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여성농민누드시위와 섹시화보 찍은 여성하원의원들

미키라티나 2006. 4. 29. 23:53
 

멕시코는 지금 며칠째 누드시위 중이다. 멕시코시티 중심가를 지나는 레포르마 대로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들과 속옷만 걸친 남성들이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 동쪽에 위치한 베라크루스 주에서 올라온 농민들이다. 해마다 누드시위를 벌였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또 시위를 하고 있다.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장소는 멕시코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레포르마 대로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인수르헨떼스 대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사실 가장 차량 통행이 잦은 곳이다. 작년까지는 멕시코시티의 상징인 독립기념탑인 천사 탑에서 시위를 벌였었다. 하지만 천사탑이 올해 독립 2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고 있자 농민들은 이곳으로 장소를 옮긴 것이다. 농민들은 가로수 주변에 텐트를 치고 이곳에서 밥을 해먹으며 장기시위를 펼치고 있다.

 

 


올 누드의 여성들이 서 있는 자리는 꽈우떼목 동상 아래다. 꽈우떼목은 아스떼까의 마지막 지도자로 스페인 군사들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 영웅적인 모습은 후대에 각인되어 지금까지 멕시코국민들이 추앙하는 인물로 남아 있다.


사실 여성으로서 젊은 분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누드시위를 나서고 있지만 사실 이제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나가는 차량에서는 휘파람을 불어대기도 한다. 비록 여성뿐만 아니라 농민들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일가족이 총 출동하고 있다. 약한 몸을 이끌고 시위에 참가한 백발의 할아버지들을 뵈니 마음이 아프다.

 

 


천막을 들추고 농민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의 문제는 89년부터 시작된다. 부패한 정부 관료와 지주들이 짜고 농민들의 토지를 헐값으로 또는 강제로 빼앗고 그들의 땅에서 쫓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동료를 잃기도 했다. 그들은 현재 그들의 땅을 돌려줄 것과 죽은 동료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년 전 현 대통령인 폭스가 보상 문서에 사인을 해서 그 결과를 기대하였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진행되고 있지 않아 다시 올라온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들의 땅을 돌려받고 그곳에 부지런히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되유. 더 많은 것은 바라지도 않아유.” 지난밤 비로 감기가 잔뜩 들어 있는 과달루뻬 아주머니의 말씀이다. 소박하기만 한 농민들의 소원이 언제 이루어질까. 대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아 레임덕에 빠진 현 대통령이 이들 농민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만 바랄뿐이다.


농민들이 땡볕에 하루 세 차례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현역 여성하원 세 명이 남성들이 즐겨보는 "H"(스페인어로 남성인 Hombre의 약자) 라는 잡지에 섹시한 표정과 포즈의 화보를 실은 것이다.

 

언론은 호들갑을 떨며 잡지의 화보를 소개하고 주인공들을 초대해서 대담을 나누었다. 만약 우리나라의 여성 정치가가 이런 섹시화보를 찍었다면 지금 정가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멕시코에서 가장 섹시한 세명의 정치인들 이라는 제목의 기사


사회민주와 농민 대안당(PASC)의 브렌다 아레나, 민주혁명당(PRD)의 알레한드라 바랄레스와 로레나 비야비센시오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 중 로레나는 현재 뛰고 있는 5명의 대선 후보 중 가장 인기 있는 로페스 오브라도가 이끄는 PRD의 리더다. PRD는 중도좌파 노선을 걷고 있어 멕시코 좌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브렌다 아레나 의원


“오늘날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이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려고” 화보를 찍었다고 브렌다 의원은 밝혔다. 알레한드라 의원은 “7월 2일에 있을 대선에 젊은이들이 투표하기를 바란다.”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알레한드라 바랄레스 의원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미 100년 전에 사회혁명을 겪은 후 오랫동안 전쟁이 없는 이유로 안정된 멕시코 사회는 상당히 개방적이다. 이성연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성애 거플도 거리낌 없이 대로에서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TV에서는 가슴선이 훤히 보이는 옷을 입고 뉴스를 전하는 매력적인 앵커, 임신으로 불룩한 배를 내밀고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 최소한의 의상만을 걸치고 출연한 토크쇼나 오락프로그램의 여성출연자들을 매일 만날 수 있다. 단지 방송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거리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옷차림에서도 자유분방함이 보인다.


하지만 멕시코는 여전히 남성적이며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정치계는 더욱 그렇다. 상원 200명, 하원 500명의 의원들 중에는 여성의원들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지만 이처럼 남성전용잡지에 파격적인 의상과 포즈로 화보를 찍어 실리는 일에는 그리 호의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로레나 비야비센시오 의원  

그러고 보니 올 누드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농민들도 섹시한 화보를 찍어 남성잡지에 실은 의원들도 모두 여성들이다. 눈에 보이는 통계는 없지만 많은 여성들은 옷을 벗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시위에 나선 여성농민들에게 암묵의 지지를 보내고 있슴은 느낄 수 있다.

 

멕시코의 5월 10일은 어머니날이다. 가족을 최고로 생각하는 멕시코사람들에게 가정의 달 5월은 의미가 크다. 몇 해 전 백화점에 쇼 윈도우에 디스플레이 되었던 인상적인 광고문구가 떠오른다.


‘당신은 완벽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여성입니다. 그 이름은 어머니!’




                                    농민누드시위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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