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4분 만에 끝낸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

미키라티나 2006. 12. 4. 17:10


지난 7월 2일 대선 이후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멕시코 대통령취임식이 무사히 끝났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당선자는 지난 1일, 6년 임기의 멕시코 신임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칼데론 대통령은 이날, 하원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비센테 폭스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스페인 펠리페 왕자 등  각국에서 온 경축특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선서를 하고 대통령현장을 수여받음으로써 우려했던 취임식을 끝냈다.


취임식이 거행되었던 하원의사당은 지난 28일부터 이번 대선으로 제 1 야당이 된 민주혁명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단상을 점거하고 슬리핑백과 담요를 들여와 숙식을 하며 대통령 취임식 저지에 나선 상태였다. 당시 단상을 점거하고자 시도하는 야당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여당의원들 사이에 서로 주먹질과 발길질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뉴스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었었다. 

 

취임식 전 하원위사당 본 회의장의 어수선한 모습


민주혁명당 의원들은 지난 선거유세기간동안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차지하며 가장 유력한 대통령당선자로 여겨지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가 7월 대선 후 개표결과 겨우 0.56% 즉 20만표차이로 펠리페 칼데론 국민행동당 후보에게 패한 것을 여당의 조직적인 개표부정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칼데론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전면적으로 저지하고자 72시간 동안 철야농성을 준비한 것이다.  


그때부터 하원의사당 주변은 연방경찰과 대통령직속군대 그리고 해군 등 1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2미터 높이의 철제 벽으로 사방을 둘러싼 채 철통같은 경비를 섰었다. 


이날 텔레비사와 TV아스테카 양대 방송사는 신임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될 하원의사당을 비롯하여 대통령이 마지막 밤을 보낸 자택, 대통령지지자들과 세계 각국에서 파견된 축하사절단을 만날 대형공연장인 아우디또리오 나시오날, 국립인류학박물관, 마르떼스 사관학교, 대통령관저 등 신임대통령의 그날 하루 일정에 따른 모든 장소를 속속들이 생중계로 보도하였다. 대통령취임식이 마치 한편의 잘 짜여진 각본처럼 보일지경이었다.

 

이날 오전 8시 하원의사당. 여당인 국민행동당의 대표이자 상원의원인 산티아고 크릴이 본회의장에 등장하면서 다시 여야의원들 간의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야당의원들은 회의장의자를 부수어 입구에 바리게이트를 치는 등 험악한 상황이 고스란히 생방송뉴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중계되었다. 민주혁명당 의원들은 당의 상징색인 노란색점퍼를 입고 요란하게 호루라기를 불면서 본회의장을 소란스럽게 하였다. 

 

 

취임식 전에 벌어졌던 하원의사당에서의 여야간 몸싸움

 

 

단상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


국민행동당 의원들은 취임식 시간이 가까워 오자 신임대통령이 서게 될 단상을 차지하고 수십 명의 인간장벽을 만들었다. 국민행동당 측은 “멕시코 먼저”라고 구호를 외치고 민주혁명당은 “오브라도르”를 외치는 가운데 이번 선거로 제 3 당으로 밀려난 제도혁명당 의원들은 멕시코국기를 들고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오전 9시 20분. 민간인으로서 마지막 밤을 보낸 칼데론 대통령은 부인 마르가리따 사발라와 3명의 자녀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축하인사를 건네는 이웃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하원의사당으로 향했다. 주변인들이 헬리콥터를 이용할 것을 권했지만 그는 도로로 이동할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집을 나서는 칼데론 신임대통령의 가족들

 

예정된 취임식 시간보다 17분이 늦은 9시 47분. 칼데론 신임대통령은 야당의원들이 의자로 바리케이트를 쳐 놓은 출입구가 아닌 여당의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단상으로 연결되는 문으로 들어와 바로 자리를 잡았다. 곧 취임식 직전까지 참석여부의사를 불투명하게 밝혔던 비센테 폭스 전 대통령도 전날 사관학교에서 승계했었던 대통령현장을 손에 들고 신임대통령 우측에 자리하였다. 

 

 

취임식 전날 있었던 대통령현장 이양식의 두 사람

 

 

사관학교에서 있었던 폭스 전 대통령의 대통령현장 전달

 

 

칼데론 신임대통령의 대통령현장 인수

 

 

대통령현장 들고있는 폭스 전 대통령


칼데론 신임대통령은 주저 없이 오른손을 들고 대통령취임선서를 하였다.  취임식장 출입구를 봉쇄하며 끝까지 취임식 저지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야당 의원들은 야유와 호루라기 소리 등으로 의사당 내부를 소란스럽게 했지만 침착하게 취임선서를 한 칼데론 대통령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잘 들렸다. 선서가 끝나자 곧바로 하원의장인 호르헤 세르메뇨가 비센테 폭스 전 대통령에게서 건네받은 빨강, 하양, 초록의 3색 현장을 신임대통령 칼데론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칼데론 신임대통령의 대통령선서

 

 

대통령선서하는 칼데론. 아래 빨간넥타이들은 경호원들

 

 

칼데론, 대통령현장 인수

 

 

  대통령현장을 어깨에 걸치는 칼데론

 

 

여당의원들의 승리의 브이자


어깨를 둘러 현장을 걸치고 나자 멕시코국가가 연주되었다. 신임대통령을 비롯하여 단상위에 서있던 여당의원들이나 부서진 의자가 어지럽게 널린 의사당에 서 있던 야당의원들 모두 한 목소리로 국가를 따라 부르고 혼란했던 본회의장은 잠시 소동에서 벗어났다. 국가연주가 끝나자 칼데론 신임대통령은 단상으로 들어왔을 때처럼 신속하게 자리를 떠 다음 일정지인 아우디또리오 나시오날로 향했다.


약 4분이라는 역사상 유례없이 짧았던 대통령취임식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그렇게 끝났다. 의회의장은 칼데론 신임대통령의 퇴장과 함께 곧바로 휴회를 선언하였고 취임식은 우려했던 것 보다 큰 무리 없이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칼데론 신임대통령이 하원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강행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법적인 취임절차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20일 있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대선후보의 합법적 대통령취임식을 의식하여 누가 멕시코의 진정한 대통령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하원의사당에서 취임식이 거행되고 있는 동안 지난 20일 일명 “합법적 대통령”으로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취임식을 거행한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대선후보는 이날 새벽 6시부터 멕시코시티 중심부인 소칼로 광장에서 칼데론 신임대통령 반대시위를 주도하고 이어 수 만 명의 지지자들은 멕시코시티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레포르마 대로까지 가두시위행진을 벌였다. 지지자들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소깔로의 오브라도르

 

 

시위대로 어지러운 소깔로

 

 

시위행렬의 오브라도르


하루 종일 멕시코시티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요란하게 떠다니고 레포르마대로는 오브라도르 지지자들의 구호로 시끄러웠다.


하원의사당을 나온 칼데론 신임대통령은 8천 여 명의 지지자들과 각국의 축하 사절단들이 기다리고 있는 아우디또리오 나시오날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이날 칼데론 신임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역대 멕시코대통령들이 취임식을 끝낸 후 멕시코시티 중앙광장 소칼로에서 국민들을 직접만나 신임대통령으로서 인사를 하였던 행사를 취소하였다.

 

 

대형공연장인 아우디또리오 나시오날의 칼데론 신임대통령

 

 

간호병들의 사열

 

 

사관학교 생도들의 사열식


칼데론 신임대통령은 올해 마흔넷으로 역대 멕시코대통령 중 가장 젊은 대통령이다. 변호사출신으로 자유시장주의자이자 친미주의자다. 그는 멕시코의 기업가와 중상류층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지난 폭스 정부에서 2000년에는 멕시코 국가개발은행총재, 2003년에는 에너지장관을 맡았었다.


그는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시장을 개방하고 2004년 일본과의 FTA를 끝으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FTA를 더 체결하여 외국의 투자유치를 확대하여 수출을 증진하려는 정책을 새 정부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더 이상 진전이 없는 한국과 멕시코의 FTA가 칼데론 정부에서 이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이틀이 지났지만 칼데론 신임대통령의 새 멕시코 정부는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몸담은 좌파 민주혁명당이 의회에서 제 1야당으로 세력을 확대한 만큼 의안표결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칼데론 새 정부는 앞으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어지러운 정국을 타개하며 멕시코를 이끌어 가야할 커다란 부담을 안고 어려운 출발을 했다.

 

       (위 사진들은 멕시코 여러 일간지에서 빌려옴.  사진들만!!!!)

 

아래는 엘우니베르살 일간지에 실린 대통령 취임식날 하원의사당에서 있었던

여러 해프닝들을 담은 동영상 자료입니다. 한편의 코미디입니다. 즐감 ^^

(주의!!! 동영상이 뜨면 play-화살표-를 두번 눌러야 동영상이 나옵니다)

 

http://videos.eluniversal.com.mx/0112062/videosdet2026.html

칼데론 취임식을 위해 의사당 단상으로 가는 길

 

http://videos.eluniversal.com.mx/2911064/videosdet1995.html

여야의원들의 치고박고싸우고

 

http://videos.eluniversal.com.mx/2911067/videosdet2004.html

여야의원들 잘때는 사이좋게. 노래자랑대회

 

http://videos.eluniversal.com.mx/2911068/videosdet2010.html

여야의원들의 농성...본회의장에서 먹고자고

 

http://videos.eluniversal.com.mx/felipe1dic/videosdet2022.html

4분간의 칼데론 대통령 취임식

 

http://videos.eluniversal.com.mx/golpes1dic/videosdet2021.html

여야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