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 글로벌 다큐 “넥스트 휴먼” 방송

미키라티나 2015. 9. 1. 23:58

 

 

인류는 진화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티븐 호킹-

 

기획부터 촬영까지 꼬박 2년이 걸렸던 글로벌 다큐멘터리 “넥스트 휴먼”이 드디어 전파를 탄다. 9월 3일 목요일 KBS 1TV 밤 10시에 첫 회가 방송되고 4부작으로 방송된다. 넥스트 휴먼은 전 세계 6대주를 돌며 인류의 흔적과 역사를 찾고 미래를 이야기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근래 보기 드문 잘 만든 다큐멘터리다. 현지 코디네이터로서 함께 준비하고 멕시코를 필두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과테말라, 페루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산 바르톨로메의 라스 일루미나리아스 축제의 말타고 장작불 뛰어넘기

 

 

 

“넥스트 휴먼”은 ‘인류는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우리의 몸은 크로마뇽인에서 진화를 멈췄는가 아니면 새로운 존재로 넘어 가는가? 문명의 가속화와 함께 더욱 빨라지고 있는 인간 진화의 속도, 과연 미래 인간의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혹독한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해, 이후 찬란한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인류의 몸은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 그리고 21세기, 인류는 첨단 의학과 유전자 기술로 “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자연선택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진화를 스스로 디자인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끝없이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고, 질병과 수명에 구애받지 않으며,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신체 능력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새로운 존재, “넥스트 휴먼”을 통해 인간성과 과학의 공존을 모색한다.

 

휴먼 사이언스 다큐로서 “넥스트 휴먼”은 인류의 역사를 인류의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 1부 “돌연변이의 탄생”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 나선다. 직립보행과 육식을 가능하게 한 큰 엉덩이 유전자, 농업혁명으로 인류의 대이동과 정복전쟁을 일으킨 유당분해유전자, 서구문명을 일으킨 파란 눈과 백색피부 유전자 등 인류의 몸은 문명과 함께 진화해 왔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돌연변이가 등장하고 있다. “넥스트 휴먼”은 자연선택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진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자유자재로 유전자를 바꾸고, 몸을 끝없이 재생하고, 뇌를 완벽히 통제하는 인간. 다시 말해 ‘진화를 스스로 디자인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제 2부 “마지막 크로마뇽인”에서는 우수한 두뇌와 도구 사용능력으로 인류의 번성을 이끈 현생인류 크로마뇽인. 하지만 문명의 발전 속도에 몸의 진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업혁명은 인류에게 인구증가, 도시화 등 혜택을 가져다주었지만 대규모 전염병, 신체의 왜소화, 영양 불균형 등을 가져왔다. 현대인들을 위협하는 암, 당뇨, 비만, 알레르기 등은 과연 우리 몸이 ‘진화적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인가? 우리의 몸은 아직 석기시대에 가깝다. 인도 자라와 족의 멸종 위기와 당뇨, 암,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새로운 인류의 실체를 추적한다.

 

 

제 3부 “신의 언어, 유전자” 에서는 1,000달러까지 떨어진 개인 유전체(텔로미어) 해독으로 인류의 진화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인류는 더 이상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유전자 맞춤치료로 질병과 노화를 정복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유전자를 바꾸는 맞춤형 인간도 가능해 진다. 자연도태를 거부하며 스스로 진화를 디자인하는 인류의 미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제 4부 “퍼펙트 휴먼”은 영국의 사이펠리안 박사는 환자 자신의 세포로 코, 귀, 혈관, 신장을 만든다. 낡은 장기를 새 것으로 갈아 주는 재생의학, 그리고 텔로머라제라는 현대판 불로초는 인류의 수명을 150세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인류는 불멸의 삶을 꿈꾼다. 이제 남은 미스터리는 뇌뿐이다. 조만간 뇌의 지도가 그려지고 컴퓨터와 뇌의 연결도 가능해 지면 인류가 육체적 한계를 벗어나 그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퍼펙트 휴먼’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것이다.

 

 

“넥스트 휴먼”은 지금까지 다루어지지 않았던 여러 가지 새로운 기법들을 이용한 촬영과 구성이 화제다. 카메라 제작 포맷은 4K(국내방송은 2K)로 하며, 우리의 몸을 통해 문명사를 재구성하는 신선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차세대 특수 장비와 CGI를 활용한 혁신적 영상 구현으로 새로운 인체이미지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눈의 홍채 조직까지 찍히는 초접사 인체 촬영, 모션 트레킹 기술, 초고속 촬영, 달리는 모습을 잡기위해 카메라를 단 무거운 장비를 몸에 장착하고 선수와 함께 달리는 촬영과 최신 합성기술로 초기인류모습을 복원하고, 리얼 타임 MRI, 디지털 해부 등 최신 의학영상 등을 활용하였다. 게다가 국내 방송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최첨단 의료기술(재생 의학, 줄기 세포, 유전자 치료)도 눈을 사로잡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개미’, ‘제 3인류’ 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인상적이다.

 

 

슬라이더

10kg이 넘는 장비를 착용하고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에서 달리는 마라토너의 역동적인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함께 뛰어야만 했다.

드론

 

슬라이더와 초고속 카메라

 

한편, 잘 소개되지 않았던 영상들도 많이 등장한다. 필자가 함께 한 나라만해도 그러한 영상들이 넘쳐난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원시인류가 정착한 스페인은 원시인의 흔적이 아주 많은 곳이다. 북부지방에 위치한 “라 브라냐” 원시인 유골은 푸른 눈에 검은 피부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찾았던 탓에 몹시도 추웠을 그 긴긴 빙하기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하는 경외감이 들었다. 엘 카스티요 동굴 벽에 있는 손 벽화는 손을 벽에 대고 대롱으로 붉은 물감을 손 등 위에 뿜어 만든 것으로 4만 년 전의 그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 발상으로 그려져있었다. 이 동굴은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시기가 겹쳐진 곳으로 두 인류가 만났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라 브라냐 가는 길

 

이 산 속의 동굴에서 원시인들이 살았다.

 

검은 피부에 푸른 눈을 가진 원시인 라 브라냐 인간.

엘 카스티요 동굴의 손 벽화

 

 

바르셀로나 근처에 위치한 엘 코굴의 원시벽화는 원시인들의 해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된 아기들도 물속에 넣으면 본능적으로 수영을 한다, 유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 아빌라 지방의 라스 일루미나리아스는 말을 타고 장작불을 뛰어넘는 축제를 소개한다. 유럽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로 생겨난 알함브라 궁전도 있다. 

 

 

코굴 동굴 벽화

수영하는 갓난 아기들

알함브라에서는 온통 한국인들만. 보이는 동양인은 모두 한국인.

 

스페인령인 카나리아 제도 역시 원시인들의 땅이다. 모두 7개의 섬으로 구성된 카나리아 제도는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 원시인류가 건너왔다가 15세기에 스페인에 의해 정복되기 전까지 고립된 채 원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백인의 우수성을 찾아 나섰던 나치 독일이 유럽으로 가져가 연구할 만큼 많은 원시 유골들과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섬에서 푸른 눈과 하얀 피부 그리고 금발과 큰 키의 크로마뇽인들이 살고 있었다는 학설이 있다. 15세기에 스페인에 정복된 관체족들이 그들이다.

 

 

 테네리페 섬의 최고봉. 해발 2000m가 넘는다.

 

키가 180m에 이르는 관체족 미라

테네리페 섬 항구

 

가장 큰 영토를 가진 테네리페 섬에서는 관체족 미라와 관체족 거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와 경기 방식이 거의 비슷한 씨름도 있다. 씨름 선수들의 우리나라 씨름 축제에 해마다 참가해서 시합도 한다. 산지가 많은 라 고메라 섬의 휘파람 언어 실보도 처음 소개된다. 휘파람 언어는 그 날카로운 소리가 4km 까지 들린다고 한다. 지금도 명맥을 잇고자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란 카나리아 섬에는 원시 공동묘지와 주거지 그리고 독특하게 산 하나를 개미집처럼 구멍을 뚫어 만든 저장고로 유명한 세노비오 데 발레론 동굴 그리고 유럽 최대의 카니발이 있었다. 라 팔마 섬의 로스 인디아노스는 온통 하얀 옷을 입고 하얀 탈크(석회가루)를 뿌리며 노는 독특한 축제로 처음 소개된다.

 

 

거인처럼 보이는 관체족들의 조상들 

테네리페 섬의 씨름

세노비오 데 발레론 동굴

그란 카나리아 섬의 카니발

 

그란 카나리아 섬의 원주민 아가씨-푸른 눈의 붉은 머리칼

라 팔메라 섬의 로스 인디아노스 축제

이날 도시의 모든 골목들은 하얀 색으로 가득찼다.

 

멕시코의 광활한 치와와 구리계곡에 사는 원시부족 따라우마라는 스페인 침략 5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계곡에 살며 원시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달리는 발바닥’이라는 뜻의 라라무리 혹은 따라우마라 남자는 폐타이어로 만든 샌들을 신고도 200 여명의 국제적인 선수들이 참가한 울트라 마라톤에서 1위를 했다. 하지만 최근 급속도로 전기선과 휴대폰이 계곡을 파고들면서 이 모든 것은 옛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스페인 침략으로 갑자기 멸망한 미스터리한 고대 문명이 많은 멕시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파키메와 쿠에바 데 오야 등이 농업인류가 문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소개된다. 최근 급속도로 증가는 비만으로 세계 1위 비만국이 된 멕시코 사람들의 유전학적 신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온 몸이 털로 덥혀 있었던 크로마뇽의 유전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늑대인간’ 가족들을 최초로 촬영했다.

 

 

쿠에바 데 라 오야...솥을 뒤집어 놓은 듯한 곳이 곡식저장고.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 1위의 비만국이 된 멕시코. 그것은 유전적인 원인도 크다.

바이 패스 수술 장면

 

헬기에서 항공촬영한 구리계곡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라라무리 부족들...운동화가 아닌 폐타이어 샌들을 신고 뛴다.

잔치모습...옥수수 발효주 떼스위노를 마신다.

3대가 함께 한 라라무리 가족.

유네스코 보호 유산 파키메 유적지...농경에서 문명으로의 단계

파키메 문명의 건축양식 특징인 좁은 문

털로 뒤 덮인 얼굴을 가진 헤수스의 가족들...유전이다.

 

 

과테말라에서는 마야 문명의 이미지를 그리고 페루에서는 입으로 씹어서 만든 술 치차를 최초로 촬영했다. 현재 쿠스코 주변에서 주조되고 판매되는 치차는 모두 효모를 넣어 만든 것으로 문명을 이루던 인류는 입의 침으로 분해 시켜 만드는 곡주를 마셨다. 침의 아밀라제를 이용한 생존 방식이다. 이 방식도 이제는 페루에서조차 잊히고 있었다. 어렵게 촬영에 성공한 것이다. 페루의 해안 사막이나 빙하에서는 유독 미라가 많이 나온다. 최근의 고고학계에서는 이 인류들의 CT 촬영으로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알 수 없었던 미라의 신체 정보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어떤 병으로 죽었는지를 다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옛날 사람들도 현대병이라고 생각되는 여러 가지 질병을 앓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유네스코 보호 유적지인 마야의 티칼 항공촬영

잉카의 지배를 받은 와이칸 데 빠리아치 유적지

잉카 가족을 재현한 배우들

화려하고 역동적인 춤을 펼친 민속춤 공연단

꾸스꼬의 변함없는 중앙광장...그러나 주변은 많이 커지고 상업화 되어서 무척이나 아쉽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비법인 입으로 만드는 치차술 제조 중인 로사 할머니....힘들게 찾은 귀한 영상이다,

치차술 잔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꾸스꼬에서 치차 마을로 가는데 꼬박 여섯시간.

 

 

비단 이 나라들뿐만 아니라 6대주의 여러 나라들을 돌며 지금껏 소개되지 않았던 귀한 영상들과 최고의 석학들과의 인터뷰는 크게는 인류의 미래를 작게는 나와 가족들의 미래를 미리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진화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접근은 근본적이면서 흥미로운 지식 다큐의 매력이다. ‘우리의 몸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가? 우리의 몸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있는가? 전 세계인은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와 같은 의문을 명쾌히 풀어준다. 그리고 세계 최대 개인유전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하버드대 조지 처치 교수의 10만 명 인간 게놈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것으로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의 인간 질병지도가 만들어 진다. “넥스트 휴먼”은 9월 한국에서 방송된 후 세계 50여 개국에도 방송될 예정이다. 촬영 당시 현지 언론들에 소개되며 뜨거웠던 반응을 상기해보면 세계의 다큐멘터리 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것이다.

 

중요한 진화의 기로에 선 인류, “넥스트 휴먼”은 유전자 추적으로 인류 진화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고 미래 인류 모습의 놀라운 시나리오를 통해 과학이 어떻게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보해야 하는가를 보여 줄 것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좋은 다큐멘터리다.