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남자의 질투와 증오는 어디까지?

미키라티나 2006. 4. 5. 09:10

옛말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가 증오를 품으면 이렇게 되는 것인지.

 

 

 

 

    연인이었던 에리카와 디에고


지난 3월 2일 멕시코 제1 산업도시인 북부 몬떼레이에서 3살 여아와 7살 남아가 잔인하게 살해되고 이들의 형제인 19살 여대생이 중태에 빠진 살인 사건이 일어나 멕시코를 큰 충격에 빠트렸다.


사건은 큰 이슈가 되어 한 달 내내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심지어 지난 3월 30일 멕시코에서 열린 미국, 캐나다 대통령이 참가한 북미 3국 회담이라는 중요한 뉴스를 제치고 멕시코 언론은 이 살인 사건에 대해 특집으로 다루었다. 주요 방송국들의 메인 뉴스는 한 시간 동안 이 사건의 인물들을 상세하게 보도하였다.

 

 

 

     유치장에 있는 디에고...사건 한달째인 지난 주말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3월 2일 새벽 4시 사건용의자 21살의 대학생 디에고 산또이는 헤어진 애인인 19세 에리카 코스가 사는 집에 침입해 그녀의 두 동생을 칼과 밧줄로 잔인하게 살해한 뒤 에리카도 살해한 후 도주하였다.


그러나 에리카는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디에고를 범인으로 말한 덕분에 살인범 디에고는 친형과 도주하다 3일 만에 멕시코 남부에서 검거 되었다.


살인 사건이 난 후 멕시코언론은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범인의 사진을 언론에 띄운 덕분에 멕시코 남부 시골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과테말라로 도망하기 직전에 검거한 것이다.


검거된 디에고는 형과 함께 특별비행기로 몬떼레이에 돌아왔고 그때부터 언론은 집중적으로 범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TV에 출연한 에리카. 목에 긴 상처가 있고 목아래 구멍으로 인해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한다

   

 

먼저 왜 멕시코 언론은 하루에도 여러 건이 발생하는 살인 사건 중에서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있는가에 대해 말해보자.


사건의 중심에 있는 몬떼레이 시는 미국 국경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흥 산업도시로 멕시코시티를 제치고 가장 돈이 많이 도는 부유한도시다. 살인자와 피해자는 둘 다 백인으로 멕시코 상류층에 속하는 부류다. 에리카의 엄마인 테레사 코스는 그 지방 방송국의 유명한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디에고의 아버지 역시 커다란 별장을 소유할 정도의 재력가다. 


그리고 처음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서 에리카는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모델을 능가하는 뛰어난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고 디에고는 청소년 프로그램에 사회자로 활동할 만큼 잘생긴 청년이다. 아마 그래서 필자를 비롯하여 더욱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멕시코 사회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상류층에 속하면서 미모를 갖춘 이들이 어찌해서 이렇게 끔찍한 살인사건에 이르렀나 하는 것이 멕시코언론과 시청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다보니 매일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사생활까지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다. 중태였던 에리카가 수술을 하고 보름후 퇴원을 한 뒤 궁금했던 사건전말은 사람들의 흥미를 더 해가고 있다.


 

 

 

  

 

   아무 영문도 모른채 살해당한 어린 두 동생들과 엄마 테레사

 

 

디에고와 에리카는 약 2년 정도 연인사이였다. 디에고는 공대를 다니고 있었고 성적은 대부분 최우수(A+)를 받는 뛰어난 학생이었다. 주변인들은 디에고가 말은 많지 않지만 침착하고 착한학생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에리카는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나 한번 뒤돌아보게 할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디에고는 질투가 굉장히 심했다고 에리카는 말했다. 정도가 심하다보니 에리카가 생일날 받은 휴대폰을 훔친 후 저장되어 있는 다른 친구들 번호를 다 지우고 칩을 바꾼 뒤 돌려줬다고 하였다. 이에 실망한 에리카는 지난 1월 말 디에고와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현재 새로운 애인이 있다고 했다.


디에고는 에리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많이 쓴 듯하다. 헤어졌지만 발렌타이 데이 때 에리카와 근사한 저녁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아마 이때부터 디에고의 질투가 증오로 바뀌었을 것이다.


에리카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3월 2일 새벽, 애인사이였을 때 수시로 드나들던 에리카의 집에 침입해 먼저 7살 난 남동생 에릭을 칼로 15차례나 찔러 잔인하게 살해하고 이어 3살 난 여동생 마리아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에리카. 망치로 몇 번이나 머리를 내려치고 칼로 목을 찌른 후 폐에도 칼을 꽃아 피를 많이 흘리는 것을 보고 도주하였다.


 

 

    TV에 출연한 엄마와 두 자매.

 

이 날 에리카의 집에는 모두 6명이 있었다. 앵커인 엄마는 다른 도시에 출장을 가있어 큰 언니 아수라, 에리카, 남동생 에릭, 여동생 마리아, 엄마의 비서인 린다 그리고 가정부 까띠. 하지만 이 난리가 났을 때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복잡한 3층집 구조로 각자 자기 방에 있었던 아수라는 나중에서야 많은 피를 흘리고 빈사상태에 있는 에리카를 발견했던 것이다. 목을 베인 에리카는 현재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속삭이는 수준의 말을 하고 있다.


디에고가 잡힌 직후 동생과 동행했던 형 마우리시오는 살인자인 동생에 대해 가족이기에 최대한 그를 도우려 했다고 말했다. 이 날 방송사에서는 만약 자신이 마우리시오의 처지라면 하는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70%가 마우리시오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멕시코의 가족주의를 보여주는 결과다.


언론은 매일 디에고와 에리카의 소식을 전하였다. 디에고의 아버지도 에리카의 엄마도 기자회견도 열었다. 디에고의 아버지는 에리카의 사진으로 도배된 디에고의 방을 공개하면서 디에고가 에리카를 얼마나 사랑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에리카의 집.


에리카가 제대로 말을 하게 되자 북미 3국 대통령 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주금요일에 에리카와 언니 아수라, 엄마 셋이 멕시코시티에서 날아간 두 방송사 앵커와 대담한 것이 방송되었다. 에리카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디에고가 자신을 어떻게 살해하려 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아수라는 빈사상태의 에리카가 ‘디에고’라고 해서 디에고가 한 짓임을 알았다. 그 직후 에리카의 휴대폰에 찍힌 디에고의 메시지 ‘오늘 오후에 만나자. 사랑해’를 보고 디에고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 에리카는 현재 새 애인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지난 주말 디에고는 잡혔을 때 자신이 두 동생을 살해하고 에리카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했던 진술서를 번복하고 충격 발언을 하였다.


디에고는 에리카의 엄마와 부적절한 관계였고 이를 눈치 챈 에리카가 엄마를 증오해 두 동생을 살해하도록 디에고를 사주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에리카가 살해했다고 말한 것이다. 에리카가 하는 모든 말은 다 거짓이며 자신도 죄를 지었지만 그녀 또한 죄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TV에 출연한 디에고의 아버지. 아들의 변호를 위해 유능한 변호사까지 고용하였다.

 

두 유력 방송 뉴스앵커와 유치장에서 인터뷰를 한 이 내용은 지난 월요일부터 한 시간 내내 방송되고 있다.


그의 고백을 들으면서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가. 지금까지의 상황에서는 분명히 디에고가 살인자다. 그것도 질투와 증오에 불타서 헤어진 애인과 그 동생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다. 그의 증오는 어디까지 갈 것인지. 죽었다고 생각한 에리카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고 그가 벌인 살해행각이 낱낱이 밝혀지자 진술을 번복하고 에리카의 엄마와 부적절한 관계며 에리카가 살인범이라고 한 것이다.


에리카를 너무 사랑해서 질투를 하고 헤어지자고 해서 증오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그의 말대로 에리카와의 사이에 끼어든 그녀의 엄마 때문일까. 에리까는 디에고가 자신이 다른 남자와 다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멕시코 최대 방송국 텔레비사의 저녁 뉴스 앵커 아델라가 유치장의 디에고와 대담.

 

지금까지 이 사건의 전개 상황을 보면서 멕시코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백인 상류층의 치정 살인사건에 대한 멕시코 국민들의 호기심. 아무 죄도 없는 어린아이를 둘이나 살해한 잔인한 유아 살해범에 대한 분노. 헤어진 애인에 대한 증오로 빚어진 살해라는 데 충격을 받은 여성계. 잔인무도한 살인자이지만 아들이자 동생이라는 이유로 감싸고 드는 비뚤어진 가족애.

 

매일 속보로 보도하면서 앵커가 직접 지방 유치장까지 들어가 거짓말임이 분명한 살인범과의 대담을 메인 뉴스로 한 시간씩이나 시간을 할애한 멕시코 방송. 여러번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리고 있다. 참고로 멕시코는 뉴스나 방송 중간 중간마다 광고를 한다. 그리고 분명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TV 뉴스에 억울함을 호소하러 나온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헤어진 애인에 대한 넘치는 질투와 증오로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애인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디에고라는 남자가 있다.


 

 

    디에고와 에리카

 

멕시코는 올 7월 대선도 있고 미국 국경장벽 설치 안건 등 커다란 사건들이 줄을 있고 있지만 당분간 이 사건은 날이 갈수록 멕시코 국민들의 시선을 계속 붙들어 둘 것같다. 

 

        TV에 출연한 에리카와 디에고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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