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산의 날”까지.

미키라티나 2016. 8. 12. 02:47

“부산 정말 멋져요! 부산 만세!” 이곳은 러시아 속의 유럽이라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산의 날"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알렉산드로브스키공원에서 어느 시민이 수줍게 외친 한국말이다. 유라시아 부산원정대는 지난 17일 전 부산항을 출발하여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의 여러 도시를 거친 후 지금 부산의 날 행사장에 서 있는 것이다. 부산과 자매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부산의 날. 우리는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었다.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기차에서 보냈던 일곱 밤이 꿈처럼 스쳐지나갔다.


 

꼬박 2주를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7월 29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멀고 먼 변방 극동의 블라디보스톡에서부터 달려온 끝에 만난 러시아의 심장. 역에 내리니 엄청난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울에 온 시골 쥐. 모두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람의 물결을 따라 나섰다. 역 밖에 나서니 모든 것이 거대했다. 마치 거인 같은 육중한 건물들이 무겁게 거리에 늘어서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다른 도시들과는 사뭇 느낌부터 달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러시아. 그런데 인구는 고작 1억4천2백만 명이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10시간의 시차. 전국이 같은 시간대의 우리나라와는 규모가 상상도 안 간다. 지금껏 달려온 그 모든 곳이 러시아라는 한 나라의 영토 안이었다. 그러한 러시아도 지금 심각한 인구 부족 문제에 부딪혔다. 급격히 감소하는 바람에 둘째를 낳으면 현금을 셋째를 낳으면 토지도 준다고 했다. 영토 4/3 지역에 겨우 3천만 명이 살고 있다. 모스크바는 유라시아와 우랄 경제권이 집중되어 있다.



1147년 수도가 된 이후 성이라고 불리는 크레믈린이 지금까지 모스크바의 심장부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는 통일 전까지 몽고 지배 250년 동안 고통의 역사를 보냈다. 모스크바에서 200km 떨어진 블라디미르수르달의 이반 3세가 왕이 되었고, 차르(황제, 케사르에서 온 말) 이반 4세에 의해 통일 러시아를 이루었다. 이후 동토의 땅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에 의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김으로써 유럽이 되었다. 스웨덴의 칼 12세가 북방을 장악하자 무역권을 두고 전쟁을 벌여 승리하였다. 그러나 막상 러시아는 유럽과 종교적인 큰 차이로 정작 유럽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고 있다.

 

역에서 내리자 원정대를 반갑게 맞은 이들은 다름 아닌 KBS 한 준수 러시아 특파원과 카메라였다. 유라시아 부산원정대 뉴스는 이튿날 7월 31일 밤 9시 메인뉴스에서 전파를 탔다. 원정대로서는 그간의 여행의 피로감이 모두 달아나고 종착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부산의 날” 행사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을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원정대는 현대모터스 전시장에서 부-러 차세대 리더 교류 행사에 참가했다. 차세대 리더 교류 행사는 이번 원정에서 매우 중요한 민간 교류 행사다. 부산과 러시아 시민들의 교류로 특히 젊은이들의 만남은 앞으로의 교류에 씨앗을 심은 격이다.


이 행사에는 하 태역 대한민국 대사관 정무공사,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예까떼리나 안 교수, 동방대학교 마리아 오세트로바 교수, 그리고 특별 손님으로 주 부산 총영사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보스트리코프도 휴가차 모스크바에 온 김에 반갑게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모스크바 대학교의 한국어과 학생들이 함께했다.



권 오성 대장은 “우리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는 대한민국 부산이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이자 물류 거점임을 알리고 러시아 주요도시들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이 길을 나섰다. 그리고 양 도시 대학생 교류가 향후 부산과 모스크바 두 도시간의 교류 협력을 증진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여러분들이 따뜻이 맞이 해줘서 감사하다. 2주간 집 떠나서 고생인데 여러분들을 뵈니 무척이나 반갑다. 한국어 공부, 한국 관련 공부하는 학생들 참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에 하 태역 정무공사가 “한, 러 수교 25년은 아직 짧다.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서로 이해하고 알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기대가 있다면 이번에는 배를 타고 왔지만 언젠가 중단 없이 부산에서부터 기차타고 오기를 바란다. 오늘 만남은 그런 미래를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말을 맺어 큰 박수를 받았다.

 

예카테리나 안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원고도 없이 인사말을 해 환호를 받았다. “오늘 만남은 양국 간 우호관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요즘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인기가 높다. 전통문화와 정치 그리고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우리 러시아어에도 관심이 많기를 바란다. 양국 학생들은 서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 고 말을 맺었다.

 

이에 알렉산드르 영사는 “우리말로 합시다.” 라고 서두를 던져 큰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훌륭한 부산 시민이자 러시아 시민입니다.”로 인사를 시작하며 “두 도시의 환영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부산까지 승용차타고 내려가 역사상 처음으로 국경을 통과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부산에서 기차타고 직접 노틀담까지 가고 싶다.”고 인사를 마쳤다.


 

환영 인사가 끝나고 부산 알아맞히기 퀴즈 등 즐거운 여흥이 이어졌다. 대중가요와 부산상징물 맞히기, 부산바캉스 노래, 제기차기 등등 젊은이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 여흥을 그대로 저녁 식사까지 함께 가서 교류의 장을 넓혔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어둑어둑해지는 백야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이미 아침 4시면 창밖이 훤하게 밝았다. 딱히 출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꽉 막히는 도로, 눈알이 팽팽 돌 지경의 도시풍경이 육중한 건물만 빼면 그리 낯설지 않다. 어디가나 단체관광객도 많아 지금이 러시아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임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원정대는 모스크바 근교에 자리한 LG 전자공장을 견학했다. 공장규모가 무척 컸다. 이공장의 고용인원이 1,200명 이라고 한다. 세계에 세워진 공장 중 두 번째 규모의 모스크바 공장은 부산출신의 이 동한 상무님이 환대해 주었다. 해외를 다니다보면 대한민국 기업들의 이름만 봐도 무척 반갑다. 이는 바로 국가와 국력 그리고 홍보를 말해준다. 법인장님은 모스크바 공장에서 일하는 러시아 사람들에 대해 근면하고 성실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의 좁은 주방 특성에 맞게 냉장고가 길쭉하게 키가 크고 세탁기는 용량이 작았다. LG모스크바 법인에서는 올해 '우주의 날' 행사를 비롯하여 장학제도와 예술 등에 많은 후원을 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나라와 기업의 이미지에 보탬이 될 것은 불 보듯 환하다.




바쁜 여정에 틈을 내어 늘 궁금했던 크레믈린에 잠깐 내렸다. 이반 3세가 만든 크레믈린에는 레닌이 잠들어 있다. 레닌 묘는 오전에 개방한다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붉은 광장 끝에 마치 동화 속 궁전 같은 알록달록한 바실리 성당이 있었다. 이 모양은 성당이라고 하기엔 장난감처럼 보여 마치 과자 집 같았다. 성당 앞에 러시아를 구한 두 영웅 머님과 바자르스키 동상이 있었다. 폴란드의 가짜 왕자 드미트리로 인한 혼란의 시대에 두 영웅이 연합하여 러시아를 구했지만 권력에 눈멀지 않고 원로회의를 통하여 미하일 로마노프를 왕으로 추대하면서 통일 러시아를 연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간신히 눈요기를 했다.




붉은 광장으로 들어가기 전 무명용사의 “이스크(불꽃)”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결혼식을 따로 하지 않고 신랑 신부는 이곳에 와서 헌화와 묵념으로 결혼식을 대신한다고 한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스러져간 이들 무명용사들이 없었다면 러시아는 없었을 것이다. 나폴레옹과의 전쟁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으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사라졌던가. 그 역사 속에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대한제국의 역사도 함께 있음을 상기했다.



7월 31일 새벽, 상트페테르부르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는 우리나라의 KTX와 같은 고속열차를 타고 4시간정도 걸린다. 워낙 긴 시간의 열차여행이 일상처럼 익숙해지자 4시간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껏 스쳐지나온 풍경과는 사뭇 다른 경치가 펼쳐졌다. 정원이 달린 작은 별장 즉 다챠라고 부르는 예쁜 집들이 커다란 강이나 숲이 멋진 곳에 위치해있다. 이처럼 주말을 여유롭게 쉬는 그들의 문화가 부럽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에 내리자 날씨가 무척이나 맑았다. 내리자마자 원정대는 바로 알렉산드로브스키공원으로 갔다. 차창 밖 거리가 무척 예뻤다.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들이 즐비했다. 도로를 향한 벽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창문이 나 있고 지붕을 떠받드는 아르데코 장식과 파스텔 빛 페인트로 화려하게 멋을 내었다. 마치 엽서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멋진 건물들이 거리를 이루고 있었다. 모스크바가 장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가벼우면서 화사한 분위기로 사뭇 달랐다. 아주 예쁘장하고 잘 생긴 도시였다. 거리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일요일이자 러시아 해군의 날이었다.


표트르 대제는 1703년 늪지 위에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웠다. 이는 유럽 변두리에 있던 러시아를 역사 중앙무대로 등장하게 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스웨덴이 장악했던 북방 무역권을 되찾으며 등장한 러시아의 강력한 해군이 이곳에서 창설되었기 때문이다. 해군의 날은 푸틴 대통령이 행사에 참가할 만큼 크고 중요한 날이다. 네바강 다리를 지나면서 보니 하구에 커다란 순양함 3척과 수면으로 올라온 잠수함이 보였다.


“부산의 날” 행사가 펼쳐지는 곳은 네바강 근처의 알렉산드로브스키공원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전날 출발한 대학생 선발대와 창원대 공연단이 행사준비를 다 해놓았다. 커다란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부스들마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복잡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이번 원정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중요한 행사인데 모두들 걱정이었다. 하지만 기우도 잠시. 유난히 더욱 반짝거리며 북극의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이날 하루 종일 날씨는 기막히게 좋았다.





처음으로 열린 “부산의 날” 행사장에는 부산홍보관을 필두로 부산관광사진전, 부산홍보영상, 부산관광팜플렛, 부산지도, 기념부채 등을 나누어주었고 부스에는 대형윷놀이, 제기차기, 태권도복 착용과 기본 동작 배우기, 20벌의 한복으로 한복 입고 사진 찍기, 한국문양 스티커 타투하기, 종이접기, 달고나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한글로 이름쓰기 그리고 한국 음식 알리기 등으로 행사장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산을 소개하였다. 간혹 한국인의 얼굴을 한 시민들이 보였다. 이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었다. 현재 한국 교민은 약 1,200명 그리고 고려인은 약 12,000 명 정도라고 한다.





식전 행사로 부산시립합창단과 국악공연이 이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늘 위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우리의 선율은 원정대의 마음까지 녹였다. 원정대 공연팀인 창원대의 태평무와 K-Pop 공연도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러시아 청소년들의 태권도 시범은 더욱 멋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민과 부산시민이 자매도시로 연결되어 한 마음으로 “부산의 날”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내빈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식이 시작되었다.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서 병수 부산시장, 권 오성 원정 대장, 이고르 올레보비치 론스키 대외관계 위원회 부의장, 이진현 총영사, 부산국제교류재단의 이 종철 사무장,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 관계자들,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협회장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부산을 출발한 이후 17일간의 여정이 10여분동안 영상으로 소개되었다. 원정대원들은 자신들이 지나온 여정을 되새겨보고 내빈과 시민들은 화면 속으로 들어가 그 여정을 함께 했다.



서 병수 부산시장은 “날씨가 정말 좋다, 53명의 유라시아 원정대 분들께 격려와 축하를 드린다. 유럽을 향해 열린 창, 푸시킨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태평양을 향해 열린 곳이다. 부산과 여러 면에서 우정을 돈독히 하길 희망한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축사를 했다.




이에 권 오성 원정대장은 “원정대는 유라시아 관문도시이자, 환동해 항만물류 중심도시 부산을 알리고 러시아 각 도시와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희망의 길! 하나의 길! 통일의 길! 이라는 주제로 지난 7월 16일 부산항을 출발하였다”고 원정대를 소개한 뒤 “10,930km를 달려오면서 러시아 주요 도시와 청소년, 문화, 경제 등에서 다양한 교류 행사를 통하여 상호 우호, 협력 관계를 증진한 계기가 되었다. 55명 대원 모두가 부산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의 마음으로 힘들 때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며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해서 기쁘다. 그리고 원정대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각 도시 정부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먼 길을 달려온 서 병수 시장님께도 감사한다.”고 답했다. 원정대장의 답사에 모든 대원들이 무대에 올라 상르페테르부르크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대원들 마음마다 감동이 물결치며 밀려왔다.



내빈들의 인사가 끝나고 나자 본격적으로 러시아 젊은이들의 K-Pop 경연이 펼쳐졌다. 모두 20팀이 차례로 나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뽐내는 것이다.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똑같이 군무를 추는 외국 젊은이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눈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자니 마음 한 켠 대한민국의 높은 위상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원정대의 창원대 한량 춤은 인기 절정이었다. 하얀 도포 차림새에 갓을 쓰고 부채를 편 선비들이 국악에 맞춰 추는 우아한 몸짓은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행사장에 온 시민들은 호기심에 모두 들뜬 모습들이었다. 일요일이라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나들이로 와서 구경하였다. 여러 부스들이 모두 혼잡하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긴 줄이 늘어섰던 곳은 한글로 이름 쓰기였다. 먹물을 찍어 서예 붓으로 한지 위에 러시아식 이름을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예쁜 한글로 써주는 것이었다. 사뭇 다른 우리의 한글로 그들의 이름을 발음 그대로 써내려가는 모습에 감탄사가 연방 터졌다. 이름이 쓰인 한지를 소중히 받아 몹시 기뻐하며 마치 보물처럼 안고 가는 그들을 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행사장은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행사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대원들은 모두 부스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에게 부산을 알리느라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는 자랑스러운 대원들. 행사가 마무리 될 무렵 원정대는 장소를 옮겨 카펠라 홀로 갔다. 이곳에서 부산시립합창단과 국악의 무료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갑자기 또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뛰어 들어간 오래된 극장 로비에는 멋진 옷을 갖춰 입은 많은 시민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한국의 음악을 선물로 가지고 온 서 병수 시장은 축사에서 “제 1회 유라시아 원정대 경제교류와 더불어 한-러 교류는 앞으로 점점 더 확대가 될 것이다. 양국 간의 우호증진을 바라며 부산을 대표하는 합창단이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원정대들께 위안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만나야한다, 만나야 관심을 가진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교류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내는, 일회성이 아니라 해마다 하나의길, 통일의 길이 되는 유라시아 원정대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음향시설이 빼어난 공연장에서 오롯이 그간의 여정의 고단함을 녹여줄 최상의 선물을 받았다. 감동이 밀려왔다. 모든 공식적인 행사가 다 끝나자 감동의 눈물을 보이는 대원도 있었다. 그리고 원정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무탈하게 한사람의 탈락자도 없이 그 먼 길을 달려온 원정대의 마음은 단 한 가지. 성공한 여정이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자랑스러웠다.


그 시작은 호기심이었으나 거대한 대륙의 실체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 환대를 받고 모두가 다 대한민국의 얼굴임을 잘 알고 멋지게 해냈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리고 러시아는 멀고 먼 곳이 아니라 배든 비행기든 금방 갈 수 있는 가까운 이웃임을 깨달았다. 멀지않은 미래에 부산에 출발한 기차가 한반도를 관통하여 러시아로 들어갈 날이 올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부산의 젊은이들과 시민들이 오늘과 같은 벅찬 감동을 느끼기를 기대해 본다. 극장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세차게 내리던 소나기는 그쳤다. 서쪽 하늘은 백야의 붉은 노을로 가득 찼다. 열린 하늘 아래 황금 천사상이 꼭대기에 있는 오벨리스크 위로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루가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