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멕시코 여자들의 발칙한 댕기풀이 파티

미키라티나 2006. 10. 30. 08:36
 

  

오늘날 지구촌의 수많은 나라가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라마다 사람과 역사가 다르듯 인식과 습관, 문화가 다 제 각각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나라는 시대에 뒤떨어져 있거나 상스럽거나 야만적일 수도 있고 혹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나라에서는 그것이 고유의 문화유산이고 풍습일 수도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문화나 풍습을 눈과 마음을 열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필자가 조심스럽게 소개하는 멕시코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어떤 것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주 많이 다르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그 사회는 이런 것이 있다 정도로 보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의식주문화든 의식의 문화든. 우리의 생각과 관습에 맞지 않은 모습에 대해 지나친 비난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멕시코의 여성들은 성인식 이후에 교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비교적 어린나이에 연애를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여성들도 많다. 필자의 멕시코 여자친구는 지금 29살인데 벌써 13살, 9살 두 아이의 엄마다. 16살에 첫 아이를 낳았다. 카톨릭이 국교인 나라에서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피할 수 없이 아이를 낳는다. 미국에서 라틴계 이민자들의 급속한 인구증가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추측된다.


따라서 중, 고등학교에서는 성교육과정이 있으며 피임과 더불어 에이즈와 각종성병 예방을 위한 홍보와 광고가 꾸준히 TV 전파를 탄다. 그래도 미혼모가 생긴다. 물론 미혼모와 그 가족들 입장에서는 부끄럽고 심각한 고민이지만 라틴사회에서는 결혼도 않고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숨기거나 대대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인 것 같지는 않다. 당사자 부모들은 이를 걱정하고 야단은 하겠지만 아이를 가진 딸을 대체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미혼모라는 것이 우리나라처럼 도덕적으로는 그렇다고 쳐도 사회적으로는 그리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이 때문에 결혼도 하지만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오래 가는 커플이 드물다. 대부분 이혼하고 재혼하는 경우가 거의 태반이다. 그만큼 어려서 결혼하는 것이 문제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원주민들은 18세에서 20세 정도면 결혼을 한다. 치와와 주의 고원산지에 사는 따라우마라 원주민 사회에서는 여자아이가 12세가 되면 결혼을 시킨다. 메스띠소들도 혼전임신으로 일찍 결혼을 하기도하지만 그 결과가 이혼이 많다. 여자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몇 년 다닌 뒤 24세~25세 정도에 결혼을 한다. 남자들도 그 정도 나이에 하지만 여자보다 더 늦는 경우가 많다. 아주 늦는 경우는 돈을 많이 못 벌었거나 매력적이지 못한 경우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날짜를 잡은 남자들이 댕기풀이를 했었다(요즘도 하나?) 아무튼 멕시코에서는 신랑이나 신부 모두 댕기풀이를 한다. 스페니시로 “데스뻬디다 데 솔떼라 Despedida de Soltera” 즉 “독신이여 안녕~” 쯤 되겠다. 필자가 여자라서 신부의 댕기풀이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결혼식을 앞두고 한 달 전쯤 댕기풀이를 한다. 장소는 신부의 가장 친한 친구 집이나 다음 신부가 될 친구 집이다. 저녁 9시쯤 되면 여자들만 모인다. 집안에 남자가 있다면 당연히 쫓겨난다. 간단한 간식거리가 준비되어 있고 오랜만에 만나 친구들이 얘기꽃을 피운다. 그리고 친구들은 준비한 결혼선물을 신부에게 준다. 선물내용을 보면 매우 실용적이다. 파스타용 국수, 마요네즈, 참치 캔, 올리브 오일, 밀가루 등 신접살림을 차리면 유용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재료가 한 가득. 선물도 재미있다. 여기까지는 그저 일상적인 친구들 모임 같다.

 

     

     가운데 앉은이가 신부될 아가씨. 선물 상자를 보면 먹을 것이 가득.


그러나 조금 뒤...맨 먼저 하는 것은 장난이다. 이제 결혼할 사람이니까 신부에게 주로 성적인 장난을 친다. 허리에 추를 매단 끈을 감고 그 추를 흔들어서 다리 사이로 촛불 끄기, 신부의 눈을 가리고 온갖 물건을 준비해서 만지게 하고 그 느낌을 말하게 한다. 그리고 엉뚱한 질문으로 그 답이 성적인 의미가 되게 하여 모두 묘한 상상을 하며 배를 잡고 웃는다. 친구들도 돌아가며 장난을 치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필자로서는 이것이 처녀들이 할 놀이인가 싶을 정도로 민망하다.


성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등에다 붙이고 알아 맞추기를 하지 않나, 서로 애인과의 연애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하지 않나...세뇨리따(아가씨)들의 놀이가 아니라 마치 세뇨라(부인)들의 수다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하나도 쑥스러워 하지 않고 오히려 애인이 여럿 있는 바람둥이 아가씨는 자랑처럼 수다를 떤다. 듣는 사람이 괜히 주눅들 지경이다. 그 집의 엄마나 여동생도 합세해서-아무튼 이 자리엔 남자는 낄 수가 없다-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니 이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열려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가 아니다.


댕기풀이 파티는 늦은 밤 한 떼의 남자들이 몰려오면서 절정을 이룬다. 이 남자들은 스트리퍼들이다. 세상에! 술집도 아니고 엄마도, 여동생도 있는 가정집에 스트리퍼를 초대해서 쇼를 구경하는 것이다. 여자들만 있으니 세상 부끄러울 것이 없다. 모두들 소릴 있는 대로 질러대고 난리가 아니다. 이웃에서 신고도 안 하는지 동네가 떠나갈 것 같은 소동이 났다. 한 시간 가량 그렇게 난리를 치르고 나면 오늘의 파티는 끝이다. 2003년에 나온 멕시코 영화 "Lady's Night"은 그 스트리퍼와 사랑에 빠지는 신부얘기를 다루었다. 여자들도 재미있는 나라다.

 

 

멕시코사람들의 생활 시리즈로 다음은 "결혼식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