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6kg 신생아와 세계최고의 뚱보-멕시코 비만의 심각성

미키라티나 2006. 7. 10. 08:08

 

 풍만한 사람들이 주제가 되는 남미 콜롬비아의 유명한 화가 보떼로의 그림을 보면 즐겁다. 넉넉한 몸집의 등장인물들과 화사한 색감은 관람자들에게 슬며시 웃음을 짓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은 아마 미국일 것이다. 이웃나라인 멕시코도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보기엔 분명히 비만이지만 정작 그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멕시코 대도시거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장과 공원에 가면 구태여 찾으려 들지 않아도 뚱뚱한 사람들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곰 가족처럼 뚱보 아빠에 뚱보 엄마 그리고 뚱보 아이들.

 

      소아병원의 소아비만과를 찾아 상담중인 헤수스. 중 2 학년이지만  현재 120kg 나간다.


2006년 5월, 멕시코는 10명중 7명이 비만이나 과체중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비만은 당뇨를 비롯해 심장병 등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광고도 TV를 타고 있다. 멕시코 사망률 1위의 원인이 당뇨다.


비만은 11세가 되기 이전에 형성된 소아비만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세계적인 현상으로 멕시코의 비만은 최근 15년 전후에 시작되었다.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다.

 

     소아비만은 평생간다. 15세 성인식 사진 속의 소녀.


가장 먼저 식습관. 우리나라처럼 야채를 생으로 혹은 여러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 것과는 달리 멕시코사람들은 스프나 샐러드 외에는 거의 고지방과 고 칼로리의 음식을 주로 먹는다.


예를 들면 멕시코음식의 상징과도 같은 따꼬. 따꼬는 요리라고 하기보다는 멕시코 식 패스트푸드로 배고프면 길거리에 널려 있는 따꼬 포장마차에 들어가 쉽게 먹을 수 있다. 납작하고 동그란 손바닥만한 옥수수전병인 또르띠야 위에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구미에 맞는 다진 고기를 올리고 리몬과 고추 등을 얹어 싸서먹는다. 가격도 저렴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에서 3000원이면 한 끼가 해결된다.

 

어디 따꼬뿐이랴.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다보니 멕시코사람들은 우스개로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들은 비타민 T를 먹는다.’ 이는 멕시코사람들의 주식인 또르띠야tortilla, 따꼬taco, 또르띠야를 잘라서 튀긴 또스따다tostada, 옥수수 반죽 찜인 따말레tamale, 멕시코 식 샌드위치로 커다란 빵 사이에 이것저것 끼워먹는 길거리 음식인 또르따torta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멕시코설화에 따르면 그 옛날 아직 이 세상이 암흑이었을 때 신들이 모여 그들을 닮은 인간을 만들었다. 처음엔 흙으로 빚었지만 쉽게 부셔졌다. 두 번째는 나무를 깎아 만들었으나 피가 통하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신들은 옥수수반죽으로 인간을 빚었더니 움직이고 말을 하더란다. 따라서 멕시코 사람들은 자신들을 ‘옥수수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우리나라 설화에 웅녀가 마늘을 먹고 여자가 된 것처럼. 이처럼 옛 이야기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멕시코는 옥수수 문화다.


문제는 옥수수로 만든 또르띠야는 그냥 먹기엔 목이 메여 꼭 음료수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목이 메는 또르띠야 때문에 음료수는 필수다. 특히 콜라는 생산국인 미국을 제치고 멕시코가 소비 1위다. 이는 햄버거나 피자를 먹을 때보다 따꼬의 뻑뻑한 또르띠야 때문이다.


예전에는 콜라보다 전통음료수를 마셨다. 흔히 ‘아구아’라고 표현하는 과일 맛 음료수다. 원래 ‘아구아 데 사보르(맛 물)’를 줄인 말로 멜론, 수박, 딸기 등 생과일에 찬물을 가득 붓고 설탕을 넣은 뒤 잘 갈아서 만든 시원한 음료수로 또르띠야와 어울리는 맛있는 물이다. 과일물외에도 오미자차 맛이 나는 예쁜 붉은빛의 하마이카 꽃잎 차나 따마린도 열매 음료수도 멕시코 전통음료수다.


문제는 이런 전통음료수들이 물보다 더 싼 가격에 시판되는 콜라나 소다수에 밀려나고 있는데다 이런 인스턴트음료수에 입맛이 들어버린 사람들은 전통음료수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매우 달게 마신다는데 있다. 시중에 500ml의 생수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500원인데 콜라 값도 마찬가지이거나 400원 정도 한다.


그리고 가게에서 파는 음료수나 과자를 먹어보면 매우 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스턴트식품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나오는 후식들도 한입 베어 물면 너무 달아 뱉어버리기 일쑤다. 멕시코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이처럼 단 음료와 음식들에 입맛이 들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식습관도 문제지만 그 외에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덜 움직이는 과잉영양도 문제다. 가까운 거리를 걷기보다는 차를 타고 다니고 운동을 하기보다는 리모컨을 들고 TV 앞에 앉는다. 납치와 마약과 같은 범죄가 많아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집안에서만 머물게 하는 사회적인 원인도 있다. 아이들은 컴퓨터게임에 빠져 살게 된다. 따라서 소아비만 전문가들은 농촌보다는 대도시의 소아비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9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비만은 해가 갈수록 그 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비만도 유전이다. 하지만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노력만 있다면. 뚱보가족.


게다가 통계적으로 가난한사람들이 더 뚱뚱하다. 상류층이 사는 동네나 고급 식당을 가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날씬하다. 하지만 서민들이 사는 동네나 못사는 동네를 가면 통계처럼 10명중 7명은 뚱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기에도 심각하지만 정작 그들은 대부분이 뚱뚱하기 때문인지 일상생활에 큰 지장만 없으면 무심한 듯 보였다.


멕시코시 소재 페데리코 고메스 국립소아병원에서 소아비만을 담당하고 있는 블랑카 델 리오 의사는 최근 멕시코 소아비만에 관한 리서치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대상은 10세부터 17세 사이의 남녀아이들이다. 2004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아이는 24%, 여자아이는 26%가 비만과 과체중이다. 농촌이 몰려 있는 멕시코 남쪽보다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 북부와 수도인 멕시코시에서 더 높은 비만수치가 나왔다. 


한편 좀 지났긴 하지만 멕시코교육부에서 조사한 리서치에 따르면 1998년에서 1999년 사이 5세 미만 아동비만은 4.7%에서 5.5%로 증가했다. 5세부터 11세 사이의 아동들은 19%가 비만과 과체중으로 나타났고 이 중 멕시코시는 26%, 북부지역은 25%를 보여 11%의 농촌과 대조되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04년부터 2005년 사이의 리서치에는 비만아동이 6세에서는 약 20%가, 12세에는 약 40%까지 이르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중 과체중이 27%, 비만이 15%로 나뉜다.


올해 초에 나온 비만클리닉에서 27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서치 결과에서는 14%가 과체중이고 85%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이런 리서치의 결과를 두고 볼 때 거리에서 보이는 뚱뚱한 사람들이 다 이 환자들이라는 것이다.


비만은 보통 유전된다. 가족들이 모두 뚱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엄마가 뚱뚱하거나 아니면 임신 중 당뇨가 있으면 신생아는 비만아로 태어난다. 멕시코는 인구가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유난히 신생아 뉴스가 많다. 5명의 쌍둥이라든지 아니면 6kg 신생아 탄생 같은 뉴스 말이다.

 

   2004년 태어났던 6.02kg 거대아. 2년이 자난후 이 아이는 정상아가 되었다.

   물론 엄마의 피눈물나는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올 5월에도 6kg 신생아가 태어났다. 이 아기 역시 엄마가 뚱뚱하고 임신말기에 당뇨로 인해 거대아로 태어나게 됐다. 이 여자아기의 경우는 부모가 너무나 가난한 시골에서 사는 소작농이라 변변히 병원에 가지도 못해서 생긴 비극이었다. 위로 4명의 언니, 오빠들을 둔 이 아기는 출산 도중에 병원으로 와 제왕절개도 못한 채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 몸집이 너무 커 산도를 나올 수 없어 어깨가 부러지고 그 때문에 폐에 문제가 생겨 의사들의 세심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아이를 받은 의사들은 다들 기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변변한 신발조차 없는 아기의 부모님들은 병원비와 아기 분유비로 걱정이 태산이다.

 

 

        올 5월에 태어난 거대아. 안쓰럽다.

 

                 아빠의 한숨.


지난 12월 멕시코의 한 TV 뉴스를 통해 전 세계에 토픽이 되었던 거인도 있다. 마누엘 우리베씨. 그는 당시 550kg을 육박하는 몸무게로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사나이로 소개되었다. 뉴스로 소개된 후 그는 세계 의학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는데 그렇게 뚱뚱한 사람이 흔히 가지고 있는 당뇨를 비롯한 각종 성인병의 징후가 전혀 없음에 놀랐던 것이다. 그는 지금 유명인사가 되어 툭하면 TV 뉴스에 그의 근황이 소개되곤 한다.


그의 집을 찾아가 막상 눈앞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이란. 그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앉아 있었다. 이미 TV에서 보았고 전화통화를 할 때 짐작은 했었지만 매우 낙천적이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거리에 면한 거실과 문을 아예 통유리로 만들어 집 앞을 지나는 동네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다. 침대위에는 철봉을 설치해 틈만 나면 팔 운동을 하기도 하고 자전거 바퀴를 돌리기도 했다.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너무도 즐기는 듯 수다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누엘 우리베씨의 집.

 

현재 40세인 우리베씨는 이미 어릴 때부터 과체중이었다. 그는 80대년 초 결혼하고 미국에서 살았다. 결혼 당시에 100kg 정도였던 그는 미국에서 15년간 살면서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를 즐겨먹었다고 했다. 그가 90년대 후반 다시 멕시코로 돌아왔을 때 그의 체중은 이미 250kg를 훌쩍 넘어버렸다.

 

 

          11세 때의 우리베 씨. 이 정도면 약간 체중 과다 정도.

 

그는 배 주변의 지방 일명 ‘타이어’라고 부르는 부분의 살덩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더 이상 걷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들의 권고로 지방제거수술을 했다. 2000년 지방제거수술로 70kg에 이르는 살을 떼어냈지만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갑자기 없어진 지방에 그의 몸은 통제가 안 되었고 수술이후 여러 부작용으로 고통스럽게 9개월을 침대에서 보낸 후 그의 몸무게는 떼어낸 지방보다 더 급작스레 불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머니도 비만이시다. 현재 120kg.

 

치료하느라 사업도 정리하고 집도 처분한 뒤 그를 치료하는데 지친 부인은 그를 떠나버렸고 살 빼려다 살이 붙은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침대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게 된 것이다. 그 충격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는 다행이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TV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재밌다. 비록 침대에서 꼼짝도 못했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의 우리베씨는 전화마케팅으로 세일즈도 하면서 조금씩 돈을 모았다고 했다. 돈을 모아 다시 수술을 할 생각이었단다. 그러던 중 지난 12월 어느 아침. 권총을 든 강도가 들어와 자신은 꼼짝도 못하는 사이 유유히 모아놓은 돈을 다 가져갔단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하고 TV에 출연해 그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베씨는 여러 의사들과 단체들의 도움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지만 나름대로 운동도 하면서 지난 3개월 반 동안 약 89kg을 뺐다고 했다. 필자가 찾아간 날 주치의가 방문하여 줄자로 체적을 재며 몸무게를 측정한 결과 그냥 침대에만 앉아 약간의 운동과 다이어트만으로 보통 성인남자의 몸무게가 빠졌다는 다소 당황스런 장면을 목격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TV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육안으로 현격히 차이가 났음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람들의 많은 관심속에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가 하는 다이어트는 또르띠야와 밀가루 빵은 일체 먹지 않고 오로지 닭고기나 계란과 같은 하얀색 고기와 생선 그리고 야채를 먹되 조금씩 다섯 끼를 먹는다고 했다. 주치의의 말에 의하면 우리베씨는 호르몬 체계의 이상으로 결코 많이 먹고 적게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으로 소화되는 영양분들이 체내대사에 쓰이지 않고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주치의가 권고하는 ‘오메가3’나 ‘알로에’ 등 식품보조제도 함께 복용해서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다. 한때 이탈리아의 의사가 제안한 위 절제 수술까지 생각을 했으나 지금하고 있는 다이어트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말 이런 식으로 살이 금방 빠진다면 2, 3년이면 정상체중으로 돌아올 것 같다. 그는 그가 결혼할 당시의 몸무게인 100kg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했다.


멕시코의 소아비만은 단지 멕시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현재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멕시코의 경우는 그 속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급속하게 진행이 된다는데 있다.

 

오는 7월 16일 일요일 밤 11시에 SBS 일요스페셜에서 다룰 “소아비만” 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멕시코 소아비만의 심각성이 사례로 소개될 예정이다. 아이가 있거나 곧 아이를 가질 부모라면 말할 나위도 없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오늘날 인류의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린 비만의 심각성은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침대위에서 운동하는 우리베씨. 천진난만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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