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당나귀는 괴로워, 오뚬바 당나귀 축제

미키라티나 2010. 6. 1. 15:25

 

   멕시코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옥따비오 빠스Octavio Paz는 이렇게 말했다. ‘축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계층도, 성도, 국경도 없다.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반항하는 기회다. 불꽃놀이와 영혼을 해방하는 기회다. 모두 고함지르지 아무도 속삭이지 않는다.’라고.


멕시코에서는 1년 중 어느 날, 어느 곳에서든 반드시 축제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 년 내내 어디서건 축제가 펼쳐진다는 말이다. 매년 전국적으로 5,000개에서 6,000개 정도의 큰 페스티벌 또는 카니발 혹은 작은 축제가 펼쳐진다. 종교적인 축제가 대부분이지만 축제에는 예술과 전시회 그리고 상업 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 국가적, 종교적 또는 지역적인 행사로 어떤 축제는 한 달 내내 행사가 벌어지고 어떤 축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국제적인 행사가 되기도 한다.


5월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렇지만 멕시코사람들은 가족애가 유난히 두텁다. 그래서 특별히 5월이 아니더라도 늘 끈끈한 가족애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시골사람들에겐 가족과 다름없는 가축 ‘당나귀’ 이야기다. 멕시코 시골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있는 당나귀는 시골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전국에 약 20만 개의 크고 작은 고고학유적지가 있다. 이중 멕시코문화재관리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등록된 유적지는 약 3만 개며 그 중에서 멕시코시티와 경계선을 가진 멕시코 주에 약 2천 곳이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곳이 떼오띠와깐으로 멕시코시티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찾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바로 이 유적지 근처에 있는 오뚬바 마을에서 국제적으로(?) 소문난 당나귀 축제가 있다. 2002년 5월에는 이미 48회째로 열리는 유서 깊은 행사였다. 오뚬바는 아스텍 시대에는 오똠빤라고 불리던 오랜 역사를 가진 작은 마을로 약 3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당나귀 축제는 말 그대로 당나귀가 주인공이다. 당나귀는 고집 세고 말 안 듣는 한 성격하는 까칠한 가축이다. 하지만 이날은 사람들은 즐겁지만 당나귀들에게는 괴로운 축제다.

 

축제 프로그램을 보자. 첫 번째는 말이 아닌 당나귀를 타고 하는 폴로경기다. 폴로경기는 키 작은 당나귀 등에 타는지 걸치는지 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빗자루를 휘둘러 공을 골대에 쳐서 넣는다. 그 모습은 경기를 구경하려 구름처럼 몰려든 구경꾼들의 폭소를 불러일으킨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당나귀가 경기 도중에 갑자기 딱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으면 선수는 당나귀를 잡아당기고 밀고하며 난리 법석을 떤다. 게다가 경기장은 온통 당나귀 배설물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이색적이라 세계 토픽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동물애호가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할 건수다. 

 

 

 

 

 

 

 막간행사로 무대 위에서 라이브 밴드연주와 신나는 민속춤 공연으로 구경꾼들의 흥을 돋운다. 두 번째는 시사적인 풍자가 강하게 표출된 당나귀 가장행렬이다. 필자가 방문한 2002년의 가장 행렬에는 2001년 9.11 사태가 가장 많은 주제로 선택되어 오사마 빈 라덴과 뉴욕의 쌍둥이빌딩이 등장하였다.

 

                                          헬리곱터로 분장한 당나귀 가장행렬


그밖에 당시 멕시코 대통령이었던 폭스와 쿠바의 카스트로 사이의 관계를 풍자한 당나귀, 그 전해에 작고한 멕시코의 대 여배우 마리아 펠릭스 등이 등장하였지만 그날의 대상은 가장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은 와하까 지방 특산 공예품인 알레브리헤를 본떠 만든 머리 셋 달린 괴물이 받았다.


마지막으로 말 경주만큼이나 역동적인 당나귀경주가 펼쳐진다. 당나귀경주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잘 달리다가 그만 딱 서버리는 당나귀들이 속출하고 그 당나귀를 달리게 하려고 달래도보고 윽박지르기도 해보지만 보지만 요지부동 꿈쩍도 않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주인의 애타는 속을 모르는지 구경꾼들이 건네주는 풀을 낼름 받아먹으면서도 꿈쩍도 않아 지켜보는 사람들의 웃음보가 와~하고 터지기도 한다.  


당나귀는 각 마을대표로 출전한다. 마을주민들은 다 함께 이날을 위해 폴로경기와 가장행렬, 달리기 등을 준비한다. 대회에서 이긴 당나귀마을에는 적지 않은 상금과 도로나 학교 등 정부의 특별한 선물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당나귀들은 고된 노역에서 벗어나(아니 더 한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이날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Tip; 당나귀 축제는 1954년 카톨릭 축제로 시작되어 1969년 인디아 마리아 주연의 영화 산호세 로스 부로스San Jose los Burros(산호세 당나귀들)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마을의 중앙광장 소깔로에는 놀이기구가 설치죄고 장터가 들어서있다. 조그만 광장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인기 먹거리들도 참 이색적이다. 바비큐와 설탕범벅 과자, 이 마을의 명물이자 전통주인 막걸리 맛 나는 용설란 선인장 발효주 뿔께, 맥주에 레몬,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마시는 미첼라다, 돼지 껍질 튀김인 치차론 까지는 멕시코 전통 먹거리라 익숙하다. 하지만 용설란의 벌레인 구사노 데 마게이 요리와 개미 알 요리인 에스까몰레 등은 멕시코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고대요리다. 


광장 한쪽에는 식민지시대의 잡화점이 그대로 보존된 곤살로 까라스꼬 박물관이 있어 들러 볼만하다. 2층에는 주변지역에서 발견된 선 스페인기의 유물들과 스페인기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민속전시실에는 멕시코 막걸리인 전통주 뿔께 만드는 법과 뿔께 주점인 뿔께리아와 당나귀축제에 출현한 역대 가장 당나귀 등이 전시되어 있다.                        (부산일보, 2010년 5월 27일 게재)

 

신부 당나귀

 

전통 뿔께 제조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