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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도 윷놀이가 있다

미키라티나 2006. 1. 24. 13:09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예전에는 설날이 되면 집에서 혹은 동네놀이터에서 모여 윷놀이를 했다. 필자도 어렸을 때 남매들과 꼭 설날이 아니더라도 자주 윷놀이를 했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서 윷놀이를 하는 가정이 그리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현대 이기의 하나인 게임기나 컴퓨터 게임을 비롯한 수많은 장난감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게임기에 밀려 전통 놀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 지지만 그래도 아직은 윷놀이가 무엇인지, 윷놀이가 설날에 하는 전통 놀이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많다.


올 설날 밤 11시 50분 KBS 1 방송국은 우리의 오랜 전통 놀이인 윷놀이가 세계 다른 곳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특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방송한다.


그 중의 한 나라가 바로 멕시코라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한국과 멕시코는 비행기로 약 18시간.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리는 지리적으로 아주 먼 나라다. 이 멕시코에 우리의 윷놀이처럼 네 개의 윷을 던져 나오는 숫자로 윷판에 말을 옮기는 놀이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멕시코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 년 전 유럽에서 건너온 스페인 군의 침략으로 고대 아스떼까 제국이 무너지면서 고유의 전통 문화를 거의 상실하였다. 특히 카톨릭 종교를 앞세우고 들어온 스페인 침략자들은 고대 멕시코의 문화를 야만으로 간주하고 거의 모든 전통을 말살시켰다.


토착 종교는 말할 것도 없고 언어와 풍습 등 거의 모든 고대의 전통은 이를 지켜온 수장들을 처형함으로서 사라지고 금기시 된 후 스페인 침략자들이 들여온 카톨릭 문화로 대체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세기를 지나며 전통 놀이 또한 사라져갔던 것이다.


하지만 500년의 세월 속에서도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는 옛 놀이들이 있다. 이 놀이들은 노인들에게서 아이들로 세대를 거치면서 전해진 것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멕시코 전통 놀이가 우리나라의 전통 놀이와 너무나도 유사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농촌에 가면 동네 개구쟁이들이 놀던 자치기, 구슬치기, 말 타기, 여자아이들이 즐기던 공기놀이, 한 겨울 얼음판을 달구던 팽이치기, 줄팽이 등을 비롯하여 우리의 고유 스포츠의 하나인 씨름도 있고 올림픽 개막전을 장식했던 굴렁쇠놀이도 있다. 비행기로 거의 하루를 꼬박가야 할 만큼 먼 나라에 만나는 우리의 옛 놀이들! 그리고 윷놀이와 유사한 이들의 전통 놀이.


멕시코의 윷놀이는 약 18년 전 뜻있는 이들이 모여 만든 ‘전통 놀이 보존 협회’가 창설되면서 전국에 걸쳐 현존하고 있는 전통 놀이를 찾아낸 덕분에 알려졌다. 사실 멕시코의 윷놀이는 우리처럼 설날마다 거의 모든 지방에서 매년 반복되며 즐기는 전통 놀이와는 다르다. 이제는 겨우 일부 마을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일부는 거의 무형문화재 수준으로 겨우 몇 사람만이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는 놀이가 많다. 그리고 이런 전통 놀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아예 모르는 멕시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멕시코 윷놀이는 두 종류다. 하나는 멕시코시에서 약 7시간 걸리는 미초아깐 시골 마을의 ‘꾸일리치’ 와 멕시코시 외곽의 ‘빠똘리’ 라는 놀이다. 이 두 놀이는 네 개의 윷을 던져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놀이의 성격은 큰 차이가 있다.


꾸일리치는 마을어른들에서 아이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놀이로 아직까지 이 마을 사람들이 즐겨하는 놀이다. 꾸일리치는 아주 오래된 놀이로 마을 근처에서 말판이 새겨진 커다란 암석이 발견되었다. 해마다 이곳 부족들의 새해인 2월 1일 새해 신수를 점쳐보며 가족들 혹은 마을 사람들이 참가해 떠들썩하게 놀았던 놀이다. 오늘날에는 카톨릭화 되어 놀이를 8월 14일 밤 즉 성모 승천일 전날 밤에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새해에는 다른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즐긴다.


꾸일리치는 이 부족언어로 ‘숫자 5’를 말한다. 두 사람 혹은 두 팀이 콩이나 옥수수 알갱이 등을 말로 삼아 각각 4개를 가지고 노는 점은 우리 윷놀이와 같다. 그러나 윷놀이는 출발점이 하나로 한바퀴 돌고 제자리로 나오는 반면 꾸일리치는 각자의 출발점이 다르며 52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사각형 말판은 시계 방향으로 한바퀴를 돌아 나오는데 말을 여러 개 겹치지 움직이지 못한다. 한 사람당 한번에 두 차례씩 윷을 던진다.


다 돌아오는 지점에 두개의 함정이 있다. 함정에 빠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상대에게 잡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점은 우리와 같다. 52개의 점은 고대의 태양력에 따른 1세기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의 윷은 5까지의 숫자가 다지만 꾸일리치 윷은 네 개중 두개의 윷 표면에 금을 그어 배합을 하면 1부터 4, 15, 20 그리고 최대 수 35까지 나온다. 놀이는 상대로 나누어 올해의 날씨가 좋은지 수확이 좋은지 등을 점치기도 하고 서로 수확물 내기를 걸기도 하였다.


한편, 빠똘리 역시 네 개의 윷을 던져 놀이를 하는 것은 같지만 놀이와는 전혀 다른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종의 점성술 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꾸일리치와는 말판도 다를 뿐 아니라 아무나 하는 놀이가 아니라 점성가나 사제 등 말판의 의미를 잘 아는 현인들이 앞을 내다보고 예견을 하는 심오한 종교다. 빠똘리의 원색 말판은 고대 아스떼까 제국의 천문학과 철학을 모두 다 이 한 장의 그림에 다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스떼까는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자는 없지만 대신 상형화한 상징으로 기록을 남겼다.  


따라서 빠똘리는 그 하나하나의 상징의 의미와 놀이의 진행 그리고 복잡한 해석으로 놀이를 풀이하여 그해 혹은 더 먼 미래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다. 놀이는 2명 내지 4명이 하며 네 개의 씨앗 혹은 윷과 같은 것을 던져서 나온 숫자로 말을 움직인다.


말판은 아주 화려한 색으로 치장이 되어 마치 고대 문서를 보는 듯하다. 모두 52개의 칸으로 이루어진 두 막대 모양이 정 십자 모양으로 겹쳐져 있다. 각각 네 개의 지점에 있는 나우이올린(움직임 태양)에서 들어가고 나온다.


십자형 칸들을 둘러싸고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네 마리의 신성한 깃털 뱀이 그려져 있다. 동양에서 추상적인 동물인 용이 신성하게 여겨졌듯 고대 멕시코는 용처럼 보이는 깃털 뱀을 숭앙했다.


깃털 뱀은 각각 북쪽은 푸른색, 남쪽은 녹색, 동쪽은 노란색, 서쪽은 붉은색을 상징하는 색으로 칠해졌다. 각각의 방위 역시 상징적이다. 동쪽은 창조신 께찰꼬아뜰(깃털 뱀), 서쪽은 전쟁의 신으로 이름도 복잡한 떼스까뜰리뽀까야이야우끼, 북쪽 역시 전쟁의 신인 떼쓰까뜰리뽀까네그로, 남쪽은 물의 신인 뜰라록을 나타낸다.


52개의 칸에는 각각 갈대, 토끼, 돌칼, 집의 상징들이 규칙적으로 채워져 있다. 출발지점에는 아스떼까 사람들이 즐겨 쓰는 사람 발자국 모양이 그려져 있다.


빠똘리는 해석자체가 무척 심오하고 어려운 일이라 이를 개인의 신상을 예견하는 일보다 마을이나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예견하는 것으로 쓰였다고 한다.


윷놀이는 모든 세대가 다 함께 참여함으로서 작게는 가족 크게는 공동체를 결속시켜 주는 또 하나의 문화였다. 이는 어느 공동체든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인 다음 세대의 교육도 포함한 것이다. 500년의 세월을 지나며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멕시코의 윷놀이를 보면서 앞으로 우리의 윷놀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녕하세요. 다음 가족 여러분 ^^


다음의 멕시코 통신원 정 지은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곳 멕시코의 한국 방송 통신원이자 한국 방송 코디를 하면서 좁게는 멕시코, 넓게는 라틴 여러나라들의 재미있는 소식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멕시코에 둥지를 튼지 7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저냥 모든게 다 신기하기만 했는데 살다보니 어떤 것은 우리와는 너무나 생소하고 어떤 것은 우리와 놀라울만큼 닮아 있습니다. 저의 첫 얘기는 설날을 맞아 우리의 윷놀이와 닮은 멕시코 놀이에 대한 것 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설날에는 가족들과 윷놀이 한판 어떠세요 ^^

설날 즐겁게 행복하게 잘 보내시고 올 한해 건강한 새해가 맞으시기 바랍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