아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공을 넣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환호성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마치 박진감 넘치는 축구경기를 보고 있는 듯하다. 고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월드컵은 어떻게 치러졌을까 궁금해진다.


여행 Tip: 멕시코 카리브해의 명품관광지인 칸쿤을 가면 스카렛이라는 해양테마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밤마다 2시간에 걸쳐 멕시코를 주제로한 대형 쇼를 하는데 그 중의 한 프로그램으로 후에고 데 펠로타(스페인어로 공놀이)를 한다. 울라마를 연출한 멋진 쇼로 마야복장을 한 선수들의 화려한 의상과 경기가 매우 인상적으로 놓치면 후회한다.  (부산일보 2010년 6월 10일 게재)

 

스카렛의 최근 공연장

 

스카렛의 예전 공연장

 

멕시코에 남아 있는 공놀이 장 모음 사진들

 

마야의 베칸 유적지

 

마야의 치첸잇차 유적지 

  

와하까 몬떼알반 유적지

 

마야 빨렝께 유적지

 

마야 발람쿠 유적지

 

마야 코운리치 유적지

 

마야 욱스말 유적지

 

소치깔꼬 유적지

 

소치깔꼬 공놀이 장의 링

 

마야 코바 유적지

 

마야 치첸잇차 공놀이장의 링

 

깐또나 유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