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멕시코축제의 백미, 와하까 시의 겔라게차

미키라티나 2010. 7. 27. 01:05

 멕시코 원주민들의 전통과 색채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와하까 주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명의 작은 공동체들이 산속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산악지대와 해변을 품고 있다.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으로 일찍이 기원전 1600년경부터 와하까 계곡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였다.


주변이 높은 산맥으로 둘러싸인 해발 1500m의 비옥한 분지에 위치한 와하까 시는 1987년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세계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된 매력적인 식민지 도시다. 몽환적이면서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풍기는 수도원들과 식민지건물들 그리고 원주민 전통 복장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거리는 마치 500년 전에 시간이 멈춘 듯한 환상을 자아낸다.

 

포르틴 언덕에서 내려다본 와하까 전경

 

산또 도밍고 성당의 위용


하지만 와하까하면 바로 떠오르는 축제가 있다. 해마다 7월 마지막 두 월요일에 포르틴 언덕에서 펼쳐지는 겔라게차 축제는 고대부터 전해오는 아주 오랜 전통이다. 축제의 기원은 아스떼까 제국이 와하까를 점령했던 시기에 옥수수여신 센떼오뜰에 공물을 바치는 의식에서 비롯했다. 당시 땅의 비옥함을 위하여 여러 가지 공물과 함께 인신공양도 했다고 한다.


식민지시대를 지나는 동안 원주민축제는 기독교 문화와 융합되고 원주민들의 성지에는 어김없이 성당이 들어섰다. 스페인의 침략 이후 와하까에 들어온 프란시스꼬 파와 도미니까 파 수도승들은 여신의 신전을 부수고 까르멘 성녀의 교회를 지었다. 하지만 와하까 사람들은 까르멘 성녀를 옥수수여신의 또 다른 현신으로 이해하고 성녀를 숭배했다.

 

1932년 와하까 시 탄생 400 주년 되던 해에 와하까 주 전역에서 대대적인 축제를 벌였다. 와하까 지방 원주민들이 벌인 인상적인 춤은 ‘월요일의 언덕축제’에 영향을 주었고 이후 1974년 이 언덕에 11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극장을 짓고 매년 7월 16일 이후 돌아오는 두 번의 월요일에 축제를 벌이게 되니 이것이 겔라게차다.


겔라게차란 사뽀떼까 어로 각기 다른 지역, 다른 부족어를 쓰는 원주민들의 공물, 공감, 애정, 협력을 의미한다. 오늘날 와하까 주 일곱 지역에서 올라온 14개 마을들은 와하까 시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 위 반원형의 극장에서 각 고유의 전통의상과 춤을 들고 와 그들의 언어, 음악, 춤으로 축제를 펼친다. 그늘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는 축제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축제기간동안 사람들은 부뉴엘로(설탕에 절인 달콤한 후식)을 먹고 그것을 담은 그릇을 뒤로 던져 깨트린 후 깨진 그릇 조각의 숫자로 이듬해의 행운을 알아본다. 그릇을 깨는 것은 다가올 수 있는 모든 악을 부셔버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겔라게차 축제는 둘째 주 토요일 거리 행진으로 시작한다. 16세기 건물인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듣는 산또 도밍고 성당 앞에서 출발한다. 행렬은 일곱 지역에서 온 500 여명의 참가자들이 아름다운 전통의상을 입고 거인 인형들과 밴드들을 앞세우고 노래와 춤을 추며 온 시가지를 돌아서 대성당과 광장에서 멈춘다.

 

                            산토 도밍고 성당앞으로 지나는 축제 전야제 행렬, 깃털왕관춤을 추는 남성 출연자들의 모습 

 

그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각지역대표로 출전한 원주민아가씨들 중에서 그해의 옥수수여신을 뽑는다. 여신은 미모나 몸매로서가 아니라 자기 출신지의 문화와 정체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아가씨가 뽑히게 되어 월요일의 겔라게차를 주관하게 된다. 옥수수여신은 일요일 밤 와하까 시내에 있는 우아한 라 솔레닫 성당 옆 춤의 광장에서 펼쳐지는 시대극 바니 수띠 굴알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라솔레닫 성당 앞의 바니 수띠 굴알 공연

 

바니 수띠 굴알은 사뽀떼까 어로 옛것의 반복이라는 뜻으로 겔라게차 즉 월요일의 언덕축제의 유래에 대해 시대극을 펼치는 것이다. 이는 고대와 스페인 식민지시대를 거치며 두 개의 상이한 문화가 어떻게 융합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겔라게차는 고대축제가 식민지를 거치면서 카톨릭과 조화를 이루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서 깊은 전통이라는 것을 말한다.

 

멕시코 고대문화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그 후손들이 지켜 가는 전통으로 말이다. 무대는 고대, 스페인 침략기, 식민지 그리고 독립의 단계로 나눠지며 마지막은 각 지방마다 다른 민속의상을 설명하면서 멕시코의 독특한 불꽃놀이로 끝난다.


셋째 주 월요일 아침, 포르띤 언덕 위의 극장에서 겔라게차 축제가 펼쳐진다. 일찍부터 몰려든 사람들이 극장을 가득 메우고 마림바연주에 흥이 난다. 아침 10시, 축제는 시작된다. 소박한 민속의상을 갖춰 입은 올해의 옥수수여신이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부족어와 스페인어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 나면 거인인형과 커다란 꽃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등장한 치나 와하께냐(와하까의 아가씨들)의 춤이 등장한다. 

 

포르틴 언덕의 겔라게차 극장 전경

 

 

 

 

치나 와하께냐(와하까의 아가씨들) 

 

                                   태평양 해안을 끼고 해안 지협 지역에 사는 사포테카 여인들의 의상, 화려한 자수와 레이스, 하이힐을 신고 아주 우아한 스텝으로 춤을 춘다. 아름다운 의상과 여인들의 미모로 매우 유명하다.

 

                             고원과 해안 사이의 계곡에 사는 마스테카 부족들의 의상이다. 남성들의 의상이 우리나라 농부들 의상같다. 여인들은 모두 머리를 길게 땋아 양쪽을 묶어 댕기를 드린다.

 

 

                                   '파인애플 꽃'을 춤추는 출연자들...의상이 5색 색동이다. 이들은 파팔로아판 강 유역에 사는 치난테카 부족 여인들이다. 파인애플이 많이 나는 이곳 여인들의 미모가 뛰어나다.

                         파인애플 꽃의 춤은 모두 여성들로만 이루어진다. 마치 캉캉을 추듯 열을 지어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가장 많이 받는다.  

 

 

 

 

이어서 분지, 산지, 해협, 해안 등 여러 상이한 지형에 위치한 7개 지방의 14개 부족들이 자신들의 고유의상을 입고 차례로 등장한다. 그들만의 독특한 방언으로 인사를 한 후 민속춤을 춘 뒤 옥수수여신과 관객들에게 그 지방특산품들을 선물로 바친다. 선물은 과일, 먹거리, 공예품 등이다.

 

하지만 민속의상도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화사한 레이스와 하이힐 그리고 무지개 같은 화려한 원색 의상 일색이다. 현란한 군무들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아스텍의 마지막 황제 목테수마의 왕관이라는 커다란 깃털 관을 쓴 남성들이 스페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듯 한 역동적인 춤으로 마무리한다. 장장 4시간에 걸친 공연을 보고나면 눈도 귀도 얼얼하다.

 

                                         와하까 중앙 고원 지역에서 온 사포테카 부족들의 '깃털왕관춤'. 유일하게 남자들로만 구성된 춤으로 매우 역동적이다. 사실 깃털왕관은 아주 무거워(필자가 써봤슴) 머리로 중심을 잡으며 펄쩍 뛰어오르는 춤이 결코 쉽지않다.

 

이렇게 축제는 끝이 나는가? 아니다. 그날 밤 8시. 언덕 위 극장은 다시 불을 환하게 밝히고 사뽀떼까의 공주 도나히의 전설이라는 무용극을 공연한다. 와하까 계곡의 평화를 위해 도나히 공주는 적국 믹스떼까의 인질로 잡혀가서 목숨을 바친다는 줄거리다. 하지만 비극은 도나히 공주와 믹스떼까의 누까노 왕자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데 있다. 도나히는 결국 사랑보다 애국을 택하게 되고 죽음을 맞이한다. 수년이 지난 후 도나히의 영혼은 꽃으로 피어나고 그녀는 와하까의 수호자로서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 극이 끝나면 언덕 위 하늘은 다시 불꽃놀이로 환하게 밝혀진다. 

 

                                          도나히의 전설 공연

                                           도나히 공주를 맡은 주인공

 

겔라게차 축제는 이렇게 둘째 주 토요일에 시작하여 셋째 주 월요일에 첫 축제를 그리고 마지막 주 월요일에 두 번째 축제로 완전히 끝이 난다. 열흘 동안 와하까에서는 와하까 민속주인 메스깔 전시회를 비롯하여 각종 콘서트나 공연, 전시회와 나무 조각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힌 알레브리헤, 검은 토기, 붉은 토기, 따뻬떼(카펫), 민속의상 등의 민예품시장 그리고 쟁반만한 또르띠야 구이인 뜰라유다, 와하까 치즈, 와하까 초콜릿 등 풍부한 먹거리로 멕시코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과 취재진들로 북적이게 된다. (부산일보 2010년 7월 22일 게재) 

 

생 초콜렛 원두인 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