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라시아 대장정의 시작, 블라디보스톡

미키라티나 2016. 7. 19. 07:16

“새로운 실크로드로 향한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7월 16일 토요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정식이 열렸다. 머지않은 미래에 유라시아 철도가 개통된다면 이날이 그 씨앗을 뿌린 날로 기록될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하여 러시아 총영사관, 국제교류재단 회장, 해양대학교 총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 축하 연설로 출정식을 빛내었다.



55명의 유라시아 부산원정대 대원들은 시의원인 권오성 원정대장의 지휘 하에 긴 여정동안 부산을 홍보하는 민간외교관으로서 훌륭하게 임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였다. 대학생 22명, 시민 23명, 운영진 10 명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구성된 유라시아 원정대들은 한마음으로 18박19일의 긴 여정을 함께 할 것이다.


출정식이 끝나자 해양대학교 실습선인 ‘한나라 호’를 탔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시작되는 블라디보스톡까지 대원들을 안전하게 데려다 줄 것이다.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원정대의 열기는 뜨거웠다. 서병수 시장님의 환송을 받으며 한나라호는 천천히 부산항을 벗어났다.



한나라호를 기꺼이 원정대에 내어준 해양대학교 교수 이윤석 선장님의 배려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러시아로 향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해상에서의 안전을 위해 훈련은 필수. 대원들은 모두 화재와 해상탈출과 같은 안전교육을 받았다. 이윤석 선장님의 특강 “바다와 선박의 이해”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영해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미래는 바다를 낀 해양국이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컨테이너와 같은 환적화물 물량이 세계 8위인 부산항은 싱가포르처럼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될 것이며 유라시아의 다음은 북극이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약간은 낯설었던 각계 층의 대원들과도 화합의 밤을 보내면서 차츰 친밀감을 가지게 되었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한배를 탔다.”고 표현되는 동지애가 싹트기 시작했다.



편한 잠자리와 따뜻한 식사 그리고 잔잔했던 동해 바다 덕분에 2박 3일의 항해 끝에 블라디보스톡에 무사히 도착했다. 오전 10시경. 항구에 들어서니 멀리서 아름다운 민속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 두 손을 흔들며 민속춤으로 한나라 호를 맞이하였다. 항구에는 유라시아 원정대를 맞이하기 위해 알렉산더 유로브 블라디보스톡 부시장, 김 규옥 부산시 부시장, 이 석배 총영사관 등 여러분들이 환영인사로 맞아 주었다. 낯선 미지의 도시에서 이렇게 반갑게 맞아 주니 러시아사람들이 한층 친근하게 다가왔다.




3일 만에 땅을 밟는 그 느낌이란! 항구에 내리니 민속의상을 입은 예쁜 아가씨들이 빵과 소금으로 우리들을 맞아 주었다. 러시아에서 손님을 맞을 때 이처럼 빵과 소금을 준다. 유창한 한국말로 환영사를 통역하는 아름다운 러시아 통역관도 반가웠다. 현지 방송국과 언론인들도 취재에 여념이 없었다. 부산과 블라디보스톡이 자매 결연을 맺은 지 24주년이라고 한다. 부산과 러시아가 더욱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환영을 위해 준비된 부산 골프 고등학교 학생들의 태권도 퍼포먼스는 아주 신선했다.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미 대한민국과 많은 관계가 있어왔던 곳이다. 고려인들도 이곳에 많이 남아 있다. 인구 70만 명의 도시지만 러시아에서는 다섯 번째로 큰 항구도시다. 사실 오래된 도시는 아니다. 약 200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지금은 러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항구도시로서 최근 몇 년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원정대가 도착한 지금 여름은 깨끗하고 맑은 공기도 좋고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후도 좋다. 10월쯤이면 겨울이 시작되는 추운 곳이다. 도시는 2012년 APEC을 치루며 많은 발전을 보였다.


항구로 진입하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보스포러스와 루스키 대교는 블라디보스톡의 상징이 되었다. 한편, 시내에 거대한 잠수함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쟁에 쓰였던 실제 잠수함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시내를 빠져나와 외곽에 있는 극동연방대학교 내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곳은 거대한 대학도시다. 수많은 건물과 연구동 그리고 호텔과 주거지 등이 하나의 위성도시처럼 앉아 있다. 마치 거대한 리조트처럼 보이는 이 대학교는 블라디보스톡에 많은 유학생을 불러 오고 있다. 예전에 허허벌판이었다고 하나 그 흔적을 상상해 보기 힘들정도로 잘 정비된 대학교다. 규모에 놀랄 뿐이다.



환영만찬에 나섰다. 오전에 환영식을 해준 블라디보스톡의 저명한 인사들과 대한민국의 인사들이 초청된 친선교류의 행사였다. 유라시아 원정대로 함께한 창원대 공연팀에서 우아한 태평무와 K-Pop 공연을 펼쳤다. 러시아 측에서는 경쾌한 민속춤 공연과 고려인 무용단의 전통춤 공연이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부산골프고등학교 학생들의 박력 넘치는 태권도 시범은 객석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이 자리에서 김 규옥 부시장은 “오늘은 유라시아로 향하는 첫 발걸음을 띄는 뜻 깊은 자리로서 양국 관계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 이며 “블라디보스톡은 부산처럼 물류, 관광, 수산 등으로 경제파트너로서 자유항으로 개방하는 신 동방정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이웃은 가까울수록 좋고 담은 낮을수록 좋다”는 러시아 속담을 들며 부산과 블라디보스톡은 좋은 이웃으로 거듭날 것임을 강조했다.



콘스탄치 노보다체 제 1부시장은 “부산과 블라디보스톡은 친밀한 관계로 문화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경제, 행사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파트너 쉽”을 가진 관계이며 유라시아 원정대는 이곳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감동을 받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며 환영사를 마무리 했다.



이 석배 총영사는 “오늘 이 친선교류로 한국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러시아 정부의 신동방정책이 맞아떨어지는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의 발전을 위해 부산시 정부와 기업인,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많은 닮은꼴을 가진 두 도시의 친선교류는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단단한 초석이 될 것이다. 숨 가쁘게 돌아간 긴 하루였지만 민간외교관으로서 최선을 다한 원정대 대원들은 러시아에 대해 따뜻한 인상을 받았다며 입을 모았다. 시작이 좋다. 다음 여정도 몹시 기대된다. 밤 9시임에도 여전히 훤한 하늘 한편으로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