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라시아 원정대와 함께한 한-러 비즈니스와 경제교류

미키라티나 2016. 7. 24. 09:39

블라디보스톡 2일차인 7월 19일 화요일. 맑은 아침이 하늘 가득했다. 오전 10시 한-러 비즈니스 세미나가 극동연방대 콜로니 홀에서 열렸다. 지난밤 환영만찬에 왔던 주요 인사들과 한국에서 온 부산시 대표들이 참석했다. 언론에서도 취재를 올 만큼 중요한 행사였다.


 

세르게이 나하예프 연해주 부지사가 환영사로 연단에 섰다. “블라디보스톡은 자유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 10월부터 특별법을 제정하고 16개 기관을 조직하였다. 현재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지에서 투자가 들어와 42개의 외국기업이 그 특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업은 없다. 시와 주정부는 우선개발지역을 정하고 1360억불을 들여 전력과 도로 인프라 시스템 등에 투자유치를 하고자 한다. 우선개발지로는 가공, 농산물, 물류를 위하여 미할롭스키에 4000 헥타르에 이르는 면적에 6개 기업 450억 루블을 투자하고 있고 블라디보스톡과 300km 떨어진 나저진스키에 산업, 물류에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 이곳들은 기계제조, 식품, 제약, 경공업, 건설자재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한국기업이 들어올 입지가 좋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으로서 블러다보스톡은 시내에 위치하여 지난 6월부터 확대면세혜택을 보고 있고, 쌍용과 닛산 등의 자동차 생산 그리고 전기전자 등 산업과 생산지가 될 것이다. 우선개발지역에 기업참여를 유도하고 교통, 물류, 관광제조업, 연해주 1,2 프로젝트로 길림과 장충까지 유료도로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도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르게이 부지사는 “연해주발전 위원회와 투자 에이전트를 구성하고 입법을 통한 특별법을 지원하려하니 한국도 그 특혜를 누리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계속 다른 행사에서도 계속 만나 문화와 스포츠, 관광 산업에서 복합단지 개발 프로젝트 등 한국기업과의 사업을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에 김 규옥 부산부시장은 “부산과 블라디보스톡은 외곽순환도로공사 등 야심찬 프로젝트에 협력 등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톡은 이미 남양알로에, 현대중공업, 고압차단기 등 한국기업진출 활발한 곳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의료, 관광, 수산업, 북극항로, 시베리아 횡단철도 등 매력 가득한 산업들이 많다.”며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돌을 깬다.”는 러시아 속담을 언급하며 이번 비즈니스 세미나를 통해 한국기업이 극동에 진출할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며 격려하였다.


알렉산드르 유로프 블라디보스톡 부시장은 “외곽순환도로 뿐만이 아니라 한국기업이 참여할 만한 것이 많이 있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 며 생산적이고 열매를 맺는 만남을 기대하였다. 중앙정부 국가 차원의 경제 협력 파트너로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연해주 지역은 외국인 기업들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할 지역이 수산, 임업, 농업 그리고 테마파크 등은 투자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부산에서 온 16개 기업은 의료, 물류, 수산, 건설자재 등으로 세미나가 끝난 후 러시아 기업들과 활발한 상담이 이루어졌다.


세미나를 마친 후 블라디보스톡 시에 있는 신한촌기념비를 방문했다. 기념비라고 하기엔 작고 쓸쓸해 보였지만 한국근대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카레이카로 불리던 고려인들은 스탈린 정권시절 연해주 이주정책에 의해 그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뿌리 뽑히는 강제 이주를 당했다. 1937년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빈손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 당시 쫓겨나면서도 호주머니에 몰래 볍씨를 가져갔던 고려인들은 척박한 그 땅에 씨를 뿌리고 농사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그러다 1999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은 그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하여 예전에 살던 곳에 세 개의 탑을 세웠다. 한국 사람들을 상징하는 이 탑은 인구수대로 가장 가운데가 대한민국, 그 왼쪽이 북한 나머지가 해외동포로 한민족을 상징한다. 나라 잃은 서러움에다 정든 땅에서 쫓겨나야만 했던 고려인들의 신산했을 삶을 떠올리며 그들을 추모하였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블라디보스톡이 한눈에 다 보이는 독수리 전망대에 올랐다. 그곳에는 천여 년 전에 러시아 글자(끼릴체라 부른다)를 만든 끼릴신부와 메포디신부 동상이 세워진 곳이다. 언덕에 서니 블라디보스톡 항구와 멋진 다리가 평화스럽게 누워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연상시켰다.




밤 9시가 되니 원정대가 타고 갈 TSR 침대기차가 왔다. 대원 55명의 짐들을 싣느라 한바탕 소동을 펼쳤다. 배웅 나온 김 규옥 부시장님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기차에 올랐다. 시베리아 황단 열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긴 여정에 첫발을 내딛었다. 각 거점 도시마다 어떤 만남과 이야기가 우릴 기다릴까. 하바롭스크가 그 첫 역이다. 스쳐 지나는 블라디보스톡시에 작별을 고했다.


그렇게 밤새 11시간을 달리며 침대차에서 한숨자고 나니 하바롭스키 역이다. 7월 20일 수요일 아침 8시 5분. 또 다른 환영식이 우릴 맞았다. 민속의상을 갖춰 입고 빵과 소금을 든 여인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주정부 장관을 비롯하여 여러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낯선 도시에서 이처럼 환대를 받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바롭스키는 1858년에 드야치엔코 장군에 의해 세워졌다. 이곳에서는 고려인연합회에서 우리를 안내하였다. 고려인들은 150년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바롭스크는 아무르강(중국은 흑룡강) 이 지나가는 도시다. 그 강 사이로 중국과 국경이 지난다.




어느덧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동토의 땅으로 알고 있던 러시아의 여름 햇살은 무척이나 따갑기만 하다. 자외선지수가 높아 금방 탄다고 했다. 강가에는 짧은 여름 그 소중한 햇볕을 받으려는 해수욕객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올랐다. 아무르강이 빠른 물살로 흘러가고 있었다. 누런 흙탕물이었다.


오후 2시, 태평양대학 비즈니스 포럼이 있었다. 태평양국립대학에는 하바롭스크 주 대통령 도서관과 우주 기술 센터가 있다. 2009년에 건립된 디지털 도서관은 2011년부터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12개국에서 열람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이 태평양국립대학에서 경제 포럼이 열렸다.



세르게이 이반첸코 총장은 “이 대학은 한국의 제주대학과 교류하며 매년 100~200명 한국 손님이 우리를 방문한다. 우리 학교에 동양어학부가 있는데 그중 한국어과가 가장 인기 있다. 한국의 여러 대학과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한다. 우리는 문화, 교육 등 협력에서 선두주자다.‘며 환영사를 하였다.


훤칠한 인물과 화려한 언변으로 눈길을 끈 주정부 국제지역협력부 부장관 알렉세이 데트이쳅은 “한국과 교역은 20% 정도로 건설, 냉동, 해산물 등이 있다. 투자 전망에 있어서는 창구를 단일화하고 조세특혜, 자유관세혜택을 주며 신청 후 합의서를 쓰고 부지 임대까지 일률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투자를 호소했다.


백규성 극동시베리아 고려인연합회장은 고려인들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였다. “고려인은 하바롭스크와 인연이 아주 많다. 19세기에 러시아로 진출한 고려인은 하바롭스크에는 150년 역사를 가졌다. 1864년 5월부터 공식적으로 이주를 시작하여 20가구 정착했었다. 중국과 1819km의 국경을 가진 당시 인구 3천만이었다. 3.1운동 이후 일본의 탄압을 피해서 중국, 러시아로 이주를 했다. 1960년 한,소대담 이후 1990년 방소방한으로 이어지다 지역별 한인문화센터를 세우며 한국과 교류를 시작했다.”고 말을 맺었다.



알렉세이 부장관은 “카레이스키로 불리는 고려인들은 학부장, 교수들, 유명한 학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한국 수학 심포지움에도 초대되어 가는 등 교류가 활발하다. 이 또한 한민족으로서 자부심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제적 협력을 공고화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2012년부터 창원대와 교류하며 중국, 한국, 일본 등 현재 약 700명 외국인 학생이 있다.”며 “중앙시장에 가면 반찬가게가 많다, 김치 맛도 어떻게 다른 지 잘 안다.”고 덧붙여 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2010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한국 기업이 10층 아파트를 4채나 지었다. 우리는 아파트 부지와 농지를 제공할 수 있다. 하바롭스크에는 다양한 어촌들이 있다. 아무르 강을 따라 타타르해협을 지나 대양으로 이른다. 따라서 수산업도 잠재력 크다, 어획과 가공(극동 제 1위), 연어 시즌 시작(3만톤), 8% 나 증가했다. 품질 좋고 가격이 싸다. 하바롭스크와 인천사이에 일주일에 6편 직항이 있다. 한국에 의료관광을 많이 간다.”고 소개했다.


이에 권 오성 원정대장은 “아침 이른 시간에 환대해주셔서 감사하다. 빵과 소금 환영행사에 감동받았다. 러시아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여럿이 가라.”고 한다. 함께 가자.“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장하용 부산항만연수원 박사는 러시아어로 만든 PTP 자료로 부산을 소개했다. “부산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인프라와 통신망이 뛰어나고 수산산업의 거점도시로 냉동과 냉장, 많은 물류가 이루어진다. 지속적인 교류로 앞으로 하바롭스크 학교에 부산 학생들이 가득 넘치길 기원한다.”며 즉석에서 부장관에게 한국인 신이주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민간외교가 아니고 무엇이랴! 외교문서가 오고가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도 물따라 길따라 사람들과 만나고 물건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주변 나라들과 교류를 이어왔다.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하늘 길도 뱃길도 열려있고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긴 기찻길로 러시아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따라 미래의 세대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해질 녂에 아무르 강 유람선을 탔다. 잘생긴 부장관님도 함께 했다. 가족과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아무르라는 뜻은 ‘크다, 까맣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른다. 이강은 총 4000km로 세계에서 4번째 길다고 한다. 하바롭스크는 하류 150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기찻길을 보다보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틈새를 비집고나온 노을과 하얀 구름이 마치 용과 호랑이가 뒤엉킨 듯하다. 되돌아오는 뱃길에 도시 위로 붉고 커다란 달이 둥실 떠올랐다. 꿈꾸는 듯 아름답다. 아무르 저녁 강 풍경은 긴 여운을 남긴다. 밤 11시 30분 기차를 타기위해 역으로 갔다. 다음 행선지인 이르쿠츠크까지 꼬박 56시간을 타고 가야한다. 2박 3일간의 기차 속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